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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에게 보내는 생일 축하 편지.

오빠의 탄신월 7월도 우리 잘 보내자!

by 한눈팔기

오빠에게 보내는 세번째 손편지.

두번째 손편지를 나에게 받았던 날, 꼭 아이처럼 편지지를 들고 침대로 폴짝 뛰어 올라

나를 돌아 보더니

손편지가 너무 좋다고 고맙다고 환히 웃던 오빠를 봤으면서도 아직 이 편지가 세번째 밖에 되지 못했어.

"편지 주면 재희 볼까봐 집에 가서 감춰놔야 되잖아.

혹시나 오빠 집에 가는길에 버릴거 같아서 편지 더 써주고 싶어도 쓰지 않았어."

내가 그렇게 말했고 오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면서 집에 잘 숨겨두는 곳이 있으니 걱정말고 더 써달랬었지. 하지만 지금 이 편지도 불안한 마음 반을 담아 쓰게 되는건 어쩔 수 없네.


7월은 오빠의 탄생월.

기주 탄생 월간에 특히나 더 오빠를 기쁘게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했었지.

이혼을 앞뒀던 몇해전, 오빠의 생일날 전처와 크게 싸웠다고 했던 거 기억나.

오빠 사업이 잘 되지 않아서 힘들었을 때인데 전처는 그런 오빠 자존심을 내동댕이치는 말을 했댔지.

다른 날도 아닌 오빠의 생일날.

그 얘기를 나에게 하며 분을 삭이지 못하던

오빠를 보면서

오빠와 맞게 될 다음번 오빠 생일은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 다 잊게할만큼,

내가 반드시 기쁘게 해줘야지, 라고 생각했었어.

전처의 모욕으로 자존감이 땅으로 떨어진 날이 하필 잊을 수 없는 생일이어서

생일이 올때마다 기분이 가라앉을 수도 있을테지만

이제 나를 만났으니깐.

나와 내 축하 속에 있을 오빠는, 이제 행복하기만 할거아.

오빠가 얼마나 대단하고, 소중한 사람인지

제때에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막말을 해댄 그 여자는

도대체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인지 모른다고

난 두고두고 생각해.

그 덕분에 이렇게 오빠를 만나게 됐으니 나에겐 잘된 일이지만 말야.

누군가의 아빠가 되기 전에,

그냥 한 사람으로서 온전히 받았을 축하들보다

더 크고 거창하게 오빠 생일 축하해줄거야.

오빠와 함께 하고 있을 수많은 7월 2일에 내가.


며칠전 친구들을 만나서 또 오빠자랑을 오랫동안 했어.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남자친구 욕을 하는 사람은 수없이 많아도

너처럼 이렇게 수십분간 남자친구 자랑만 하는 애는 없을거라고 자랑은 그만하라고 친구들이 놀렸어.

오빠를 잘 아는 내 친구가 몇달전 나와 셋이 오빠랑 술마셨던 얘길 하더라.

내가 왜 이렇게 오빠 자랑을 하는지, 자기는 안대.

그냥 멀리서만 봤을때는 그렇게 안 보였는데 막상 같이 술마시면서 느낀 오빠라는 사람은,

자상하고 말도 따뜻하게 하고 상대방을 진심으로 배려할 줄 아는,

그걸 그냥 태생적으로 갖추고 있는 사람인것 같대.

내가 만나고 있는 오빠가 너무 괜찮은 사람이라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대.

그렇게 웃고 떠들며 술을 마시다가 문득 생각했어.


오빠에게 나는 어떤 여자친구일까.

배려심도 없고 애교도 없고 센스도 없는 나여서 오빤 자랑할 수 있는게 없겠구나.

난 그동안, 우리 관계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오빠에게 받기만 하고, 오빠만큼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아.

오빠에겐 오빠 자신과 다름 없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게 불편하다는 말도 서슴없이 했고.

그런 내 말에 엄청난 실망을 했을텐데도, 전과 다름없이 나를 다정하게 대해주는 오빠를 보면서,

섭섭했다는 말 대신 그냥 담담하게 "재희를 경쟁상대로 보지 말았으면 좋겠어"

내 기분 상하지 않게 돌려 한 오빠의 얘기를 곱씹으면서

오빠 입장에서 한번더 생각해보려는 노력 없이 섣불리 했던 말을 후회했어. 미안해.


오빠는 나에게, 세상에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행복한 마음들을 다 겪게 해준 엄청난 사람이야.

앞으로 나한테는 오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사랑의 마음을 다시 꺼내준 것도,

지난 1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한결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준 것도,

다 오빠 혼자 한거야.

이 모든게 하나도 당연하지 않은거라는걸 한순간이라도 잊는 일 없도록 늘 떠올릴거야.


나에게 바라는 것들도 많을텐데. 아무말 없이 기다려주고 있는 거 알아.

오빠가 너무 지쳐버리지 않도록,

나도 조금씩 더 크게 마음을 가져볼게.


7월 한달도. 우리 행복하게 재밌게 좋은 추억 많이 만들자!

태어나줘서,

내 곁에 있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오빠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오빠를 사랑해!


이 글 중에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오빠에게 보내는 손편지에 담아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오빠에게 보여줄 수 있는 내용만 추린다면 어쩌면 다섯줄이 채 안될지도 모른다.

보여주고 싶은데 다 보여주지 못하는 마음들과 말들이 넘쳐난다.

앞으로 다가올 오빠의 모든 생일들,

바로 곁에서 전부 다 축하해 주고 싶단 말이

제일 하고 싶지만,

그건 내 마음속에만 넣고 아직은 꺼내지 않을거다.


오빠의 생일, 정말정말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오빠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고 대단한 사람인지,

평상시보다 더 많이 느끼게, 내가 만들어 주고 싶다.

타인에 대한 벅찬 감정이란거 쥐어 짜내도 없었던 내가

이런 마음이 드는걸 보니 내가 하고 있는건

엄청난 사랑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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