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때려치고 카페나 차릴까?
이 글을 쓰기 전에, 필자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와 그 점주분들에 대한 아무런 악감정도 없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필자는 연 매출 11억 규모의 대형 개인카페를 운영중이며 저가 커피로 인해 영업상의 피해를 입거나 매출에 타격을 받은 사실이 없다. 뿐만 아니라 저가 커피를 운영해 본 경험도, 앞으로 운영할 계획도 없다.
다만 이 글을 쓰는 까닭은 현재 매물로 나온 프랜차이즈 카페의 대다수를 저가 커피가 차지하고 있으며, 카페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상당 수가 저가 커피를 먼저 고려해볼 것이기 때문이다. 비난이나 논란이 두려워 저가 커피에 대해 글을 쓰지 않는 것은 '카페 창업자를 위해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책을 쓰겠다.'라는 필자의 목적에 어긋난다.
따라서 필자는 실제로 저가 커피를 운영 중인 지인, 5년간 카페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얻은 정보,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시된 기업 정보를 참고하여 해당 주제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제목은 자극적으로 적었지만 이 글은 저가커피를 하지 말라고 쓰는 글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제대로 모르고서는 저가 커피를 하지 마라!'라는 취지의 글이다.
자영업 커뮤니티를 보면 창업에 관한 문의글이 정말 자주 올라온다. 개중에는 철저한 준비와 확실한 경력을 가지고 뚜렷한 비전을 설계중인 예비 창업자들도 있고, 정말 대책없이 그저 카페나 해볼까? 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질문글을 작성하는 사람도 많다. 심지어는 이미 양도양수가 끝난 상황에서 기본적인 머신의 사용법이나 인수인계에 대해 물어보는 기절초풍할 사례들도 상당하다.
자신의 자산과 시간이 고스란히 투입되는데도 이렇게나 허술하게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목숨을 거는 각오로 시작해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할 판국에 기본적인 공부조차도 않고 사장 직함을 다는 것이다.
시간적, 자본적 여유가 없는 창업자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것이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다. 프랜차이즈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대략 1억 내외의(M사 기준) 비용으로 15평짜리 매장의 인테리어와 점포 운영교육까지 책임져준다. 심지어 공시된 자료를 보면 매장별 연 3억원이 넘는 평균 매출을 번다고 하니 생각보다 크지 않은 비용으로 버젓한 카페의 사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카페 산업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거나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대부분이 고개를 저으며 '저가 커피는 차리지 말아라.'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 왜 차리지 말라는 거냐고 이유를 물어봐도 관계 때문에 대답을 꺼리거나 두루뭉술한 말로 대충 넘겨버리기 일수다.
사실 진짜 이유를 말해주자면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아서 차마 권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커피 업계 종사자들이 '저가 커피 창업을 권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말해보도록 하겠다.
먼저 저가 커피의 정의에 대해 알아보자. 저가 커피는 말 그대로 '낮은 가격에 파는 프랜차이즈 커피'를 말한다. 저가 커피의 대표라고 볼 수 있는 M사는 홍대의 외진 골목에서 첫 발걸음을 뗏다. M사의 커피는 1. 저렴한 가격, 2. 많은 양, 3. 준수한 맛 을 내세우며 입소문을 탔고 2021년에 사모펀드에 인수되며 공격적인 확장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후 C사, B사가 M사의 확장정책을 모방하며 아.아 1잔 당 2,000원 내외에 20oz를 넘는 파격적인 가성비로(일반적인 카페 기준 16~18oz) 전국민의 데일리 카페인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저가 커피는 특히 3대장이라고 불리우는 M사, C사, B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세 회사 모두 유명인을 앞세운 마케팅, 다양한 음료, 질 좋은 커피로 소비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내가 봐도 저가 커피의 음료 퀄리티는 두 배가 넘는 가격의 체인, 혹은 개인 카페의 맛에 뒤지지 않으며 이는 물류 체인 시스템을 이용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원두의 양과 구입처는 한정되어 있지만 프랜차이즈 회사의 경우 질 좋은 원두를 대량으로 직접구매하여 단위 매장에 공급하는 것이다.
거기다 시즌별로 시행하는 다양한 이벤트와 기프티콘 등의 유인 정책이 활성화되어 있어 소비자 접근성 측면에서도 개인 매장에 비해 강력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부분들이 현재의 '저가 커피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저가 커피의 강점인 것이다.
