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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May 27. 2016

마포대교에 앉아 다리를 대롱거리다

한강, 2015.10.1

먼동이 터오는지 멀리서

하늘이 꼼지락 거린다

가을이 터덜터덜 걸어 나와

마포대교 난간에 걸터앉아

다리를 대롱거린다.

귀경길에 지친 바람이 코를

훌쩍이며

뭉기적뭉기적  굴러 나와

가을 곁에 앉더니

똑 같이 다리를 대롱거린다.

콜록콜록 심한 기침에 놀라서

깨어난 어둠이 이불을 걷어차며

뜨다만 눈을 흘긴다.

정신을 차리라며 가을이 등을 치자

바람이 풍덩하고 한강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가

건져 올려 탈탈 터니

감기 부스러기 몇 조각 기어 나와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덥고

잔뜩 웅크려 가을의 눈치를 본다.

고단한 피로와 고속버스

지붕 위에서의 밤 나들이에

감기가 들어앉았나 보다

기침 해소엔 은행을 볶아

꿀에 재어서 먹는 것이 최고라며

국회의사당 길 가로수 은행을 털어 와서

슈퍼 옆 신사의 담뱃불에 굽더니

1002번 시내버스 바퀴에 갈아

입에 넣고 침으로 개어

바람에게 넘기고

따뜻하게 감싸준다.

나머지 감기가 머리로 솟아 나와

까만 비닐봉지를 둘러쓰고

쓰레기 통으로 굴러간다.

오늘은 잊혀진 계절!

시월의 첫날인데

감기 따위에 쓰러져 누울 수는 없지 아니한가!

오늘이여 일어나자~~

친구야~!

10월의 첫 번째 태어난 태양을

우리들의 열정으로

태워보지 않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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