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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Oct 28. 2022

열아홉, 마지막 십 대 그리고 시작하는 서른

병원에 세, 네 번 다녀오면 일 년이 간다. 하얗게 눈이 내렸던 곳에 푸른 새싹이 돋고 새싹이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산은 알록달록 단풍이 들면 다시 하얀 눈이 내리는 계절이 온다. 일 년이라는 시간은 짧게, 빠르게 지나간다. 그만큼 나는 빠르게 나이를 먹고 있다.




 항상 십 대에서 멈출 것 같았던 나이는 어느새 이십 대를 훌쩍 넘기고 새로운 숫자를 맞이하려고 한다. 많은 시간 동안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막연하게 무엇인가를 해야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을 뿐 나만의 자리를 찾지 못했다. 내가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대학을 졸업 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나에게 공무원 준비는 어떠냐는 부모님 권유에 도전을 해보았다. 하지만 나는 예전부터 공부를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았기에 결과는 당연히 번번이 낙방이었다. 열심히 하는 남들이 비해 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떨어졌다고 투덜거릴 수 없었다. 살아가는 방법이 공부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싫은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사실 나의 오래된 수첩 한 켠에는 쓰여 있는 문장이 있다. 


[작가가 되고 싶다]


그렇다고 작가가 꿈인 건 아니었다. 나에겐 딱히 꿈이라고 말할 만한 꿈은 없었다. 꼭 돼야지, 반드시 해낼 거야, 라는 포부 같은 마음보다는 막연히 글이 좋아, 엄마의 말처럼 책을 보고 책과 친구가 되어 버린 거 같다. 나에게 글을 쓴다는 건 이런 거다.


 말로 전하지 못하는 말을 속삭이듯 친구에게 적어 내려가는 그런 간지러운 글. 처음 일기를 써 본건 열아홉, 마지막 십 대의 시간이 아쉬워 친구와 함께 차곡차곡 하루를 쌓는 기분으로 일상을 적어 내려갔다. 그게 나의 첫 글쓰기 연습 습작이 되었고 꼬박 십 년이 지난 지금도 하루를 적어 내려간다.  


열아홉, 한의원에 다녔었다. 

우리 집에서 한 시간이나 떨어진 곳 시골에 위치한 2층 건물의 한의원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라서 원장 선생님은 내가 가는 날이면 일층까지 내려와 업고 올라가 주신다고 늘 말씀하셨다. 하지만 언제나 엄마에게 업혀 올라갔던 그곳. 가까운 한의원도 많았지만 굳이 먼 곳에 있는 한의원을 다닌 건 사실 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갔다. 침 대신 뜸을 뜨는 시간은 선생님이 나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던 시간이었다. 주로 좋은 얘기라고 해봤자 꿈을 꾸고, 희망을 가지라는 말 등의 내용이었다. 어떤 날은 나에게 CD 한 장을 주셨다. 그 안에는 외국의 유명한 스타가 자신의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담을 담아낸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선생님은 내게 늘 말씀하셨다.


“글을 쓰세요, 글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글 쓰는 일이라고 하셨다. 머리로 할 수 있는 일은 글 쓰는 일이라고 하셨다.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도 글을 쓰는 일이라고 하셨다.

 누구보다 글쓰기 좋은 환경에 있는 나에게는 글 쓰는 것이 힘이 되어 줄 거라며 늘 강조하셨던 선생님 말씀대로 내가 앉아서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직도 글을 쓰는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역시 글 쓰는 일이다. 선생님은 나의 이름으로 책이 나온다면 항상 자신이 첫 번째의 구매자가 될 거라고 말하셨다. 한동안 잊고 있던 나의 친구, 글과 책을 나는 지금 10년 만에 되찾아가고 있다. 열아홉, 수첩 한편을 차지하고 있던 글은 십 년이 흐른 지금 내 손끝으로 실천되고 있다. 나의 세월은 그 사이에 훌쩍 십 년이 넘게 지나가 있었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경험해 보았고, 많은 시간을 보내보았다. 열아홉 아무것도 모르는 십 대가 처음 일기를 쓰는 마음처럼 스물아홉, 세상을 알아가고 있는 내가 한 글자씩 하루를, 일 년을, 쌓아가고 있다. 아직도 내가 쌓아야 할 시간은 너무 많지만 이미 지나버린 시간 또한 충분히 많은걸 쌓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만 하지 말고 실천하세요.”


누군가는 꿈을 꾸면서 이렇게 하고 싶어요. 혹은 계획 중이에요.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막연하게 생각만 한다면 그건 계속해서 꿈으로 남아 있게 된다. 꿈을 꾼다면 무엇이 되었든 실천을 해야 한다. 


 실천을 하고 있다면 조금씩 꿈에 다가가는 게 느껴지지 않나요? 항상 꿈꾸던 일을 실천하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고,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는 것도 있다. 실천하면서 쌓이는 시간은 경험이 되어 나에게 막연하게 생각하던 일들을 해낼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준다. 나에게 시간을 쌓는 일기가 그런 역할을 했다. 한 장씩 쌓이는 나의 일상은 내가 잊고 있던 시간을 기억해주고 내가 실천하지 못했던 일들을 다시 한번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꿈이 없으면 어떤가. 나에게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은 아직도 세상에 너무 많은걸. 꿈과 하고 싶은 일은 분명 다르지만 무엇이든 잊지 않았다면 늦기 전에 실천해보세요. 


지금의 저는 실천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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