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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년 널을 뛰는 하루하루

마음도 생각도 이랬다 저랬다 미쳐가는구나.

by 한눈팔기

어버이날 이후 생각이 많아졌다. 그동안은 막연하고 희끄무레하게만 생각했던 아이의 존재에 대해서

한번 하나하나 삶의 과정속에 그아이와 같이 있다고 생각하며 짚어보았다.

아무래도 안될것 같아.

아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나인데, 어느날 갑자기 열한두살쯤 된 여자아이랑 한집에 살게 된다면.

그렇게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이 있을까.

조카 한번 만나러 가 본적 없는, 아이에게는 정이 하나도 없는 나인데,

결혼하지 않은 여러가지 이유 중에 세손가락 안에 드는 이유가 바로 아이가 없고 싶어서였던 나였는데.

남의 아이더라도, 내가 갓난아이부터 품에 안아봤다면 그건 얘기가 다를텐데,

사춘기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끝난 아이와 별안간 같이 있게 되는 현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나와는 맞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지난주, 술이 많이 취해 오빠에게 나도 모르게 얘길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은 나질 않지만 10달간의 연애기간동안 한번도 해본적 없는 이야기였던건 분명하다.

"오빠 아무래도 나는 감당할수가 없을것 같아. 나는 자신이 없어."

오빠의 대답 중 또렷하게 기억나는 건 이거다.

"이제와서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제와서 무슨 말이야. 그게"


이제와서 얘기하는게 잘못일까. 나는 가능할 줄 알고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와서 무르면 안되는 건가.

그렇지만 무를 수 없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바로 내 자신에게 있다.

오빠를 너무너무 사랑하고 있는 내 자신에게.


일주일동안 문득문득 오빠가 없다는 상상을 했다.

버스건 지하철이건, 길을 걷다가건, 이를 닦다가던, 집에서 잠들기 전이건 할 것 없이

눈물이 그냥 펑펑 쏟아져 나온다.

오빠가 그 커다란 눈으로 나를 보며

"잘 살아야돼. 나 서희 원망 안해. 나때문인데 할 수 없지. 자신감 갖고 살아.내가 항상 서희 응원할거야. "

라고 말하는 그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지는데

그걸 생각하면 그냥 바로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물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온 몸이 빨개지도록 울고 있다.

오빠에게서 등돌리고 떠나는 짓은 절대 못할것같아..


처음 오빠와 연애를 시작할 때만 해도,

연애에 자신이 없던 나는

오빠가 나에게 이별을 고하는 장면을 매일 시뮬레이션했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오빠가 먼저 나를 떠나는 장면을 하루에도 몇번씩 상상했었다.

슬플 것 같았지만, 괜찮았다.

오빠와는 어떻게든 헤어지게 되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그 이유때문에.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흘러 오빠를 알게 되면 알수록,

너무나 좋은 사람,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약속 잘 지키고,

한 사람만을 오래도록 변함없이 사랑해 줄 줄 아는, 매사에 긍정적이고 바르게 생각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될수록,

오빠가 나에게 먼저 이별을 고하는 상황은 생길것 같지 않다는 예감이 든다.

뭐 항상 내 예감은 틀리기에, 어쩌면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겠지만,

요즘은 왜인지

내가 오빠에게 이별을 말하고

그런 내 눈을 바라보면서 날 달래고 위로해주며 잘가라 말하는 오빠가 눈앞에 그려진다.


오빠 없이 나는 그냥 평생 빈털터리같은 마음으로 살겠지.

허공 속을 살듯이,

다행히 오빠에겐 재희가 있고, 오빤 내가 만난 어떤 남자보다 좋은 사람이니까

누구든 오빠 곁에 금방 서고 싶어 하겠지.

아 그걸 생각하면,

누구에게도 오빨 내어주기가 싫어. 아무에게도 빼앗기기가 싫어.


만약, 내가 오빠 손을 놓게 된다면. 나는 평생 이 노래 속의 여인이 될 것 같다.

오빠와의 기억 속에 갇혀서 얼어버리고 말 것 같다.


<I'll Never Love Again - Lady Gaga >


Don't want to feel another touch 다른 손길은 필요 없어

Don't want to start another fire 다른 사랑은 알고 싶지도 않아

Don't want to know another kiss 다른 키스는 떠올리기도 싫어

No other name falling off my lips 다른 이름을 부르고 싶진 않아


Don't want to give my heart away 다시는 마음 줄 일 없어

To another stranger 너 아니면

Or let another day begin 또 다른 하루가 와도

Won't even let the sunlight in 햇살이 비치는 것도 원치 않아

No, I'll never love again 다시는 사랑 안 해

I'll never love again 다시는

I don't wanna waste a moment 한 순간도 싫어

And I don't wanna give somebody else 나아진 나를 다른 사람에게

The better part of me 허락하고 싶지 않아

I would rather wait for you 차라리 기다릴래, 너를



오빠를 잃고 난 뒤의 슬픔과 절망은 과연 내가 감당할 만할까.

오빠의 아이를 감당못할 것 같은 마음과 저울질 하면 어떤게 더 무거울까....




그냥 지금은 행복할래.

재희의 목소리도 못들은척 하고. 전처에게 오는 연락도 못본척 하고,

오빠에게는 마치 나만 있는 것처럼.

내 세상 속에 오빠는 오빠 혼자만 있는 것처럼.

지금 내가 감당할 일은 그냥 이 커다란 마음뿐이라고 여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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