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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써니 Oct 25. 2022

저녁형 엄마의 나이쓰모닝

극단적으로 사람을 둘로 나누어본다.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



저녁형 인간과 아침형 인간의 차이점에 대해 누군가 말했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우쭐대는 것 말고는 다를 것이 없다는 우스운 짤을 보고 묘한 안도를 했던 기억이다. '아, 고작 그 정도구나...' 미지의 세계이자 한 번쯤 들여다보고 싶기도 했던 그들의 '아침 시간'이 사실은 별 것 아닐 거란 생각에 '아침'에 대한 이상한 궁금증은 내려놓기로 했던 적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때 나의 '그' 생각은 틀렸다. 아침형 인간은 충분히, 지금보다 훨씬 더 우쭐대도 된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나는 저녁만 되면 기운이 났다. 해가 떨어지면 배가 고프고 정신이 더 또렷해졌다. 아무래도 낮에 노는 것보다야 밤에 노는 게 재미있었고, 낮에 먹는 것보다 밤에 먹는 것들이 맛있었다. 어디선가 우연히 만났던 도인 같은 할아버지는 쥐띠가 밤에 태어났으니 밤만 되면 활동을 하겠다며 귀띔을 해주셨다. 혼잣말처럼 흘려하신 말씀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도인이셨는지도 모르겠다.


혼자일 때는 저녁형 인간도 나쁘지 않았다. 굳이 아침형 인간이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기상 시간은 적당히 출근 시간에만 맞추면 될 뿐이었다. 조금 무기력하게 아침 시간을 보낸들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정신없는 일과를 보내고 퇴근 이후에나 나의 시간이라 생각했으니 더더욱 그 저녁 시간이 소중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일찍 잠들어버리면 오히려 그게 더 아쉬웠던 그런 젊은 날이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도 저녁시간을 포기할 수 없었다. 유일한 나의 시간이라는 생각에 애착만 더욱더 강해졌다. 아무리 피로하고 얼굴빛이 검어질 정도로 떼꼰해도 감기는 눈을 부릅떠가며 티브이를 틀고 야식을 먹고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꼭 보고 싶었던 것도, 꼭 먹고 싶었던 것도, 꼭 해야 했던 것도 아니지만 그냥 무어라도 해야 했다. 그게 나를 위한 시간이라고 착각했었다. 그 피해는 그대로 아침 시간으로 전가되었다. 기상은 더 어려웠고 오전 시간은 더 무기력했다. 아이를 보고 억지 미소를 지어봐야 영 생기란 없었다.







미라클모닝이라는 게 유행이었다. 사실 많은 이들이 한참 전부터 실천하고 있었지만 게으른 자에게는 이런 소식도 늦게 닿는 법이다. 새벽 시간의 효용을, 가치를, 기적을 말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뒤늦게 들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그런 부지런한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긴 덕분이었다. '아니, 대체 얼마나 좋길래..?' 모두가 새해 다짐의 1순위로 내세울 만큼 그리 좋은 이유가 무얼지 호기심이 일었다.


해봐야겠다. 그리 궁금하면 그들의 후기만 볼 것이 아니라 직접 해보는 것이 최선이었다. 다만 근 40년을 저녁형 인간으로 살다가 한순간 미라클 한 아침을 맞이하면 큰일이 날지도 몰랐다. 옛 어른들이 그러셨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안 된다고... 그래서 나만의 아침에 이름을 붙였다. '나이쓰 모닝' 나는 나의 아침으로 기적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무리하지 않는 삶을 추구한다. 그저 좋은 기분 좋은 얼굴 좋은 상태로 하루 일과를 시작해보는 것. 딱 그만큼만을 목표로 했다. 나 같은 사람은 무리한 목표를 잡으면 제풀에 꺾여버린다. 적게 바라야 오래 지속한다.


남들이 미라클 하게 새벽 4 5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할  나는 꿀잠을 잤다. 6시가 한참 지나 동이  무렵에만 눈을 떠도 나에겐 충분했다. 이전엔 겪어보지 못했던 아침 시간의 공기는 생각 이상으로 흡족했다. 고요했고 상쾌했고 여유로웠다. 저녁시간의 나에게 티브이나 핸드폰, 야식과 맥주가 있었다면 아침시간의 나에게는 따뜻한   잔과 가벼운   , 하얀 노트북이 있었다. 갖고 있는 것이 다르니   있는 것들이 달라졌다. 정신이 놀라지 않을 만큼 적당히 미지근한 물로 세수를 하고  몸을 쭉쭉 늘려 기지개를 켜는 일만으로도 정신이 드는  같았다. 처음엔 책을 읽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책을 썼다.  책이  손에 닿을 때까지  일은  오래 지속되었던  같다.







게으른 엄마에게 아침의    시간은 굉장히  선물이었다.  시간을 부지런히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기어코 찾아낸  틈새 덕분에 분주한 아침, 아이와 조금  살가운 때를 보낼  있었다. 물론 한시간을 미리 일어나기 위해서는 두시간은 일찍 잠들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시간에 쫓기면 미간에 주름부터 잡히는 사람으로서 여유로운 아침이 주는 안정감은 돈으로도   없는 것이었다.


남들보다 미라클 하진 못할지언정 충분히 나이쓰  모닝이라는 데에는 아무도 반박할  없을 것이다.  글을 쓰며 한동안 잊고 있었던 나의 나이쓰 했던 모닝을 다시금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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