친구야!
명절은 자~알 보냈니~?
드디어 인생을 오르는 계단을
한 칸 더 올라섰구나
그만큼 천장이 낮아졌단
얘기겠지~
축하해야 될는지
위로를 해야 될는지 모르겠다
암튼 그만큼 더 재미와
행복과 사랑과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가
우리에게 주어졌단 얘기가
아닐까~
친구야~!
새날의 둘째 날이다
게을러터진 몸뚱일 허리에
차고
납작해진 등을 방바닥에
도배하여
뒹굴이 뒹굴이 하고 있다
친구는 뭐해~?
고향에 다녀온 뒷 향기를 풀어내
정리도 하고
아직 귀경길에 오르지 못한
친구도 있고
3일간의 붉은 날 동안
쌓인 피로를 펼쳐놓고 꾹꾹 눌러
주무르고 있는 친구도 있고
그래
이게 인생 아니겠니
우리 어제까지의 모든 것은
곱게 접어서 장롱에 넣어두고
오늘이란 새 이불을 꺼내어
푹신하게 몸을 담아보지 않을래~
친구야~~!
지난여름 무척 더웠잖아
숨이 헉헉 차고
땀이 비 오듯 쏟아져
차가운 겨울이 그리웠던
그렇게 더운 여름 한낮에
문설주 기둥을 감아올린 나팔이가
생전 처음 본 꽃을 살짝 피워내
넓적한 잎으로 가려놓지
않았겠니~!
얼마나 반갑고 신기하던지
더운 줄도 모르고
핸드폰으로 담았는데
그만큼 얼굴이 햇볕에
익었더라고
우리 함께 봐야지~
나팔이는 그늘에선 하루 종일
필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어
친구야~~~!
혹시 기억나니~?
어렸을 땐 보리를 밭에다가
심었던 거 말이야
6월 말 보리 탈곡하면 껄끄러운
보리 가시가 온몸을 간지럽힐 때
구판장에 막걸리 심부름 보내면
노란 주전자에 받아오다
보릿대 그림자에 숨어 몇 모금
홀짝이다 보면 주전자가
많이 가벼워지고
그만큼 비례해서 얼굴이
벌겋게 달구어졌던 기억 말이야
그런 얼굴로
나팔이가 딱 한송이만
그늘 속에 숨어 있지 않겠니~
그래서 정신없이 담았거든
사람들이 저놈 뭐한다냐~~
했을 거야
친구야~~!
올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은은하게 빛나고
누구나 감싸주고
자신의 역할을 다해내는
부드러운 나팔이가 되어보지
않을래~~
그럴 사람 여기여기 잡아라~
오늘도 파이팅해볼까~!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