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사회학3

왜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 시끄러워질까?

by NaeilRnC

누군가 술을 마신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공간의 소리가 달라진다. 대화는 점점 커지고, 웃음은 길어지고, 목소리는 한 단계씩 올라간다. 조용하던 테이블은 어느 순간 작은 무대처럼 변한다.


누군가는 크게 웃고, 누군가는 같은 말을 반복하고, 누군가는 평소보다 훨씬 큰 목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곧 이렇게 말한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


흥미로운 점은 이 장면이 아주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술자리는 종종 조용하게 시작해서 시끄럽게 끝난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왜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 시끄러워질까. 가장 단순한 설명은 술이 사람의 억제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스틸(Claude Steele, 1990)은 「Alcohol Myopia: Its Prized and Dangerous Effects」(알코올 근시: 그것의 매혹적이고도 위험한 효과)에서 술이 인간의 인지 범위를 좁히고, 장기적 결과보다 현재의 자극과 감정에 더 강하게 반응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알코올 섭취는 지각적·인지적 기능을 좁히는 효과를 갖는다.”


스틸의 설명에 따르면 술을 마신 사람은 멀리까지 생각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자극에 더 집중하게 된다.

상대가 웃으면 더 크게 웃고, 분위기가 올라가면 더 크게 반응하고, 자기 말이 재미있다고 느끼면 더 오래, 더 크게 말하게 된다. 술을 마신 뒤 사람이 시끄러워지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하다. 자기 목소리를 조절하는 내부 브레이크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술을 마실 때 훨씬 더 시끄러워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개인의 억제 약화만이 아니라 집단의 감정 증폭이 작동한다.

뒤르켐(Émile Durkheim, 1912)은 『Les formes élémentaires de la vie religieuse』(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에서 사람들이 집단 속에서 감정을 공유할 때 평소보다 더 강한 에너지와 흥분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뒤르켐은 이를 집합적 열광(collective effervescence)이라고 불렀다.


“어떤 사회도 그 통일성과 개성을 이루는 집단적 감정과 집단적 관념을 주기적으로 고양하고 재확인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사회는 없다.”


뒤르켐의 이론을 술자리에 적용하면 흥미로운 장면이 보인다. 술자리의 소음은 단순히 각자 취해서 커진 목소리의 합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같은 감정에 동시에 올라타며 만들어내는 집단적 증폭에 가깝다.


누군가 웃으면 옆 사람도 웃고, 한 명이 목소리를 높이면 다른 사람도 따라 높이고, 분위기가 올라가면 그 방 전체의 데시벨이 함께 오른다. 술자리의 소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파동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왜 우리는 같은 크기의 소리라도 술자리에서는 어느 정도 허용하고, 다른 공간에서는 쉽게 참지 못할까.

예를 들어 회의실에서 누군가 술자리만큼 큰 목소리로 웃고 떠들면 사람들은 곧바로 불쾌해한다. 하지만 술집에서는 그 소리가 종종 “분위기”로 번역된다. 이것은 결국 소리가 단순히 물리적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 속에서 해석되는 사회적 의미의 문제라는 뜻이다.


고프먼(Erving Goffman, 1959)은 『The Presentation of Self in Everyday Life』(일상생활에서의 자아연출)에서 사람들은 사회적 상황에 따라 자신을 특정한 방식으로 연출한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다른 사람들 앞에 나타날 때 그는 상황에 대해 타인이 받게 될 인상을 통제하려는 다양한 동기를 갖는다.”


고프먼의 관점에서 보면 술자리는 애초에 “조용하고 절제된 자아”를 연출하는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어느 정도의 웃음, 소란, 과장된 반응이 허용되는 공간이다. 그래서 술자리의 큰 소리는 단지 소음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친밀하다”, “지금 우리는 즐겁다”, “지금은 규칙이 느슨해진 시간이다”라는 메시지로 읽히기도 한다. 같은 소리라도 회의실에서는 무례가 되고, 술집에서는 친밀감의 신호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술을 마시면 시끄러워지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하나는 술이 사람의 인지적 억제를 약화시키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집단이 감정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며, 또 하나는 술자리가 애초에 소란스러움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사회적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자리의 소음은 단순한 소음이 아니다. 그것은 종종 억제의 해제, 감정의 증폭, 상황 규범의 완화가 한꺼번에 드러나는 장면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다시 질문은 남는다. 술을 마시고 목소리가 커진 사람은 정말로 평소보다 더 솔직해진 것일까. 아니면 그는 단지 억제를 잃은 채 집단의 분위기에 휩쓸리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술을 마신 사람을 두고 “본성이 나온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쩌면 술자리에서 커지는 목소리는 본성의 폭로라기보다, 알코올과 집단이 함께 만들어낸 사회적 상태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이해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술 마시고 너무 시끄러워지는 사람들을 보면 피곤하다.

어쩌면 그것 역시 내가 어떤 소리는 ‘분위기’로, 어떤 소리는 ‘민폐’로 구분하는 이 사회의 규칙을 오래 배워왔다는 증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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