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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철 Jun 15. 2021

그놈의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초초초 단편 소설]

 해가 질 무렵 빼곡히 세워진 빌딩 사이로 직장인들이 하나둘 터덜터덜 길가로 쏟아져 나온다. 태식은 갈색 롱코트의 깃을 정돈하며 핸드폰의 메시지를 확인한다. "태식 퇴근했냐? 우리 지난번에 모였던 그 맥주집으로 얼른 달려와라 또 늦으면 너 빼고 시작한다"


 "야~ 이태식! 여기야 여기!" 


태식이의 오랜 친구 병철이는 태식을 보며 손을 좌우로 힘차게 흔들었다.


 "야 진짜 칼퇴하고 바로 달려왔다 팀장 눈치 보느라고 진짜..."

 "됐고 빨리 들어가자 춥다"


 태식은 병철의 오른쪽 어깨에 손을 걸치며 호프집 안으로 들어간다. 


 "야 빨리빨리 안오냐?"


 병철과 같이 태식의 오랜 친구 수민은 수저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태식에게 호통친다.


 태식은 수민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코드를 의자에 걸어놓고 자리에 앉았다.


 "야 여기를 또 왔어? 너네는 이 핫한 강남에서 매번 이 집만 오냐? 뭐 너희들 여기 지분 있냐?"

 "그럼 네가 좀 핫한 술집 좀 찾아봐"

 "진짜 이제 너네들이랑 못 놀겠다 다음에는 만날때는 나한테 미리말해."


 대부분 직장인으로 보이는 손님들과 빼곡히 밀집되어 있는 테이블이 매우 복잡하다.


 태식은 메뉴판을 펼쳐놓으며 손가락을 메뉴판 위로 살포시 올린다.


 "그래서 뭐 먹냐? 치킨이랑 맥주 대충 시키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후라이드 치킨과 생맥주 500미리 3잔이 작은 테이블을 옹기종기 가득 채운다.


 병철은 맥주잔을 들어 올리며 안부를 묻는다.


 "태식! 회사 생활은 할만하냐"

 "이직하느라 개고생 했는데 이번 회사는 좀 오래 다니고 싶다"

 "그래 이번에는 좀 진득 하게 다녀봐"

 "그게 내맘대로 되냐 일단 잘 다녀 봐야지 뭐..."


 태식은 이전 회사의 경영난으로 인해 권고사직을 당하고 새로운 회사로 이직했다. 이것이 심적으로 힘들었던 큰 이유는 아니지만 2년간 만났던 여자 친구와 헤어지게 된 계기다.


 "너네 여자 친구는 잘 만나고 있냐?"

  태식은 마음이 답답했는지 단숨에 맥주 절반을 벌컥 들이킨 후 능청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병철과 수민은 늘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였다.


 "태식 너는 연애 안 하냐? 한 1년 솔로이지 않아?"

 "만나고 싶지 근데 그게 뭐 쉬운가.. 어릴 때야 그냥 여기저기 소개팅으로 만나고 이상형을 발견하면 무작정 가서 번호도 물어보고 만나고 그랬지. 지금은 30대가 되니까 뭔 놈에 따질게 이렇게 많은지 쉽지 않더라"


 "그래 맞아 나중에 나이 더 들면 사람 만나기 쉽지 않을걸?"

  수민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나도 진짜 드라마나 영화처럼 운명적인 만남을 하고 싶거든? 그런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또 그놈의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뭐 자만추? 그런 얘기 하는 거야? 드라마 좀 그만 봐라"

 병철은 늘 그렇다는 듯이 퉁명 거리며 대답했다


 "아니 왜 있잖아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데 우연히 어떤 아름다운 여성하고 부딪힌 거야 근데 그 둘이 오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하는 거지. 아니면 혼자 여행을 하는데 나와 똑같이 혼자 여행 온 여성분을 우연히 만난다거나 뭐 이런 거? 그런거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


 태식은 침까지 튀기며 열변을 토했지만 병철과 수민의 눈은 이미 호프집 텔레비전을 향하고 있었다.


 "야 시답잔은 얘기 그만하고 2 차가자 2차"

 "그래 어디 갈까? 맥주 한잔 더 할까"


 병철과 수민은 서두르듯 겉옷을 챙겨 이미 계산대로 향하고 있었다.


 태식은 한 손에는 코트 다른 한 손에는 핸드폰과 지갑을 잡은 채 걸어 나왔다.


 "어! 죄송합니다..."


 태식은 옆 테이블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자와 부딪히며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청바지에 흰색 스웨터를 입은 여자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했고 핸드폰을 주우려는 태식의 손은 실수로 여자의 손등을 잡았다.


 "아! 죄송합니다... 어디 다치지는 않았나요?"


 태식은 여자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덩달아 지갑과 코트까지 모두 바닥에 떨어뜨렸다.


 병철과 수민은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한마디 했다.


"쟤가 말한 게 바로 저런 거야? 근데 옆에 남자친구 인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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