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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붙박이별 Apr 06. 2024

용기도 새벽배송이 된다면

용기대신 커피콩 한 봉지를 주문했다.

# 새벽배송이 가져온 삶의 변화


"카톡"

 새벽배송 완료 알림 문자가 울린다. 부리나케 날려나가 보니 문 앞에 택배상자가 고이 놓여있다. 어젯밤 잠들기 전 구매한 밀키트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나에게 새벽배송은 든든한 조력자다. 장보기도 대신해 주고, 아이들 준비물도 클릭 한 번이면 문 앞으로 배송해 주니 이보다 고마울 순 없다.

 직장맘으로 정신없이 살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돌발 상황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퇴근하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저녁식사 준비할 재료가 없다거나 아이가 준비물을 밤 10시가 넘어서야 말을 한다거나 내일 아침 출근길에 마실 커피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거나 하는 경우들이다.

 예전 같으면 배달을 시켜 먹는다거나 지인 찬스로 준비물을 빌린다거나 그날 하루는 카페인의 힘없이 버텨냈을 것이다. 하지만 새벽배송은 모습을 변화시켜 놓았다.

 클릭 한 번이면 맛난 저녁식사, 완벽한 준비물 준비, 여유 있는 커피 한잔의 출근길이 보장된다. 새벽배송으로 삶은 한층 여유롭고 완벽해졌다.


# 밤 12시의 신데렐라


 밤 11시가 넘으면 마음이 급해진다. 밤 12시 이전에 주문해야만 내일 아침 배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12시가 지나면 모습이 변하는 신데렐라처럼 주문하는 손가락이 바빠진다. 늦은 저녁이 되면 할인 상품도 늘어나고, 생각보다 많은 신데렐라들이 장을 보기 시작하기 때문에 느린 클릭은 품절로 이어진다. 즉, 새벽배송 주문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마감시간을 준수해야 하며 필요한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과 빠른 클릭을 할 수 있는 '순발력'이 요구된다.

  다음날 새벽, 문 앞에 놓인 전리품 보면 뿌듯함에 어깨가 한껏 올라간다.

  새벽배송으로 조금은 더 행복한 내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출처:Pixabay

# 용기도 새벽배송이 된다면


 "카톡"

 새벽배송 완료 알림 문자가 울린다. 문 앞에 택배상자가 고이 놓여있다. 상자 안에는 향긋한 커피콩 한 봉지가 들어있다. 바리스타 시험을 2주 앞둔 69세 엄마의 연습용 커피콩이다.

 엄마는 돋보기를 쓰고 동영상과 메모노트를 꼼꼼히 읽어가며 연습 중이다. 늘 가스레인지 앞에 서 있던 엄마가 커피기계 앞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모습이 낯설다.

"나 머리가 아파 죽겠어. 젊은 사람들은 잘하는데 나는 느려서 큰일이야."

 엄마는 이 한마디를 내뱉고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다. 삶을 헤쳐나갈 용기가 필요한 순간. 마음속 깊이 숨겨놓은 용기 한 톨까지 싹싹 긁어모아야 하는 순간. 옆사람에게라도 기대어 용기를 빌리고 싶은 순간.

 엄마에겐 지금이 그때인듯하다. 엄마가 만들어준 카페라떼를 마시며 물개박수를 쳤다.

"엄마, 진짜 맛있다. 정말 카페에서 파는 라떼같아. 엄마 친구들 중에 라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을걸. 도전하는 게 중요한 거야. 합격까지 하면 감사한 일이고."


 용기도 새벽배송이 된다면 12시 전,  품절이 되기 전에 '무사히 시험을 치러낼 수 있는 담대함의 용기'주문할 텐데... 나는 오늘도 용기대신 연습용 커피콩 한 봉지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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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넘버 3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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