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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Jan 21. 2024

오! 신발 예쁘네요~

- 낯선 이의 칭찬에 대처하는 자세

아침에 엘리베이터를 탔다.

먼저 타고 있던 여자분이 화들짝 제스처를 날리며

"어머---, 신발이 참 예쁘네요."

"고급스럽고 참 잘 어울리세요." 그랬다.


엇? 나는 순간 난감했다.

'아이구 어쩌!'

'애기도 아니고 환갑이 넘은 아주머니가 들을 칭찬은 아닌 것 같은디.'


나보다 젊고 세련되고 키도 큰 여자분이 내 신발을 내려다보면서 웃고 서있으니

고개 숙여 절을 하리,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몸을 꼬아대리.

"어머---, 너 신발도 이쁘세요." 이러고 신소리를 날려볼까?


"아이구, 감사합니다." 겨우 할머니 같은 답례를 하고 지하주차장에 도착.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그녀는 마치 안내양 같은 포즈로 두 손을 받쳐 들고 내가 먼저 내리도록 몸을 숙였다.


"어머, 고마워요." 이러고 얼른 내 차를 찾아 바쁜 척 뛰어갔다.

얼굴도 잘 못 본 타인의 밝은 목소리와 호의를 어찌할 바 모른 나.


종일 그녀의 행동과 나의 대응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먼저 눈을 맞추고

"고마워요. 주민 이신가 봐요. 참 친절하시네요. 또 만나요."

이 정도 대화를 했으면 좋았을 걸 하고 생각했다.


잠깐 쓸데없는 생각도 들었다.

"고객응대가 몸에 밴 직장인 이신가?"

"내가 노인으로 보여서 아이 대하듯 하신가?"




이 신발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신고 나간 첫날부터

젊은 남자 선생님은

"밖에 가죽신 누구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소재, 디자인, 맘에 드네요."


우리 언니들은

"아이고 참 아망스럽고 이쁘다. 통가죽이지?"


우리 아들은

"엄마, 처음 보는 신발이네? 불편하지는 않아? 잘 됐네."


보는 사람마다 관심을 보이며 예뻐해 준 신발이긴 한데 낯선 사람의 칭찬까지 받고 보니 가성비 갑!

홈쇼핑 광고용 책자를 보고 구매한 약 5만 원짜리 겨울용 신발인데 말이다.


수년 전 해외여행 가던 길에 공항 대기줄에서 자꾸 "I love it" 하면서 멀리서 날 가리키던 외국인 여성이 있었다. 어리둥절했다가 그녀가 신발에게 하는 말이란 걸 알고"thank you!" 했던 기억에 지금도 가끔 웃음이 난다. 그땐 금색 스웨이드에 금색 잔구슬이 달린 약 30만 원짜리 단화였다. 그러니 이번 신발이 진짜 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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