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아침을 - 홈메이드 모닝구
찹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졸졸 부어가며 엄지손톱크기만큼 떼어낸 반죽을 손바닥에 동글린다. 우동으로 유명한 일본 사누키현의 족타우동가게가 이야기가 생각났다. 정성도 정성이지만 사장님은 우동이 귀여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반죽을 밟아 만든다고. 새알심 너희들도 어여쁜 이름만큼 귀여워져라.
단단히 대기하고 있던 핸드블랜더로 말캉해진 단호박을 으깨 찹쌀가루와 섞어 냄비에 넣었다. 죽은 작고 얕은 불로 찬찬히 달래 가며 저어야 한다. 불이 세면 마그마처럼 냄비밖으로 튀어나가는 일은 예사다. 내가 먹는 것이 내 몸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더 정성스레 젓게 된다. 너무 빨리 뜨거워지지 않도록, 조금씩. 더 천천히.
아침에 신나게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까지 좋아졌다. 아픈 것은 금세 잊고 당장 맛보지 않고는 배길수가 없어 얼른 한국자를 퍼냈다. 새알심도 잊지 않고 두 개. 갓 만든 음식을 먹지 않고 둔다는 건 아무래도 나에게도 음식에게도 예의가 아닐지도 모르니까.
고기에 간장을 부어두면 갈비가 되는 줄 알고 있던 시절을 지나(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였다) 단호박에 물을 넣고 휘휘 젓기만 하면 단호박죽이 되는 줄 알았던 시절을 또 지나, 이렇게 어엿한 단호박죽을, 새알심이 콩콩 박힌 멀쩡한 단호박죽을 만들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가끔은 어른이 된 것이 뿌듯하게 느껴진다.
다음 날. 냉장고에 넣어둔 단호박죽을 살짝 데우는데 어쩐지 만들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달콤한 군고구마 냄새가 났다. 단호박죽을 찬찬히 저을수록 검댕이가 묻어 나왔다. 아아..
일단 한 그릇 야무지게 먹고, 또 한 그릇을 퍼내려니 냄비 바닥에 눌어붙은 부분까지 싹싹 퍼내자 금빛 단호박죽에 짙은 갈색빛 검댕이가 가득이다. 어쩐지 이건 구운 단호박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 태워먹은 남편에게 잔소리한 것이 살짝 미안해지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고구마의 세계에서도 찐 고구마보다는 군고구마가 맛있긴 하니까.
<아침식사로 좋은 단호박죽 만드는 방법>
1. 단호박을 찐다. (찜기에 올리거나 전자레인지도 가능)
2. 찹쌀가루에 소금 한꼬집을 넣고 뜨거운 물을 졸졸 부어가며 반죽덩어리를 만든다.
3. 작게 동글리며 새알심을 만들고, 쪄진 단호박은 껍질을 까낸다.
4. 단호박은 물을 약간 넣어 블랜더로 으깨 섞는다. 찹쌀가루 흩뿌려 넣고 날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조금 더 섞어준다.
5. 냄비에 옮겨 담고 약한 불에서 저어가며 새알심이 익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