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푹 빠져있는 드라마가 있다. 절망에 빠진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바꾸려 한다는 내용이다. 아직 종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는 알 수 없지만 현재가 꼭 바뀌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혈 시청 중이다. 한참을 재밌게 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중학생 아들이 뜬끔없이 질문을 한다. 학교만 다녀오면 글 쓰네 뭐 하네 하며 노트북만 붙들고 있던 엄마가 TV속에 빠져있는 모습이 의아했던 모양이다.
"엄마, 엄마는 과거로 돌아가서 딱 5글자만 말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할 거야?"
역시 중학생답다. 출제자의 의도를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이상한 질문이다. 아무튼 질문이니 진지하게 고민을 해본다.
# 출제자의 의도 2
긴 인생은 아니지만 40여 년을 살다 보니 후회되는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후회라고 하면 꽤나 거창하고 아쉬움정도라도 부를만한 것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 하나, 5글자라...
첫 번째 순간은 아빠가 세상을 떠나던 10년 전 늦가을. 아빠는 57세, 죽음을 맞이하기엔 이른 나이에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나셨다. 내가 첫째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주변에서 아빠를 남편으로 오해할 만큼 젊고 건강했던 분이셨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저녁식사를 하고 TV를 보던 아빠는 불과 2시간 만에 하늘나라로 급히 떠났다.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10년 전 그날로 돌아가서 아빠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아빠, 고마워."라고... 역시 5글자는 너무 야박하다.
또 다른 순간은 임용고시에 떨어졌던 1월을 어느 날.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았던 집안 형편 탓에 재수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불합격이 되던 날, 많이 울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깊은 절망을 느꼈던 그 기분만은 아직도 생생하다. 20여 년 전 그날로 돌아가서 꼼짝없이 어둠 속에 갇혀있던 나를 꼭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말할 것이다. " 다 잘될 거야."라고...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있다가 아들에게 되물었다. "너는?"
" 나는 당연히 '비트코인 사!'라고 말할 거지." 묻기가 무섭게 답이 튀어나온다. 역시 출제자의 의도를 잘못 파악하고 있었다. 시험이었다면 0점이다.
한편으론 15살 짧은 인생에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니 조금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 내가 꿈꾸는 삶
인생에 있어 '다시'는 드라마에나 있는 일이다. 과거에 사로잡혀 오늘을 살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할 수 있는 한 힘껏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내는 것. 그것이 내가 꿈꾸는 삶이다.
내일 죽더라도 전 오늘을 살아야죠. 알바를 가고 대학 입시 준비를 하고 늘 걷던 길을 걷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고요. 그게 삶이라는 거니까. - <드라마 도깨비>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