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수분 Nov 07. 2023

우리 동네 가을 풍경

- 걸어서 고샅길 탐방

우리 동네는 아파트 세 개 단지가 들어선 시골의 미니 신도시 같은 곳이다.

단지 내에 관공서와 체육시설, 도서관, 문화시설이 함께 있지만 아직 병원, 대형마트, 커피숍 이런 건 없다.

난 현재 상태의 시설도 만족하며 날씨 좋고 시간이 넉넉할 땐 공원에서 산책을 즐긴다.


요즘처럼 날씨가 청명할 땐 아침부터 밖에 나가고 싶어 집안정리를 얼른 꼼지락거리고 모자를 쓰고 운동화를 신고 총총히 걸어 나온다.

오늘 아침 공원 풍경은 눈이 부시게 하늘이 높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서 빛이 났다.


분명 가을인데, 봄과 함께 계절이 동거하는 분위기다.

찬기운이 없는 바람과 햇빛, 단풍과 봄꽃의 공존, 발치에 새로 돋은 봄나물과 가을국화.

낼모레 비가 오고 나면 날이 추워진다고 하니, 짧은 이즈음 계절의 공존이 마치 자연의 선물처럼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공원을 벗어나 평소에 궁금했던 앞동네로 걸어가 보았다.

새로 지은 예쁜 집들도 몇 채 들어섰고 오래된 하천을 정비하느라 석축 쌓을 돌들과 중장비도 보였다.

감나무에 까치밥을 몇 개 달아 놓은 풍경이 정답다.


벼를 일찍 베어냈는지 밑동에서 새싹이 파랗게 올라온 논바닥도 푸른 하늘과 어울려 그림같이 멋지고 

김장배추, 무, 갓, 대파, 쪽파 알뜰히 심어 놓은 밭자락도 훔쳐가고 싶게 부럽구먼!


어떤 집 농부의 작품인가, 들깨를 털어 말리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문득 우리 엄마 생각이 나서 한참을 서성거렸다. 우리 엄마도 이때쯤 이런 논밭 일을 하고 깨를 털어 말리셨겠네!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 돌아오는 길, 허리가 깊게 굽어진 할머니가 리어카를 끌고 가다가 낯선 사람을 흘끗 경계하며 바라보았다. 우리 엄마도 살아계셨으면 저 할머니만큼 되었을까? 

꽃방석에 산해진미로 호강시켜 드렸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삼색띠를 매주는 멋진 당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