카페 운영자의 입장에서 저가 커피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1. 낮은 평수(10~20평)에서도 준수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2.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다.(15평 기준 2억 정도)
3. 커피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창업할 수 있다.(본사에서 교육 및 레시피 제공)
그러나 이러한 장점만 보고 저가 커피를 창업한다면 고강도의 노동과 낮은 순수익의 굴레에서 고통 받을 것이다. 저가 커피는 접근하기는 쉽지만 돈을 벌기는 어려운 구조의 업종이기 때문이다. 적은 비용이 들고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고 해서 결코 만만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당신이 저가 커피를 창업하고 싶다면 꼭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1. 두 배로 일해야 남들만큼 벌 수 있다.
당연한 결과다. 대형 프랜차이즈인 S사는 아.아 기준 4,700원, 중형 프랜차이즈 E사는 3,200원의 가격대를 형성한다. 그러나 저가 프랜차이즈는 2,000원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원가율은 500~600원 수준으로 비슷하기에 S사의 경우 아.아 1잔에 4,100원, E사의 경우 2,600원의 마진이 남지만 저가 커피의 경우 1,500원 정도가 남게된다.
하루에 100잔을 판다고 하면 S사는 41만원, E사는 26만원, 저가 커피는 15만원이 남는 것이다. 같은 노동을 함에도 수익은 절반이라면 불공평하다고 느껴지지 않을까? 참고로 필자의 카페에서는 아.아를 6,500원에 판매한다. 100만원의 마진을 남기려면 우리는 166잔 정도를 팔면 되지만 저가 커피에서는 그 4배인 666잔을 팔아야한다.
저가 커피를 시작하겠다는 것은 당신, 혹은 직원의 노동을 싼 값에 팔겠다는 선언이다. 저가 커피가 올리는 눈부신 매출은 점주와 알바생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2. 바빠도 문제 안 바빠도 문제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커뮤니티에서 저가 커피 점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저가 커피의 알바생 1명이 1시간동안 칠 수 있는 매출은 다음과 같다.
초보자: 3~4만원(3만원의 경우 남는 것 없음)
중급자: 5~6만원
상급자: 7만원 이상
10만원 이상 쳐낼 수 있는 직원은 어느 매장에서나 에이스 소리를 듣는다.
문제는 저가 커피의 특성상 인력분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순수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바쁜 시간에는 최소 2~3명을 배치해야 하는데 출근시간에만 손님이 몰리는 오피스 상권의 경우 여러명을 뽑아놨다가 1시간만 바쁘고 나머지 시간은 시간만 때우게 될 수가 있다.
그렇다고 1명만 두자니 피크타임 때 들어오는 주문을 놓치거나 음료 제공이 느리다는 소문이 퍼져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 수도 있으니 결국 점주 본인이 애매한 시간대에 출근하여 뒤치다꺼리를 해야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이 입점하는 위치와 상권에 따라 피크타임을 데이터화하여 신중한 인력배치를 해야 한다.
3. 너무 힘들어서 그만둘래요!
사실 나는 저가 커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을 이해할 수 없다. 대부분의 저가 커피 알바생들은 최저 시급을 받으면서 어지간한 개인 카페 업무량의 2배 정도 되는 고강도의 노동을 하고 있다. 매번 새로 생기는 음료와 디저트들, 심지어 이제는 닭강정까지 판다고 한다.
그런데 저가 커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고 커피 전문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이렇다 할 직원복지랄 것도 없다. 단지 매장 수가 많고 중심지 상권에 위치해 있기에 알바생 입장에서 출퇴근이 편하다는 점이 매력적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저가 커피는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대한의 매출을 만들어내는 '서커스'를 해야 한다. 상정한 매출보다 인원이 1명이라도 많으면 남는 것이 없으니 어떻게든 적은 인원으로 들어오는 주문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저가 커피의 경우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온 알바생을 기껏 쓸만하게 만들어놓으면 그만둬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알바생 입장에서는 굳이 힘들고, 외워야 할 레시피도 많고, 시급도 낮은 저가 커피에서 오래도록 일할 이유가 없다.
