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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Jul 23. 2022

경험의 가치를 바꾸는 혁신의 힘

부산 영도 삼진어묵 여행

가끔씩 영도에 놀러 가는 걸 좋아합니다. 


영도는 부산 안에서도 지리적, 역사적으로 이색적인 매력을 가진 곳이기 때문인데요. 특히나 최근 몇 년 사이에 도시재생사업과 대형 카페 열풍, 로컬크리에이터의 약진 등으로 지역 여행을 위한 콘텐츠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굳건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앵커기관이 있는데요. 바로, 영도에 본점을 두고 있는 삼진어묵입니다. 삼진어묵은 지금이야 지역을 불문하고 대중들에게 친숙한 브랜드가 되었지만, 불과 10년 전쯤만 해도 부산의 생산 공장을 절반도 돌리지 못할 만큼 어려운 경영 상황에 직면해있었습니다. 


삼진어묵 본점 내 히스토리 전시판


재래시장에 도매상으로서 B2B 판매를 해왔던 사업구조에 한계를 느끼고 있던 시기였죠. 어묵이 식재료의 하나로 지속적인 가격 출혈 경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단가를 계속 낮춰 공급하는 방식이 회사 경영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현재 삼진어묵 박용준 대표는 바로 이러한 시기에 미국에서 회계사 준비 활동을 접고 아버지의 부름으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회사 상황을 잘 몰랐기에 재래시장 영업부터 현장과 시장의 모습을 살핀 뒤, 내린 결론은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B2C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어묵이 소비자들에게 반찬의 식재료로만 인식되서는 더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은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그 이후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어묵 상품 개발을 시도하며 실패를 거듭합니다. 잘 만드는 것도, 잘 파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죠. 당시, 베이커리&카페 비즈니스가 성장하는 것을 유심히 관찰하고 벤치마킹하였다고 하는데 여러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베이커리형 어묵을 상품화에 성공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갖출 수 있었습니다.


삼진어묵 시그니처 메뉴들


삼진어묵은 현재 직원수  600명(현장직 포함)에 연매출이 800억 이상이 될 정도로 성장했는데요. 단순히 양적 성장을 한 것만이 아니라 영도 본점을 계속 유지하면서 비영리법인인 삼진이음을 통해 지역 노포 및 로컬 브랜드 육성에도 힘쓰는 지역의 앵커기관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산 감천동의 생산공장을 사내 스타트업인 어메이징 팩토리로 만들어 어묵으로 할 수 있는 딴짓들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데요. 어묵과 썸 탄다는 어썸바, 그리고 쉑쉑 흔들어 먹는 어묵 스낵 등 경험의 가치를 바꾸는 혁신 활동들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삼진어묵 이벤트 굿즈


물론 이런 시도들이 다 흥행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혁신을 통해 기존의 제품 경험을 바꾸고 부가가치를 더한 브랜드를 만들어간다는 측면에선 되새겨 볼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역에서 이런 활동을 해주니 영도를 찾는 여행객도 꾸준히 늘고 있고요.


여행 상품도 이제는 하나의 콘텐츠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어진 시대에 기존의 특가 경쟁이 아닌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가치 중심의 혁신 활동에 대해서 좀 더 깊게 고민해봐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뉴노멀은 만들기 나름일 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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