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의류수거함 (유영민)을 읽고
지금은 삶이 예전보다 편해졌지만, 나도 심각하게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누군가 나에게 공부를 하라고 강요한 적 없고, 열심히 살라고 닦달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20대는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을 생각하곤 했다. 내가 원해 대학을 입학했지만,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며 생활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늘 잠이 부족했고, 몸이 피곤했기에 날이 서 있었고, 그런 나를 사람들은 어려워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는데 왜 나만 힘들고 어려운지, 그 당시엔 그런 내 모습 때문에 힘들어했었다. 죽을 것 같은 하루가 지나 집으로 돌아와서는 수돗물을 틀어 놓고 큰 소리로 울고는 다음날은 티 나지 않게 생활하는 것. 어쩜 그런 자존심이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나도 어른이 되어 삶의 다양한 굴곡에 웃고 운다. 지금 웃는다고 영원히 웃을 수 없고, 지금 운다고 영원히 눈물만 있는 게 인생이 아님을 알기에 지금 현재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처럼 내려놓은 삶을 사는 건 오래지 않았다. 이기려 했고, 이기고 싶었고, 비교하며 우월하고 싶었던 젊은 시절. 그 모든 것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 원흉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많이 편안해졌다. 인생은 내 계획대로, 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다양함의 연속이니까.
주인공 도로시는 외고 시험에서 떨어지고 난 뒤 공부에 대한 압박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자살을 생각했던 여학생이다. 어느 날 도로시에게 동네 의류 수거함이 눈에 띈다. 도로시는 의류수거함의 헌 옷을 빼내어 수선 집을 하는 마녀에게 팔아넘긴 돈으로 호주 이민 계획을 세운다. 밤의 세계를 돌아다니며 노숙하는 숙자씨, 도로시처럼 헌 옷을 도둑질하는 새터민 카스 삼촌과 친구가 된다. 이들 모두와 수선집 마녀는 친구가 되고, 마녀는 불우 청소년들을 도와주는 식당 주인 마마를 소개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도로시는 의류수거함에서 자살을 준비하는 또래의 남자아이가 버린 일기장, 앨범, 상장 등을 발견하고 멤버들에게 알린다. 도로시는 자살을 준비하는 아이를 만나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숙자씨, 카스 삼촌, 마녀와 마마 그리고 자살을 준비하던 남자아이까지. 모두 자신의 상처를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솔직히 얼마 전까지 나는 많은 돈을 벌고 싶었고, 그 돈으로 노후가 넉넉하길 바랐다. 아이들에게 뭔가를 남기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동안에는 바쁘고 정신없게 그러면서 많은 부를 축적하고 싶었지만, 그게 아무한테나 오는 건 아닌 모양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다양한 변화로 인해 혼란의 시간을 보내면서 점점 더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난 무엇을 위해 돈을 벌고 싶었고, 무엇을 위해 시간을 나눠 사용했으며, 무엇을 위해 전전긍긍했는지. 결국은 행복하기 위한 일이었는데 그 과정 속에서 행복은 뒤로 미룬 형국이 되어 버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내 주변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아픔이 녹아 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지만 상처가 있고, 아픔의 딱지가 굳어 있는 사람들. 타인이 보는 시선으로 살지 않고 내가 나를 보는 시선으로 살고 있었다면 이런 감정 소모가 덜하지는 않았을까?
인간이 사는 곳이면 낙원이란 없어. 낙원처럼 보일 뿐이지. (39)
무언가에 중독되지 않고서 어떻게 이 누더기 같은 세상을 버티겠어. 때로는 중독도 살아가는 힘이 된다구. (49)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것. 그건 곧 자신에 대한 이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걸 해내는 게 쉽지는 않아. 이해는 밀착된 상태에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적당히 떨어져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지. (103)
이 세상 수많은 자살자의 삶을 감히 누가 실패라고 패배라고 단정 지을 수 있겠어? (237)
지금도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나를 찾는 여행을 끝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나를 찾기 위해 내가 무엇이지에 대해 고민하고 알아가고 있다. 어쩜 내가 나를 아는 날이 죽는 날이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나인체로 살아가고 싶어졌다. 청년이 되어가는 내 아이들도 자신을 찾아갈 것이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테지만 나는 응원하고 싶다. 곁에 좋은 책이 있다면 더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