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식은 혼자가 아니라 여러 명일 때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는 경향이 있다. 다 같이 하는데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하는 막연함과 우쭐대는 심리가 이를 더욱 부추긴다. 이것이 패거리의 심리라 하겠다.
죄의식의 분산은 죄의 무게를 서로 나누어짐으로 당연히 느껴야 할 죄의 무게를 가볍게 만든다. 특히 전체국가의 전쟁은 수많은 인명 살상에도 불구하고 침략의 야욕으로 말미암아 책임져야 하는 일에서 죄의식의 분산 효과를 낳았다. 이로 인하여 아직까지도 제대로 사과를 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의 경우 전체주의 국가로서 국가의 전쟁 수행명령은 국가의 안녕과 질서 보존이라는 명분과 더불어 동북아 패권국의 지위를 확보하는 일에서 대의명분을 얻는다.
여기에서 수많은 만행과 살인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또한 지도자들은 직접 전쟁에 참여하지 않으므로 죄의식의 분산효과를 갖는다. 문서를 만들거나 군수 물자를 만들어 보급하는 등의 일은 사실상 살인을 지원하고 있지만 책임은 분산되는 것이다.
이에 한 나라가 국민을 등에 업고 전쟁을 치르면, 일본인의 개개인의 가치관은 없어지고 국가의 대의명분만 남는다. 국가가 살인을 계획하고 허가하고 허가를 받은 살인을 하게 된 국민들은 이 역시 죄의식의 분산으로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과 그 국민이 죄의식이 없는 까닭은 국가의 책임이 크다 하겠다. 국가에서 죄의식의 분산을 위해 회피하며 분산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자신의 나라가 저지른 중대한 범죄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의 정치인들이 한몫을 하고 있다. 시시때때로 자신들의 죄를 부정하며 책임을 면피하는 망발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대표적으로 우익의 국민이 많아 아직도 전체국가의 모습을 하고 있다.
게다가 특유의 집단주의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기 힘들다. 이에 얻어진 별명이 예스맨이다. 그들은 대놓고 앞에서 반대를 표명하지 않는다. 이에 숨겨진 국민들의 생각을 읽을 수도 없으며 정치인들은 이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입맛대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일본의 총리들은 이를 잘 이용하기로 유명하다. 그들은 수많은 우익단체를 지원하여 국민들의 시위를 이끌어낸다. 결국 자국의 이익만을 위하여 타국에 대한 만행을 저지르고 또한 사과하지 않고 있다. 용서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문제를 덮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한나 아렌트)은 죄의식의 분산의 대표적인 예이다. 아이히만은 항변을 한다. 나는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것, 그는 죄의식이 조금도 없었다. 즉, 누군가 할 일을 자신이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죄의식의 분산은 지극히 타락한 대의명분으로 일을 수행 한다. 즉, 자신의 죄를 잊게 하는 것이며 마비된 죄의식으로 수백만 명을 살상하더라도 잘못이 없다고 항변하는 태도라 할 것이다.
그러나 독일은 주변국에 사과를 위해 큰돈으로 피해보상을 하였으며 거듭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무릎을 꿇었다. 일본은 사과는커녕 용서를 구하지도 않으며 보상은커녕 오히려 잘못이 없다고 큰소리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대표적인 패거리 심리의 예라 하겠다.
또한 숫자가 죄의식의 분산을 가져온다. 많은 사람이 어떤 일에 참여하고 있다면 죄의식은 분산되고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상대에 대한 자유의 억압, 인격의 비하, 여타의 수많은 억압, 테러 등이 죄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자명한 것이다. 심지어 최근 모인 숫자만으로 자신들의 정의를 외치는 우를 범하는 단체를 목도하게 된다. 이 또한 죄의식의 분산이다. 이익집단이나 정치집단에서 특히 많이 발생한다.
인터넷에서 죄의식의 분산은 더욱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익명성으로 하여 자신의 모습이 정확하게 포착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에 동조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동조하는 행동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닐 텐데도 순간 사람들은 착각에 빠져 ‘이것은 죄가 아니다’는 인식과 함께 ‘자신의 행동이 옳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데 이는 대표적인 죄의식의 분산이다.
예를 들어 ‘맞아도 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인격과 존재에 관한 문제이며 법이 판단할 일이지 개인이나 집단이 판단하여 폭행으로 죄를 물을 일은 아니다. 특히 중동에서 명예살인이나 명예처벌 등은 세계적으로도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양심이라는 것도 없는 사람과 사회가 너무 많은 세상이다.
한 여학생을 성추행 및 성폭행한 10명의 중고등학생들의 사건(2018. 7. 5일 자 JTBC 사건반장)을 맡은 백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가해자들이 미리 장소를 물색하고 각목을 준비하였으며 핸드폰의 유심칩을 제거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면서 폭행을 5시간이나 지속하였다는 것을 밝혔다.
함께 때리는 행위는 죄의식의 분산의 대표적인 형태다. 처음에는 살살 때렸을지 모르나 때리다 보면 곧이어서 분노조절장애가 발생한다. 분노조절장애는 어떤 행동을 하면서 합리화와 함께 그 행동을 더욱 가속하게 하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여럿이 함께 때리게 되면 군중심리가 작용하고 서로 경쟁하듯이 더 때리는 상황이 온다. 즉, 죄의식의 분산이 쉽게 이루어져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또한 때릴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강도가 높아지는 위험이 강하게 대두된다.
어린아이를 체벌할 때도 마찬가지의 현상이 나타난다. 어린아이를 처음에는 톡톡 때리면서 훈계를 하다가 자신이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곧바로 분노조절장애를 일으킨다.이에 ‘톡톡’이 ‘퍽퍽’이 되고 심하면 ‘콱콱’으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에 아이를 죽이기도 하는 상황에 도달한다. 요즘 뉴스에 등장하는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로 인한 치사사건이 바로 그런 예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