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경악할만한 것은 인터넷에서 익명성의 가면이다
익명성은 일종의 가면이라 하겠다. 가면 뒤에 숨은 얼굴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조선 후기에 가면극이 유행한 것도, 여성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 가면을 쓴 것도 모두 실명이 밝혀졌을 때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가면을 쓰는 것이다.
가면극은 양반이라는 계층을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할 때 적절하게 작용하였다. 그 결과 생겨난 것이 양주 별산대놀이나 봉산탈춤이다. 여기에서 가면은 당시의 특권계급과 형식적인 윤리에 대한 비판 정신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며 민중에게 당시의 허위로 가득 찬 지배계층을 통쾌하게 비판하여 선보임으로 각광을 받았다. 당대의 악폐와 더불어 양반층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정신은 서민문화의 주류를 이루며 발전하여 왔다.
지난 2016년 여름 대학 재단의 문제점을 들고일어난 모 대학교의 가면극 시위는 학내사태를 공개적으로 알리며 당시 정권의 부정부패를 알리는 단초가 되었다.
가장 경악할만한 것은 인터넷에서 익명성의 가면이다. 특히 댓글을 유도하고 정도가 심한 댓글일수록 포상을 주는 것으로 돈을 버는 n 번 방 사건은 충격적이다. 사람을 포섭하고 약점을 잡아 그것을 이용하여 사육하듯이 가학적 행동을 찍게 하고 그것을 동영상으로 올리고 돈을 받고 팔았다. 또한 여기에 더하여 가학적 댓글을 조장하여 더욱 심한 댓글을 달고 놀리면서 찌질이라고 킬킬대는 그들은 같은 사람인가? 아무리 어려도 무엇이 잘못인지는 알 것이 아닌가?
누군가가 괴로워하는 상황이 자신에게 돈이 되고 즐거움이 된다면 아무래도 괜찮다는 의식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마비된 그들의 감각은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게임상에서 유저들의 극악하고 험악한 말을 그대로 실제 사람에게 행한다는 것은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갖는 것일까?
게임의 유저는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은 여성을 비하나 놀리는 대상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일이 흔하다. 욕설은 물론 상대에 대한 비하나 욕설, 놀림과 모욕이 비일비재하는 공간이다. 게다가 유저가 여성으로 밝혀지면 농도가 급선회하여 비하와 성을 모독하거나 모욕을 주는 거친 언어가 남발한다.
이는 게임을 운용하는 회사에서 강력하게 차단해야 한다. 그래도 된다고 어린 시절부터 생각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익명성과 결합한 게임회사의 운영정책은 무감각한 사람을 길러내고 있으며 그들의 정화되지 못한 언어를 마구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회사들의 철저한 각성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