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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적 댓글의 내면

by 휘루 김신영 Jul 14. 2023

<가학적 댓글의 내면>


온라인 공간에서 예절은 실종된 지 오래되었다. 에티켓이나 네티켓이 없는, 도무지 예절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악플러는 가학적 댓글을 아무렇지도 않게 올리는 현상이 난무한다. 더 자극적이고 더 센 단어를 골라가며 상대나 여타 이용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가학적 댓글을 쓰는 사람은 무엇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글을 올릴 수가 있는 것일까? 이를 결핍을 숨기기 위한 폭력성과 위선이라고 에리히 프롬은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여기서 가학적 글을 쓰는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들의 인정욕구를 든다. 즉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사람은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기 때문에 가학적 글을 통해서라도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하여 어떤 행동도 서슴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소외된 상황을 삶의 부재로 여기며 자신을 드러내고자 다. 이때 타인을 자신에게 복종시키는 방법으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거나, 어떤 형태의 글이든 자신만 드러내면 된다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타인의 고통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직 자신만 드러나면 된다. 자신이 우위를 차지하거나 댓글에 댓글이 달리면서 드디어 존재한다고 느낀다. 혹시 자신으로 인하여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욱 만족감을 느낀다. 학대하면서 쾌감을 얻는 사디즘 등으로 범법행위일지라도 자신이 드러나면 존재감을 느끼며 즐거워하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모두 가학적 행동으로 규정할 수가 있다. 논리적이거나 논쟁거리가 아닌 것을 가지고 자신보다 아래에 있다 생각되는 상대방을 무시하고 약 올리며 괴롭히는 것이다. 익명성의 공간에서 진흙탕 싸움이 흔히 유발되는 이유다. 거기에 돈이나 학벌, 인맥, 외모, 옷차림, 등 별별 것들을 내세워 쌍욕을 쏟아낸다.


심지어 아무 상관없는 엄마나 가족을 등장시켜 욕을 하는 것이 논란거리가 된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다. 이에 상대도 분노가 극에 달하여 심한 말을 쏟아낸다. 가학의 악순환이다.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슨에 의하면 유전자는 생존을 위해서 이기적 선택을 한다는 설정으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다. 댓글을 쓰는 사람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극단의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요아킴 바우어는 이에 반기를 들면서 『협력적 유전자라는 책에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려는 소통자로서 유전자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이에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댓글을 쓰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기보다 이타를 선택하고 가학보다 소통을 선택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하겠다. 가면을 벗고 자신을 드러내는 행동은 당연한 것이다. 가면을 쓰고 그 뒤에 숨지말라!

 

이기주의든 협력이든 자신이 선택할 문제라고 말할지 모르나 이성적 인간으로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더 나은 선택을 하는 의지는 분명하게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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