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랬어
나는 사주팔자에 '천고'가 들었다고
하늘이 준 외로움이래
미리 타고난 것이라
견딜 만도 한건가?
그럼 다행이지
그걸 몰랐을 땐
왜 이렇게 사는 게 고단한가 했지
부대낌도 거듭하면
패턴이 생겨나지
결국 제게로 돌아오는 길을 찾는 거
젊어서는
내 마음에 정처가 없어
반기지 않는 줄도 모르고
때로는 알고도 발걸음 했지
무엇인가 기댈 것을 찾은 걸까?
낭패라네
그런 것은 내게 없어
돌아오는 길에
마중 나온 '속의 나'를 부여잡지
그래 내게 잘 왔다
언제나 나의 집은 '나의 속집'
먹먹한 나도
허퉁한 나도
잠깐 헤매인 나도
이제 나의 속집에 머문다
우리 둘이 살자
이렇게 뽀땃한거
단출하고도 옹알지다
세상의 것 찬란해도
눈이 멀어선 내 집으로 못 가네
나부낀 옷자락을 여미자
반듯한 걸음새가 이제 됐다
오늘, 비처럼 쓸쓸해서
저절로 눈물이 난 거야?
징검다리 건너가자
나는 '속의 집'에서 기다린다
나를 나를......!
2024년 9월 11일 내게 보내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