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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붙박이별 Apr 02. 2024

커피값정도 됩니다.

다시 봄, 내 삶에서 달라진 것.


# 작년 봄, 나는 어디에 있는가


 평범하다고 자부했던 삶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작년 봄이었다. 성실한 직업인이었지만 완벽한 교사는 아니었고, 직장 다니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들을 위해 보냈지만 좋은 엄마는 아니었다. 집안의 대소사에 앞장섰지만 다정한 아내는 아니었고, 부모님께 의무를 다했지만 살가운 딸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교사, 엄마, 아내, 딸... 그 어디에서도 나는 없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끊임없는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처음엔 이따금씩 밀려들던 생각의 단상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부피를 키워갔다. 불면증의 깊이도 조금씩 더해갔다.



# 나를 찾는 방법 3가지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가을의 초입에 서 있었다.  두 계절을 지나며 몇 가지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첫째, 생각은 계속하면 할수록 부정적인 부분으로 흘러간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빠른 결단이다. '만약에' 또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망설이면 기회는 지나가 버린다.

째, 결단의 중심에는 내가 있어야 한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역할에 몰두한 나머지 자신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삶의 수많았던 결단의 순간, 그 중심에 내가 있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셋째, 해보지 않으면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무엇이든 해보자. 해보고 안되면 또 다른 걸 해보자. 찾을 때까지.



# 인디언의 기우제


 인디언의 기우제는 실패하는 법이 없다. 왜냐하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기우제도 이런데 하물며 나를 찾는 일이다. 작년 가을, 닥치는 대로 다이어리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12월에는 브런치에 글을 써나갔다. 그리고... 하나 더. 15년 전 육아일기를 끄적이던 블로그에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애드포스트(광고) 신청도 했다. 해보지 않으면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 수 없으므로. 그리고 지난 3월 중순, 처음으로 애드포스트 수익이 생겼다. 티끌만큼 작은 수익이었지만 행복했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고,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고, 티끌 같은 수익까지. 이 작은 성공들을 통해 부유하던 나의 퍼즐조각들을 서서히 맞춰가고 있다.



 며칠 전 겸직신청을 하기 위해 교감선생님께 블로그를 하고 있고 수익이 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이 말씀을 드리기 위해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고민했다. 너무 수익이 작아서 창피한 생각이 들기도 했고, 블로그를 한다는 사생활을 직장 상사에게 알리는 것도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남들에별것 아닐 그 한마디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으므로.

"선생님, 수익이 얼마나 되시나요?"

"네, 커피값정도 됩니다."

다시 봄, 내 삶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목구멍으로 삼켰던 수많은 말들을 조금씩 입 밖으로 꺼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 조금 센 언니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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