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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창의력은 여백이 있어야 발휘될 여지가 생긴다

혁신의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by 피터

"인간의 창의력은 여백이 있어야 발휘될 여지가 생긴다." 부산의 골목길 로컬 브랜드에 관심이 깊어지면서 부산학을 다룬 학술서적들을 많이 찾아보고 있습니다. 여러 자료를 살펴보던 중 위 문구를 접하고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초기에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많을 때 다녔던 골목길과 최근에 다니는 골목길은 느낌이 좀 다르기 때문입니다. 20년도에 전포동 카페거리, 해리단길을 여행 다닐 때는 그냥 모든 게 다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부산에 살았지만 제가 보고 느끼는 건 정말 한정적이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마음의 여백이 있고, 호기심이 충만하니 카페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운영방식은 어떠한 지, 타가게와 차별화하기 위한 묘책은 무엇인 지, 공간 디자인은 어떻게 기획했는지에 대한 관심과 질문 속에서 인사이트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과거 교토의 골목길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조그마한 동네 가게 방문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감동을 제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장기적으로는 여행 트렌드 변화에도 미칠 영향이 크겠다는 생각에 보고 느꼈던 것들을 브런치에 기록하기 시작했고, 그러한 축적된 기록들은 저에게 강사, 작가, 로컬투어 가이드라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줬습니다. 경제적으로 부가수익이 생긴다는 이점 외에도 몰랐던 세상을 만나고 새로운 분들과 소통하며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요즘은 예전처럼 마음에 여백이 잘 없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일들을 하게 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거든요. 좋은 공간에 가서도 예전처럼 온전히 그 공간의 분위기를 느끼고 즐기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즐기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공간의 특징을 정리하여 콘텐츠로 만들까에 대한 부담감이 컸죠.


그래서 앞의 문구를 접하고 생각에 잠겼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20년도 초기의 마음으로 돌아가 보려 합니다. 우리 사람의 창의력이란 건 Input이 늘어난다고 산술적으로 Output이 느는 건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번뇌를 잠시 내려두고 제 마음이 향하는 바대로 여백을 좀 둬야겠습니다. 제가 행복해야, 제 콘텐츠를 접하는 분들도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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