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하루가 잠들지 못한 자리
잠들지 못하는 밤은
생각이 많아서가 아니라
생각이 제자리를 찾지 못해서 온다.
불을 끄고, 눈을 감았는데
아직 버리지 못한 미련이,
아직 떨치지 못한 후회가
여전히 내 안에서 서성이고 있다.
이미 끝난 말들,
하지 않아도 되었을 선택들,
지나간 기억이 내 머리맡에서
차례를 기다린다.
시계는 시간을 밀어내고
조금만 더 내려놓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나는 잠을 설득하지만,
불면은 쉬지 말라는 벌이 아니라
멈추지 못한 마음의 증상이다.
몸은 누워 있는데
마음은 아직 귀가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잠 대신 밤을 견디며
아무도 듣지 않는 생각들을 조용히 정리한다.
아침이 오면
이 밤은 없던 일이 되겠지만
나는 안다.
불면증은 잠들지 못한 밤이 아니라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버린 사람에게
조용히 남는 흔적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