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아침을 : 2025년 6월 16일
부지런히 눈을 뜬다. 새벽녘에 늦게 잠든 것이 기억나 눈을 뜨고서도 한참을 멀뚱 거리다가 몸을 일으켰다. 며칠이나 내린 비가 무색하게 햇살이 내리쬐는 아침이다. 교토의 여름은 사실 무시무시하다는 의견이 일반적인데, 반론할 여지가 없다. 여름이 오는 것 같아 어쩐지 살짝은 무서운 마음이 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간추려놓은 아침식당 리스트를 살펴본다. 좋아하는 가게들을 저장해 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가는 것이 요즘 자주 하는 일중 하나인데, 정말 오래전부터 한 번은 가봐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곳을 가보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겠다고 마음먹고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뜨거우면 얼른 주차장으로 노선을 틀 생각을 품고 현관문을 나섰다. 다행히 아직 한여름은 아니다. 약간 촉촉하게 습기를 머금은 공기 덕분인지, 오래간만에 바른 선크림 덕분인지 이 정도면 자전거도 괜찮겠다 싶은 날씨다.
데마치야나기의 커피 하우스 마키에 도착했다. 소박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생각보다 깔끔하고 넓은 현대식 킷사텐 느낌이 들었다. 매번 도로가의 낡은 간판만 구경하며 지나쳤는데, 뒤쪽문에서 살펴보니 작지만 멋스러운 2층 건물 한 채를 통째로 쓰고 있었다. 게다가 주차장도 있는 카페는 교토에서 귀하게 느껴진다.
오래된 간판에는 1963이라는 숫자가 적혀있다. 내 부모님이 태어날 무렵에 시작된 가게라고 생각하면 어쩐지 달갑기도 하고 까마득히 멀게도 느껴진다. 실내는 예전 그 모습 그대로는 아니겠지만, 오래전부터 동네 사랑방역할을 해온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주문을 하고 둘러보니 먼 곳에서 나들이 온 것처럼 보이는 여자아이들 무리와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나처럼 혼자 않아 조용히 아침을 맞이하려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좌석을 채우고 있었다. 월요일 아침부터 사람들이 이렇게 모인 것을 보면 이게 동네 사랑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주문은 역시 모닝세트. 이것을 맛보려고 온 거니까. 커피하우스 마키는 다양한 원두를 갖춘 핸드드립커피도 자랑이지만, 독특한 비주얼의 모닝세트도 인기다. 토스트세트보다 조금 비싼 시그니처 모닝세트를 주문했다. 특별히 시간을 때우러 가는 공간이 아니라면, 보통은 시그니쳐 메뉴를 주문하는 편이다. 핸드드립 카페라면 그 가게만의 레시피인 블랜드커피를 맛보는 일도 꽤 즐거운 일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