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자신만의 채널이 있어야 한다고. 그런데 되물어 봅니다. 본인만의 콘텐츠를 그리고 채널을 만들고 운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 깊게 살펴보면, 다수의 사람들은 말하는 행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은 정말 힘들기 때문입니다. 주제가 명확해야 하고, 상품화 단계까지 가기 위해선 리스크 관리도 잘해야 합니다. 최종적인 결과물을 보면 단순한 텍스트 한 문장, 단순한 사진 한 장 같아도 그걸 깔끔하게 정리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로 리서치하고, 현장을 답사하고, 관계자들과 미팅하며 수정하고 다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난의 과정을 거쳐낸 콘텐츠에는 힘이 있습니다. 관찰의 깊이를 더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깊이가 생기기 때문인데요. 잘만 운영된다면 쉽게 복제하기도 힘듭니다. 그런 저런 생각 하에 계속해서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부산의 특화 골목길 상권에 관심을 가진 후부터 아는 사람만 알고 끝내기에는 아쉬운 로컬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고 상품화해보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로 전리단길 힙스터 투어가 시작이었고, 두 번째로 생각했던 해리단길 노마드 투어를 준비하면서 이러한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노마드(Nomad) : 유목민이라는 뜻의 노마드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용어로 많이 쓰이는데요. 해리단길에는 IT 기반의 채널(SNS)을 바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출하며 독특한 공간 비즈니스를 해나가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구. 해운대 기차역 뒤편에 조성된 해리단길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해리단길은 부산 해운대 기차역(폐역) 뒤편에 조성된 특화 골목길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해운대 해변가와는 반대의 방향이지만, 주택들이 밀집했던 이 지역은 몇 년 전부터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실험하고자 하는 역량 있는 소상공인 사업주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독특한 상권을 이루었습니다. 기존 주택 건축물 구조를 그대로 활용하여 카페, 바, 레스토랑 등 외관과 내부 서비스 운영이 독특한 곳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로컬 브랜드 공간들은 저녁이면 '해운대 별밤 학교'라고 해서 주민들을 위한 평생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는데요. 이는 단순한 카페 사장님, 단순한 음식점 사장님을 넘어서서 해당 상권에 역량 있는 사업주분들이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주간에는 카페 사장님에서 저녁에는 마케팅 강사로 변신할 인적 자원이 있었던 거죠. 이를 바탕으로 2019년에는 행정안전부 선정 '대한민국 최고 골목길'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상품 세팅 전 마지막 답사로 해리단길을 방문했을 때, 구석구석을 살피다가 신기한 점들을 많이 발견했는데요. 첫 번째는 대기업 브랜드들이 로컬에 점차 많은 관심을 가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침대 없는 침대 광고로 유명한 시몬스는 해리단길에서만 40년 이상 자리를 지켜온 우일 맨션 1층 공간을 활용하여 식료품 콘셉트의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는데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라는 공간을 만들며 로컬 브랜드인 버거샵 등과 협업하여 굿즈 등을 전시하고 판매하며 많은 2030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 스토어를 배경으로 한 광고 영상도 유튜브에서 100만 조회수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더군요.
[시몬스 침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with 에메트사운드
시몬스는 이를 소셜라이징(Socializing) 프로젝트라고 하여, 장기화된 코로나 속에서 장거리 여행보다는 근거리 동네(로컬) 여행이 주목받는 이 시대에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잇는 취지로 진행하는 거라고 말합니다. 앨리 맵이라고 해서 해리단길 맛집, 카페를 묶어 지도로 만들어서 배포하기도 하더군요. 공식적인 취지야 어찌 됐는 지역성을 담아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기 위한 기획을 한다는 점은 가치 있어 보입니다. 또한 이러한 활동을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2030 MZ세대들이 좋아한다는 점이 의미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시몬스가 주목한 우일 맨션에는 팝업스토어 외에도 주의 깊게 살펴볼만한 로컬 브랜드들이 많습니다. 주 3일만 운영하는 큐레이션 독립서점부터 손수 원하는 취향을 선택해서 주문하는 파운드케이크 전문점, 취향저격 소품샵 등 외관적인 인테리어부터 서비스 운영방식이 돋보이는 공간들이 이목을 끌었습니다.
도보투어의 특성상 동선과 브랜드들의 운영시간, 협업 가능한 부분 등을 고려하다 보니 정리하는데 시간이 길어졌는데요. 하나의 스몰 브랜드가 어떠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만들어지고 성장해나가는지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 함께 하시면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위스키 같은 차를 마시며, 사장님과 작당 모의 중 (카페 플럼피)
답사의 마지막 코스로 간 카페 겸 바를 운영하는 사장님과도 재밌는 작당 모의를 했습니다. 잘되면, 조금 더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만들어 확장해보고자 했죠. 여기는 위스키와 시가에 대한 전문성이 굉장한 사장님인데, 일단 진행해보면서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