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키는 영원한 숙제구나

합★체 (박지리 작가)를 읽고

by 꿈에 날개를 달자

나는 전작 주의자다. 그래서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그 작가의 모든 책을 다 읽어야 하고 소장해야 한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박지리'작가. 그녀의 책이 모두 7권. '양춘단 대학 탐방기'란 책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었는데 이번에 소개하는 책도 그렇다. 합★체는 박지리 작가가 처음 글을 써 사계절문학상을 받고, 작가로 데뷔한 첫 작품이다. 아들만 둘 인, 그것도 작은 키 때문에 고민이었고, 그렇지만 지금도 크지 않은 우리 아이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우리 집 작은 녀석은 심각하게 작고 말랐었다. 중학교 2학년 때 34킬로가 됐고 그때 키가 152cm였다. 걸어 다니는 성냥개비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으니 아이의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 이것도 다 엄마의 작은 키 때문일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다른 건 모르겠고, 내가 작아서 나는 아이들 어릴 적에 키 크는 거라면 뭐든 열심히 먹였다. 하지만 우리 집 녀석들은 후천적인 것보다는 유전적인 영향 때문인지 내가 들인 돈(?)에 비하면 작은 편에 속한다. 아이들의 키는 은근.. 나를 스트레스받게 했다.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남자 키가 이렇게도 중요한 것인지 속상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아이들 어릴 때 해줄 수 있는 건 전부 해줬는데 지들이 못 큰 것을. 그래서 그랬을까? 박지리 작가의 합★체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것을.


키로는 앞에서 1, 2번을 다투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일란성쌍둥이 ‘합’과 ‘체’. 이들은 공을 굴리고 관객을 웃기는 난쟁이 아빠의 아들들이다. 한창 키에 대한 고민이 많은 이들은 혹 자신이 아빠를 닮아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것은 아닐까 고민한다. 특히나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는데, 만약 난쟁이가 아니었다면 죽지 않았을 사고였기에 이들은 더욱 불안하다. 그러던 어느 날, 체는 동네 약수터에서 우연히 알게 된 계룡산에서 도를 닦았다는 ‘계 도사’를 만난다. 그 계 도사에게 키 크는 ‘비기’를 전수받고 합과 체는 계룡산으로 수련을 떠난다. 33일 동안 계룡산 형제 동굴에서 수련을 쌓아야 하는 합과 체. 이들은 과연 무사히 수련을 마칠 수 있을까? 또한 이 수련을 끝내면 키는 클 수 있는 것일까?


‘누구 하나 제 모습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은 없는 법이니라. 문제는 다른 사람이 널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네가 너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 그게 아니더냐.’(90)

맞는 말이지만 사춘기 소년에게 이 말이 귀에 들어올까? 큰 아이도 그랬다. 키 때문에 고민했었고, 얼굴 때문에 지금도 고민하고 있으니까. 자신의 얼굴 때문에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장난처럼 말하기도 하니까. 큰 아이는 눈이 아주 많이 나쁘다. 어릴 때부터 안경을 껴서 예전 귀여운 얼굴이 망가져 버렸다. 그래 나는 말한다. 역변을 하자고.(ㅋㅋㅋ 역변은 아무냐 하냐고 ㅠ) 수능 시험이 끝나면 시력 수술을 하거나 렌즈로 변화를 주자고. 키는... 노력할 때까지 해보자는 말로 위로했지만 이게 위로가 되는지는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큰 아이는 굉장히 긍정적이고 사람이 참 좋다는 장점이 있다. 큰 아이와 이야기를 하면 이 아이의 장점이나 멋진 점을 발견하고는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장점을 알고 자신의 매력을 발전시켜 나가길 빈다면 이것도 욕심일까?


합★체.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 아이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키 작은 유전자를 준 것은 아닌지... 유전자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니, 마음이라도, 아이가 가진 심성이라도 멋지게 자랐으면 좋겠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외모보다는 심성이 좋아야 한다고 아무리 말해도 무시할 테지만 아이들도 자라면 알게 될 것이다. 인성 좋은 사람은 볼매라는 사실을. 그 사실을 알고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 외모가 모든 판단의 기준은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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