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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Lovely, Natural

로컬 투어 : 부산 전포동 (로망 34)

by 피터

1. Cover Story

부산의 대표적 번화가인 서면, 전포동 일대를 걷다 보면 한 번씩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이렇게 카페가 많았나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카페가 없던 시절에는 사람들은 어디서 만나고, 무엇을 하며 놀았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한 스타벅스가 창립 50주년을 맞으며 거대한 커피 컴퍼니로 한국 시장을 지배할 동안, 카페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프랜차이즈와 독립 브랜드들이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무수한 춘추 전국 시대를 거친 후 현재 커피 프랜차이즈는 스타벅스, 이디야, 3rd Brand(할리스, 커피빈) 정도로 나뉘는 판이 된 것 같습니다. 물론, 그중에서 스타벅스의 브랜드 파워나 시장점유율이 막강하긴 하죠.


※ 스타벅스코리아 : 2020년도 매출 1조 9284억, 영업이익 1644억

(코로나 시국에도 매출은 계속 늘고 있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소폭 감소)


여기서 그냥 끝났다면, 로컬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메리카노 한잔에 4,100원을 내고 마시면 된장남, 된장녀란 소리를 듣던 시절을 거쳐 현재는 글로벌 스탠더드 스타벅스와는 다른 콘셉트를 드러내며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로컬 브랜드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부산의 경우 전포동 골목상권에 형성된 카페거리, 전리단길을 예로 들 수 있을 텐데요.




2. Luxury, Lovely, Natural - 로망 34

지난 글에서 부산의 백종원 선생님이라 불리는 분이 운영하신다는 24시간 빈티지 콘셉트의 카페, 빈티지 38로 여행을 떠나 보았습니다.



오늘은 그 빈티지 38에서 몇 발자국 거리에 있는 로망 34라는 카페로 떠나보려고 합니다. 우선 아래 사진의 카페 외관을 보면 무언가 아기자기한 단독 주택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빈티지 사단이라고 불리는 부산 전포동의 문정호 대표님이 운영하는 F&B 공간들은 각각 개성이 뚜렷한 걸로 유명한데요. 설레는 마음을 안은 채 내부로 들어가 보면 샤랄라 한 디자인의 인테리어와 시그니처 케이크, 초콜릿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외부 전경 ⓒ 피터


로망 34가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서 핫한 이유는 아무래도 층별로 뚜렷한 콘셉트가 있고, 공간 구성이 다채로워서 일 텐데요. 1층은 Luxury Zone, 2층은 Lovely Zone, 3층은 Natural Zone 이렇게 한 건물이지만 각 층마다 다른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공간을 방문했을 때, 1층부터 위층들을 살펴보면서 카페라기보다는 스튜디오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요. 공간을 기획할 때도 이러한 의도를 가지고 연출을 했다는 느낌을 제대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여기를 주로 방문하는 2030 여성분들을 보면 주문한 음료와 베이커리를 테이블에 놓기 무섭게 스마트폰을 꺼내어 사진 찍기 바쁩니다. 공간을 소비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로망 34는 적극적으로 지원합니다. 마치, 무인 스튜디오에 가서 방문객들이 원하는 형태로 사진을 찍는 것처럼 방문객들은 이 공간을 스튜디오처럼 그리고 여행지처럼 점유하며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1F 주문 공간 ⓒ 피터


온라인으로 많은 활동들을 하면서, 역설적으로 괜찮은 오프라인 공간을 찾고 소비하는 게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로망 34는 재미있는 소품도 참 많습니다. 아래 사진을 한번 보실까요. 다소 투박한 느낌의 나무 바닥과 앤틱 한 테이블, 그리고 중세 시대 궁전에서나 볼법한 가구들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기본 인테리어 디자인이 이렇다 보니, 사진을 찍어도 하나의 각도가 아닌 여러 각도에서 인생 샷을 건지기 위한 챌린지들이 시작되고 있더군요(웃음)


2F 내부 공간 ⓒ 피터


2층인 Lovely Zone이 이름대로 낭만적 느낌이 강했다면, 3층은 무언가 또 다른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론 3층을 가장 좋아했는데, 무언가 저만의 작업을 하기에 조용한 공간이기도 했고, 해 질 녘에 조명이 켜지면서 루프탑에서 바라보는 야외 전경이 꽤나 운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리와 환경에 따라 사람도 변한다고 했던가요? 3층에서 주고받는 대화는 1층, 2층과는 달리 무언가 톤이 정돈되고 깊은 생각들이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루프탑 공간까지 둘러본 후에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카페 이름을 왜 로망 34라고 지었을까?라는 질문이었는데요. 모르긴 몰라도, 방문객들이 이 건물에 들어와서 층별로 공간을 소비하며 일상을 벗어나 판타지와 낭만을 가지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전포동 카페거리 중심부에 있음에도 타 카페에 비해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아서 좋습니다. 연인과 달콤한 대화를 나누려면 2층 Lovely Zone을 친구, 가족들과 고민 혹은 미래에 대한 차분한 이야기를 나누려면 3층인 Natural Zone에 방문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아!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공간에 대한 안내만 했는데, 음료나 베이커리도 좋습니다. 특히, 호텔 출신 셰프분이 베이커리를 전담하는데 케이크가 유명하니 커피 또는 차와 함께 맛보셔도 좋습니다.


3F 내부 공간, 그리고 루프탑 ⓒ 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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