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요즘입니다. 코로나 확산세도 잦아들지 않고 더위가 이어지는 탓에 자영업을 하는 소상공인 분들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요. 방문 고객이 줄고, 포장 주문/배달 등 구매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지역 상권 내에서도 가게 별로 매출 편차가 심해지는 추세입니다.
그런 배경에서 봤을 때구. 해운대 기차역 뒤편에 조성된 해리단길은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로컬 브랜드들의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곳입니다.초기에 남다른 매력을 느끼고, 수차례 답사를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사업주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투어는 특별했습니다. 지난번에 전리단길 투어를 하셨던 분들이 다시 예약을 하셨거든요. 양산에서 오시는 걸 아는 지라 조금은 더 의미 있는 투어가 되기 위해 신경 써서 준비했던 거 같습니다.
해리단길 초입에 있는 구. 해운대 기차역사
해운대 지하철역 7번 출구 앞에서 만나, 간단히 그간의 근황을 나눈 후 구. 해운대 기차역사를 보며 해리단길의 형성 배경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해운대 기차역의 시작을살펴보면 일제강점기인 193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일본이 조선을 식민 지배 하에 통치하던 중 가장 많이 신경을 썼던 활동이 한반도에 철도를 놓는 것이었습니다.
전국에 철도가 갖춰져야 물자 수송을 원활하게 해서 중국 침략 전쟁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여하튼 동해 남부선이라고 불리는 철길은 1935년에 완공되어, 오랜 기간 운영되다가 훗날 2013년에 동해선 개편에 의해 구. 수영역부터 해운대역 등 일부 구간이 폐선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역설적으로 해운대 기차역 뒤편 마을로 가는 접근성을 높여줬는데요. 해운대라는 핵심 상권과 가까우면서도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이 나오면서 카페, 음식점, 공방 등 자신만의 아이템을 가진 청년 창업가들이 많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전포동 전리단길이 서면 근처의 접근성에 혜택을 본 것처럼 말이죠.
주택이 밀접해 있던 해리단길은 기존 주택 건물의 건축 구조를 활용하여 다양한 식음료 가게와 편집숍들이 들어왔는데요. 대표적인 로컬 브랜드들의 실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우일 맨션을 찾았습니다.
로컬 브랜드들의 실험 무대, 우일맨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정말 평범한 건물인데요. 약 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맨션 1층에는 파운드 베이커리 전문점모루비, 팝업스토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소품샵 이로이로샵, 독립서점 취미는 독서 등 가지각색의 브랜드들이 매력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여름 시즌 이벤트로 침대회사 시몬스에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라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넓지 않은 공간에 식료품 콘셉트의 디자인 굿즈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이었는데, 입장을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고 팝업스토어 앞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긴 행렬이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2030 MZ세대는 지금 이 순간 한정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에 많은 투자를 한다는 것이었죠.
포토존으로 인기를 끄는 시몬스 팝업스토어
그리고 이러한 팝업스토어를 배경으로 찍은 시몬스의 영상이 유튜브에서 100만 조회수를 돌파하며, 이목을 끌고 있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확실히 전통적인 명소만 강조되는 시대는 끝났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우일 맨션 투어를 마치고근처의 카페플럼피로 이동했습니다. 사실 이날 참 더웠거든요(웃음) 시원한 음료를 한 잔 마실 생각으로 카페에 갔는데, 이곳은 주택 2층의 목조 인테리어를 잘 활용하여 만든 이색적인 공간으로도 매력을 끄는 곳이었습니다.
해리단길 카페 플럼피
이런 멋진 공간에서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죠. 공간을 구성함에 있어 카페 대표님이 테이블 하나, 소품 하나하나 얼마나 세심한 신경을 썼는지 와닿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누군가를 통해 안내받지 못하면 알기 어려운 마성의 공간이었던 거죠.
버거샵 해운대
이후, 해운대 별밤 학교라는 평생교육의 장으로 열리는 내가 즐거운 해운대 살롱을 거쳐 버거샵 해운대에서 뉴욕 스타일의 콘셉트 공간을 둘러보고 수제버거를 먹어보는 일정으로 투어를 마무리했습니다.
어찌 보면 공간을 기획하고,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자신이 좋아하는 걸 끝까지 파고들고 구체화하는 것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좋아하지 않으면 깊이가 생길 수 없고, 그 서비스를 소비하는 고객 역시 쉽게 알아차리기 때문이죠.
그래서 해리단길에 있는 멋진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발굴하고 알려 이러한 브랜드들이 지속성과 확장성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