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부산 골목길 여행기' 이번 강의의 제목입니다. 제가 골목길 구석구석을 살피며 브랜드들을 즐기는 경험을 좋아하다 보니, 제가 느꼈던 좋은 경험의 기억들을 어떻게 참석자분들께 전해드리는 게 좋을지 고민했던 거 같습니다.
날이 제법 쌀쌀해진 12월의 저녁, 해리단길의 한 카페에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사실 말이 강의지 6명 이내의 소규모로 진행했던 지라 이야기를 주고받는 살롱(?)의 느낌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해리단길, 카페 플럼피
이번에 제가 전해드린 내용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요. 첫 번째는 코로나에 따른 로컬 여행 트렌드의 변화였습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로컬 여행이 반사이득을 얻고 성장하면서 각지의 도시, 동네를 좀 더 깊게 체험하려는 욕구들이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체험은 그 지역의 역사문화적 자원을 활용하여 소위 스토리텔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지역성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비즈니스를 이어나가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전국구 프랜차이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차별화된 인테리어와 서비스들은 방문객들에게 몰입의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죠.
두 번째는 부산의 대표 골목길을 살펴보는 여행이었는데요. 영도 봉래동과 해리단길을 살펴보았습니다. 영도 봉래동의 경우 지하철 남포역에서 나와 영도대교 하나만 건너면 만날 수 있는 동네로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의 이점과 함께 삼진어묵을 주축으로 이루어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지역의 역사문화적 자원을 재해석하고 콘텐츠화하는 작업들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지역이었습니다.
노포들의 역사를 정리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지역 여행의 콘텐츠로 활용하기도 했죠. 삼진어묵의 비영리법인인 삼진이음에서 진행한 창고형 프리마켓(M마켓), 로컬 장인들의 라이프스타일숍(AREA6)등 기존의 영도와는 다른 매력의 공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분명, 영도 봉래동은 알면 알수록 끊임없이 이야기보따리가 나오는 지역이었죠.
이어서 강의를 하는 장소이기도 했던 해리단길을 살펴봤는데요. 지하철 해운대역 옆의 기차역인 동해남부선 해운대역이 2013년에 폐선되고 기차선로 뒤편의 주택가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자기만의 아이템을 가진 청년 창업가들이 새로운 실험들을 진행해나갔습니다. 주택 2층 공간을 개조한 레트로풍의 카페. 공방, 갤러리, 수제버거샵 등 제각기 개성들이 뚜렷한 스몰 브랜드들이 특화상권을 형성하게 된 것이죠.
이러한 변화상들을 따라가다 보면 본질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점은 색다른 몰입의 경험을 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여행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코로나는 여행의 개념을 다양화하고 그 범위를 넓혔던 거죠. 그런 관점에서 우리 모두는 각자의 취향을 구체화시켜 나가면서 누군가에게 이러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