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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pr 22. 2020

철밥통의 아침 편지-할아버지 수염

이름이 무거워

굿모닝~♡

기다란 목이 무거워 고개 숙인
브라키오사우루스처럼
이름이 무거워
늘 허리를 구부리고 살아온
할미꽃이
지난밤 불어닥친 강풍에
머리를 어지럽게 흔들더니
빨간색 날개를 떼어 냅니다

예쁜 얼굴 부끄러워 깊게 숙인 할미꽃

젊어서
붉은 립스틱 곱게 새기던
도톰한 입술
슬며시 밀쳐내고
노랗게 영근 사랑 열매 몇 알
몽글몽글 뱉어내더니
거친 바람에 못 이겨
나풀나풀 염색으로 풀어내어
할아버지 수염으로 태어납니다

세월에 녹아드는 할미꽃처럼
삶에 스며드는 습관처럼
겸손으로 고개 숙이는
오늘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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