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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사랑은 본래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다.

by 한눈팔기

#1.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강렬한 감정만이 아닌, 결의이자 판단이고 약속이다!


요즘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고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랑, 그 사랑에 참여하고 있는 나에 대해 진단하고 싶기 때문이다.

프롬은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곧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받는'문제로 생각하며

'사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고

사랑할 또는 사랑받을 올바른 대상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그치만 프롬은 이를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려한다.

음악이나 건축, 그림과 마찬가지로 사랑도 기술이라고.

그래서 나도 사랑의 기술을 배워보려고 한다.

더 즐겁고 행복한 사랑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



#2. 특별하고 소소한 일상들


더 큰 걸 기대한 뒤 실망하고 혼자 토라지던 마음.

이제는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방식을 택하겠다!


마지막 글을 연재한 뒤 2주가 되었다.

그간 나와 오빠의 "1주년"이 있었고,

그리고 우리는 요즘 지난 1년보다 더 자주 만나고 있다.

이번주만 하더라도, 수요일을 제외하고는 계속 오빠와 함께 보내고 있고 보낼 예정이기 때문에.

12월 말, 내 출국일이 다가올수록 우리 마음도 조급해지는지 모른다.

아침저녁 오빠와의 통화는

"서희가 없으면 오빤 어떡하지..서희 가버리면 오빠 쓸쓸하고 보고싶어서 어떡하냐"

하루에 적어도 한번 이상 짓는 한숨이 점점 무거워진다.


지난주 화요일이었던가.

그동안 생각만 해오던 마음속 질문을 오빠에게 불쑥 꺼내보았다.

"오빠, 재희가 '엄마 아빠 다시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 그러면 오빤 어떻게 할거야?"

"음.... 사실 가끔 그런 말 하기는 하는데, 계속 달래고 있지. '아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지금 그렇게 당장 결정할 수 있는거 아니니까 재희도 조금 더 기달려줘.' 그렇게 계속 둘러대면서 시간 끌고 미룰수밖에 없지.

나 이혼할때 재희 힘들어했던거 생각하면 애한테 너무 미안해서...

애엄마에 대한 내 감정 재희한테 솔직하게 얘기해서 또다시 힘들게 할수는 없어."


내가 기대했던 답이 아니었다고 생각돼서였을까.

나는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로 뇌를 거치지 않은 말들을 쏟아내버리고 말았다.

"오빠, 오빠는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나한테는 지금이 결혼적령기잖아.

내가 그동안 오빠에게 나는 결혼 하고 싶은 생각도, 아이도 갖고 싶지 않다고 말은 해왔지만

오빠에게 재희가 있는걸 보면서, 그리고 오빠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면 질수록 결혼도 하고 싶고 아이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오빤 나랑 그냥 연애만 쭉 하고싶은건지 궁금해."

"오빠는 재희가 다 클때까지는 재희한테 상처 줄 수가 없어. 재희가 엄마아빠를 이해해줄수 있는 나이가 될때까지는 다른 생각은 하기 어려운 것 같아."

오빠도 내 질문에 많이 당황했을거라 생각한다.

그동안 분명히 나는 거의 비혼주의자에 가까운 것처럼 굴어왔었는데 갑자기 무맥락의 질문을 던졌으니 말이다.

그치만, 오빠가 나와의 먼 미래까지를 함께 그리고 싶다고 했기에

나도 갑자기 앞서나가는 마음을 먹게 된 것도 맞는 것 같다.

오빠의 대답을 듣고 보니 우리가 각자 그린 미래의 내용은 조금 달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배신감도 느껴졌으며 화도 났다.

다행히 그 자리에서는 정말 쿨하게 넘어갔고 우린 또 깔깔댔으나,

혼자 남은 다음날 마음 속으로 지옥문 앞까지 다녀왔던게 사실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태도를 달리한건 오빠가 아니고 나였다.

사실 연애를 해오는 내내 나도 그냥 연애만 하자는 마음이 더 컸었으나,

나에 대한 마음과 애정을 변함없이 숨김없이 보여주는 오빠를 보며 오빠를 더많이 사랑하게 되었고,

오빠와 함께 있는 시간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이 되면서

대책도 없이 너무 많은 걸 기대하게 되어버린것 같다.

사실 결혼까지 가지 않음으로 해서 잃는것보다 얻는게 더 많을 사람은 나이다.

지금 내 모습은

재희를 감당할 자신조차 없으면서

나 갖고 싶은 것만 생각하며 떼를 쓰는 어린애나 다름없다.

또한 오빠도 나를 데리고 결혼이라는 문 앞에 다시 설 마음을 먹기는 힘들거라고 생각한다.

한번의 실패를 겪은 사람이 다시 또 그 커다란 문제를 풀어내겠다는 의지가 과연 생길까.

나보다 자신 없을 사람은 오빠이다.

무턱대고 돌진해오는철없는 나를 이성적으로 막아서 준 오빠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오빠는 물론 그 순간 재희에 대한 생각뿐이었지만, 그래서 내가 많이 섭섭했지만

그 말속에는 분명

'서희를 생각해서 오빠 이러는거야. 서희 부모님을 생각해봐. 오빠는 서희 데리고 가겠다고 말할 수없어.'

라는 말을 숨겨 둔거라고 생각해본다.


그래서 이제 마음을 편안히 갖기로 했다.

지금은 내가 오빠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즐겁기만 하니까, 이 순간들을 즐기겠다고 말이다.

내년 1년과 그 이후의 우리 삶은 미래의 내가 책임지고 결정해서 겪어내고 있을테니까.

오빠와 떨어져 지낼 1년간, 나는 오빠를 제외한 채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려고 한다.

나는 결혼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인지, 사랑만으로도 버틸 수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이 연애를 너무 심각하게 대하지 않으려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 즐겁고 행복하고 유쾌한 감정,

이런 감정들을 통해

내가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이 사람과

좋은 감정만 나누어도 아까운 시간들이 째깍째깍 지나가고 있다.

어쭙잖은 소유욕으로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쓸데 없는 불편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오지 않으려 한다.

최대한 힘빼고, 편안하게 이 사랑 속에 나를 놓아둔 채 최대한의 행복한 감정들만 기억하게 되고 싶다.

언제 어떻게 끝이 될지 모르기에, 더 열심히,

'주는 사랑'을 해보려 한다.

나에게 매일을 충만한 마음을 갖게 해주는 오빠에게

나 역시 평생 잊을 수 없는 정말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거나,

정말 좋은 사람이자 행복한 여자로 오빠와 끝까지 함께 하거나,

둘 중에 오직 단 하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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