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다.

by 글밤


각각의 계절에는

조금 더 잘 어울리는 수식어나 표현들이 있다.

깊어진다는 표현이 가을에 잘 어울리는 것처럼.


하늘이 높은 것은

바라보는 우리에게는 그만큼 깊어진 것이고,

가을을 물들이는 단풍도

잎들이 본래의 색에서 깊어진다고 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나의 마음도 깊어진다.

들이마신 찬 공기의 호흡이

내 안의 깊이를 새삼 깨닫게 한다.

화사한 봄과 강렬한 여름을 지나오면서는

자주 느끼지 않았던 시간의 감각이 나를 깨운다.

한 해의 날짜들이 깊어진다.

지나온 날들의 수많은 기억들이 한꺼번에 밀려들며,

나의 감정을 깊어지게 한다.

그것이 어쩌면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문장이 내 안에 들어온다.

시 한 편이 내면을 채운다.

그로 인해 깊이가 더해진 생각으로 바라보는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깊어진다.

또 이렇게 내 삶의 한 해가 깊어진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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