저가 커피 매장 오토로(사장 본인이 출근하지 않고 운영하는 것) 돌려서 예상 순이익이 ~~~만원이다 하는 매물이 인터넷에 자주 보이는데 로보트가 저가 커피 매장에서 일하는 시대가 오지 않는 한 '오토 매장'이라는 환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세상의 어떤 사람이 저절로 돈이 굴러나오는 매장을 남에게 양도하겠는가? 실제로 오토 매장을 여러개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있지만 그 사람들은 모두 수년에 걸쳐 쌓아온 노하우와 인력풀(매니저 및 직원들)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본사는 매장별 구인과 교육을 책임지지 않는다. 알바생을 구하는 것도 당신의 몫이며 가르치는 것도 당신의 책임이다. 저가 커피 점주가 되려면 끊임 없는 인력 고용과 관리에 대해 감당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4. 자리와 이름값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저가 커피의 수익 모델은 Take-out 중심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카페가 아닌 주유소를 입점한다는 생각으로 위치를 선정해야 한다.
소비자가 저가 커피를 선택하는 이유는 '가성비'도 있지만 '접근성'이 1순위다. 운전자가 기름 값이 고만고만하다면 가장 가까운 주유소를 선택하는 것처럼 소비자도 고만고만한 저가 커피라면 가까운 매장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저가 커피는 보행자를 대상으로 한 카페인 주유소라고 생각하고 위치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한 가지 주유소와 다른 점은 브랜드가 선택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처음 들어본 브랜드의 커피보다는 익숙한 브랜드의 커피를 고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여러명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단체주문에서 이러한 점이 두드러지는데 4명 이상의 인원이 음료를 주문할 경우 가장 '메이저한 브랜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저가 커피를 운영할 계획이라면 1. 익숙한 브랜드를 선정할 것. 2. 보행자의 기준으로 테이크 아웃이 편한 자리를 선정할 것. 을 명심해야 한다.
가맹비가 싸다고, 주요 브랜드가 입점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애매한 입지에 애매한 브랜드를 채워넣는다면 저가 커피의 이점은 누리지 못하고 단점만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각 브랜드별 평균 매출과 지역별 현황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공정거래 위원회에서 제공하는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 열람'을 통해 기업별 정보를 알 수 있다.
결론: 저가커피는 초보 사장을 위한 창업 아이템이 아니다.
저가 커피를 성공시킬 수 있는 요건은 다음과 같다.
1. 해당 지역의 유동인구와 상권을 분석하는 통찰력
2. 시간대별로 인원을 배치하고 직원이 오래 일할 수 있게 관리 감독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3. 장시간 고노동을 버틸 수 있는 체력
그러나 이 요건들은 모두 장사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 장사꾼'만이 습득할 수 있는 경험치에 가깝다. 즉, 게임으로 치면 저가 커피 시장은 '고레벨 유저들의 사냥터'라는 것이다.
왜 장사 관련 커뮤니티에 저가 커피 매물이 유독 많이 나올까? 대부분이 건강이 안 좋아서, 다른 매장 운영에 힘쓰느라 피치못하게 매장을 내놓게 되었다고 한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나의 예감에 저가 커피 매장 양도 양수는 언젠가 터질 폭탄을 돌리고 있는 모습처럼 느껴진다.
특히 은퇴를 앞두고 소일거리라도 해볼 생각으로 저가 커피 매물을 알아보는 부모님 세대의 회사원들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1레벨짜리 캐릭터로 목검 한자루만 들고 99레벨 용을 잡으러 가겠다며 나서는 모양새다.
필자는 나의 글을 읽고 창업할 사람들이 사장으로서 시장에 우뚝서길 바라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장치로서 소모되길 바라지 않는다.
이 글은 저가 커피 창업을 만류하는 글이 아니다. 분명히 저가 커피를 통해 큰 수익을 내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성공적인 엑시트까지 해낸 이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반면에 저가 커피를 창업했다가 큰 후회를 하고 있는 사람들 또한 많다. 자신이 무엇을 감당하게 될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잘 모르고 사업을 벌인 결과다. 혹은 그저 운이 나빴을 수도 있다.
혹시나 당신이 저가 커피 창업 혹은 인수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부디 많은 공부와 신중한 결정으로 성공의 길에 도달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다음 주제인 '거긴 가격만 비싼데 왜 잘 될까?(해석수준이론)' 에서는 해석수준이론을 통해 위치와 상권에 따라 소비자들이 카페를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