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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이다, 정말 찐이다!

허니무너와 함께한 해리단길 로컬투어 후기

by 피터

설을 일주일 남짓 앞둔 1월의 마지막 주, 해리단길 로컬투어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투어는 사실 좀 특별했는데요. 바로 허니문으로 부산을 찾은 커플이 오셨기 때문입니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부산을 거쳐 제주도로 갈 계획이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코시국이라는 상황 속에서 허니문으로 부산을 오시는 분들을 위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게 좋을지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그냥 원래 하던 데로 이곳 본연의 스토리를 들려 드리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지하철 해운대역 4번 출구에서 미팅 겸 인사를 나누면서 우선 여행 트렌드의 변화와 해리단길의 형성 배경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드렸습니다.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들이 여러 곳 있지만 해운대는 명실상부 부산을 대표하는 명소인데요. 그중에서도 구남로를 중심으로 해운대 해변을 따라 모든 이목이 집중되어 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변을 따라 시그니엘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웨스틴조선 호텔 등 특급 호텔들이 즐비하고 많은 이벤트들이 있어왔기 때문입니다.


자 여기까지 이야기했다면 기존 부산에 대한 설명이었겠지만, 코로나 이후의 상황을 살펴본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우리는 해외여행이 어려워졌고 내가 살고 있는 주변의 동네 혹은 국내(로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활동 가능한 생활 반경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시도들이 늘어난 것이죠. 이런 관점에서 구. 해운대 역사 뒤편의 주거 지역은 이색적인 공간 디자인과 시그니처 메뉴를 바탕으로 매력을 뽐내는 해리단길이라는 특화 골목길 상권이 형성되었습니다.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된 데에는 2013년 기존 동해남부선 역사로 쓰이던 해운대역이 폐선되면서 현재의 해리단길로 접근성이 높아진 측면이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해운대역 근처의 역세권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았고 주택가들이 즐비했던 지역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창업가들에겐 매력적인 지역이었습니다. 현재는 산책로처럼 이용되는 철길을 지나 해리단길의 전경을 살펴봐도 그 이색적인 풍경을 간파할 수 있었죠. 거기다가 다년간 특화골목으로 조성하기 위해 보행자 우선 도로 정비를 한다던 지, 주차장 부지를 확보한다던 지 등의 지자체의 노력도 더해졌습니다. 이곳은 아무래도 차보다는 도보로 구석구석 살펴보는 게 매력적인 지역이기 때문이죠.


해리단길 조형물을 지나 해리단길의 터줏대감인 우일 맨션으로 향했습니다. 1978년에 건립된 공동주택으로 하얀 벽면의 외관이 창작에 대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곳인데요. 이 우일 맨션의 1층 상가 공간들이 바로 로컬 브랜드들의 이색적인 시도들이 먼저 일어난 공간이었습니다. 양질의 파운드 베이커리를 만드는 구움 과자점부터 이색 디자인 굿즈들의 수장고라고 불리는 편집샵, 모퉁이에 위치한 파스타 맛집 등 각양각색의 콘셉트를 가진 가게들이 다양한 운영방식을 보이고 있는 곳들이었죠.



특히나, 작년 여름에 시몬스에서 이곳 우일 맨션 1층에 디자인 굿즈 팝업샵을 운영하면서 이 일대가 더 유명해지게 됐는데요. 기존에 하계시즌 이벤트라고 하면 해운대 해변가 쪽에서 이루어졌지만 당시 'Socializing Project'라고 해서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해리단길의 로컬 브랜드 및 노포들과 협업하여 해리단길 지도를 만들고 지역과 사람을 연결시키기 위한 참신한 시도에 많은 MZ여행객들이 호응해주었습니다. 10평도 채 안 되는 이 디자인 굿즈샵을 방문하기 위해 대기번호가 100번은 족히 넘어갔을 정도였기 때문이죠. 팝업샵 앞의 포토존은 수많은 인증샷을 남기며 인스타그램 맛집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배경들을 나누며 그럼 왜 이런 공간에 사람들이 크게 반응했을까?라는 의견을 나누었던 거 같습니다. 이는 직접 누릴 수 있는 색다른 체험 및 경험에 대한 가치가 코로나 이후 더 높아졌다는 것을 들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에 저항하는 오프라인의 역설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융드립 커피는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카페 플럼피)


이어서 방문한 카페 겸 바, 플럼피에서는 연신 "찐이다"라는 감탄사들이 나왔는데요. 이는 정답은 없지만 공간이 가지고 있는 콘셉트가 너무나도 뚜렷했기 때문입니다. 기존 주택의 2층 공간을 셀프 인테리어를 통해 바 형태로 만들고 수많은 위스키와 칵테일, 엔틱한 카메라 등의 소품으로 공간 전체를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드립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직접 구경하고 바에 앉아 맛을 보는 재미도 한몫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플럼피라는 공간도 운영한 지 4년 차에 들어가면서 많은 고민 속에 다듬고 개선되고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부부간에 운영하면서 남편분은 술에 대한 전문성이 높으셨고, 아내분은 커피에 대한 전문성이 높으셨는데 각자의 강점을 공간에 잘 반영했죠. 그리고 단골 중심의 사전예약제 바 형태로 운영하면서 매장의 운영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해리단길 버거샵은 코비드 19에도 굴하지 않습니다


이후 방문한 유기농 밀가루로 만드는 동네빵집인 고메빵집과 복합문화공간인 내가즐거운해운대살롱을 비롯하여 해리단길 윗 지역의 로컬 브랜드들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버거샵이었습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부터 딱 뉴욕 한복판의 수제버거 가게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물씬 들었는데요. 설명을 하지 않아도 공간이 가지고 있는 색깔이 강한 곳이었죠. 그리고 먹어보는 수제버거의 맛 역시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오신 이 커플분들도 다양한 수제버거를 먹어봤지만 한우패티의 깊은 맛을 가진 버거에 꽤나 만족하셨던 거 같습니다.


버거샵 운영진 분들이 이 브랜드를 연구하고 만들어나간 과정과 공간 운영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참 나눴습니다. 그리고 지역(로컬)에서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눴던 거 같습니다. 산업구조의 빠른 변화 속에서 노동환경 역시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는 현시점에 이러한 실력 있는 로컬 브랜드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더 역량을 키우고 연대해나간다면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기본적인 생계 이상의 소득을 거둘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랐죠. 인생에 있어서 정답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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