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해 봐야 아는 어리석음
여느 때보다 빡빡했던 주말을 보냈다. 1박 2일 모임 후, 장거리를 달려와 오후 네 시 결혼식을 참석해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월요일 아침, 몸에 피곤함이 그대로 남은 찌뿌둥한 상태로 출근했다. 날씨도 우중충하니 기분을 가라앉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도 밤새 근무한 사람을 생각해 애써 밝은 표정으로 사무실에 들어섰다.
새로 한 주가 시작되는 날은 민원이 많다. 주말 중에 근무한 사무실과 영업을 이어간 곳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쇄도한다. 그날도 그랬다. 기사들은 아침부터 간단하지 않은 민원들을 처리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기사들과 꼭 같이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오전에는 엄두도 못 낼 상황으로 흘러갔다. 그 일은 윗사람이 당부한 동력 제어장치의 콘덴서를 교체하는 일이었다.
근무하고 있는 건물은 지어진 지 삼십 년이 지났다. 당연히 내부 부속물 대부분도 많은 시간이 경과했다. 한꺼번에 교체하려면 무지막지한 경비가 소요되니,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지나가곤 한다. 동력 제어장치 콘덴서도 그중에 하나이다. 건물 나이와 일치하는 것들이 많다 보니, 관리하는 사람들은 불안 불안하다. 그래서 윗사람이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교체해 나가자고 했던 것이다.
계획하고 있던 6개 중 4개는 이미 완료했고, 나머지 2개를 교체하기로 한 날이었다. 오전에 바빴던 기사들이 피곤한 기색을 보였지만, 경험 많은 기사가 근무하는 날에 해야 했다. 오후에 기사들과 같이 내려가 본 현장은 작업여건이 그리 좋지 않았다. 세로로 설치된 콘덴서의 끝단과 전원이 지나가는 부스바의 간격이 너무 좁았다. 하나는 그럭저럭 마쳤지만, 두 번째 것을 교체하면서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경험이 많은 기사는 서두르지 않고 조심해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자, 조금씩 주의력이 흐트러졌다. 콘덴서 하부만 신경 쓰다 보니, 무의식 중에 상부가 부스바에 접촉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순간적으로 강력한 스파크와 섬광이 스쳐갔다. 같이 작업했던 모두는, 마치 심전도 모니터에 길게 이어지는 줄과 같이 삐--------. 우선 작업했던 경험 많은 기사의 안위를 살폈다. 입은 옷의 팔뚝 부분이 그을린 것을 빼면 아무 이상 없었다. 콘덴서만 튕겨서 나가 바닥에 내팽개쳐진 채, 구멍 사이로 액체를 쏟아내고 있었다.
지나고 보니 모든 조건이 좋지 않았다. 우선, 안전을 감독해야 하는 나의 컨디션부터 좋지 않았다. 그만큼 주의력이 떨어진 것이다. 경험 많은 기사가 근무하는 날, 빨리 처리하고 지나가자는 마음만 앞섰다. 기사들도 바쁜 민원 처리 때문에 마음적 여유가 부족했다. 꼭 그날 하지 않아도 장비작동에 이상은 없었다.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고, 단지 오래되어서 교체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고는 컸지만, 사람은 다치지 않았다. 부스바 일부에 손상이 생겼지만, 장비를 작동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사자성어 '천만다행'이라는 말의 의미를 뼈저리게 느꼈다. 액티브 시니어가 되겠다고 시작한 일이 인생 후반의 치명적 오점으로 남을 뻔했다. 주말의 무리한 일정, 불필요한 조급함, 안전에 대한 부족한 감각 등 아쉬움 투성이다. 꼭 체험을 해봐야 중요성을 깨우치는 우둔함에서 벗어나고 싶다. 사고는 예고가 없다. 오직 안전에 대한 냉철한 주의력 만이 예방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