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3번 죽음의 경험

지금 이순간을 온전하게 살아야 한다

by bigbird

첫 번째는 초등학교 입학 전 정확히 몇 살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6살 아니면 7살 때였을 것 같다. 시골에서 살았을 때였다. 누나 따라 빨래터를 갔다. 강가에서 빨래를 하던 시절이었다. 빨래하던 누나 옆에서 심심했던 모양이었다. 강에는 동네 형들이 수영하며 놀고 있었다.


강가의 바위에서 빨래를 하는 누나 옆에 있었다가, 심심하여 녹색 이끼가 잔뜩 끼어있는 바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러다 일어서서는 이끼를 밟아 보려다가 그대로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더럭 겁이 났다. 물에 빠진 것이다. 난 수영을 못한다. 허우적허우적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떠내려가고 있었다. 살려달라는 소리도 안 나왔다. 소리를 지르려 해도 나왔다가는 바로 물속으로 다시 들어가곤 했다. 그리고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했을 때 동네 형이 나를 구했다.


이 일은 내게 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심어줬다. 어린 시절 물에 빠져 죽을 경험을 하고 나선 물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래서 물속에서 활동하는 것을 안 하고 못하게 되었다. 그 트라우마는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수영을 배우면서 극복했다.


두 번째는 재수에도 대학을 못 가고 삼수 시절의 자살시도. 양화대교. 뛰어내림. 수영을 못 배웠기에 강에서 뛰어내리면 죽을 줄 알았다. 떨어졌는데 허우적거리다 잡히는 걸 잡고 올라보니 다리 아래 교각이었다.

그곳에 앉아서 밤을 보냈다. 새벽이 오고 모터보트를 몰고 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나 같은 사람 많이 봤다는 듯. 다 안다는 듯 아무런 말도 안 하고 모터보트를 태워 강가로 데려다줬다. 힘내서 살라는 말과 함께...


ZION-T의 ‘양화대교’라는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랐다. 양화대교는 나에게는 죽음의 다리이자, 희망의 다리였기에. ‘행복하자. 행복하자. 행복하자.’라는 ZION-T의 읊조림은 내가 떨어지고 나서 먼 훗날 나온 노래임에도 가슴을 울린다.


세 번째는 뇌경색으로 쓰러진 일이다. 예전 같으면 "풍 맞았다." 라며 거의 대부분이 죽음을 맞이한 병. 조금만 늦었어도 치명적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빠르게 조치할 수 있어서 죽지 않고 후유증만 남았다. 우측 편마비의 후유증은 삶의 질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몸에 리듬이 깨져서 쉽게 피로하고 쉽게 지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하길 다행이다."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물에 빠져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났고 두 번째 자살시도도 무위로 끝나고 세 번째는 뇌경색으로 쓰러진 일. 이렇게 3번 죽음의 경험은 내 삶의 커다란 변곡점이었다.

첫 번째는 너무 어린 시절의 경험이어서 물에 대한,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았었고, 극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었다. 두 번째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었던 것 같다. 아무리 마음이 힘들어도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세 번째는 스스로가 몸을 돌보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느끼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련해져 온다. 그 생각은 너무도 강하게 남아있다. 두 번째 죽음의 경험으로 살아났을 때 '내 남은 삶은 덤이다.'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리라 생각했었던 것 같다.


남은 삶은 덤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도 아닌 듯싶다. 덤이 아닌 내게 주어진 내 삶이다. 소명의식을 가지고 남은 삶을 끝까지 살아가는 것. 인간의 숙명이자, 그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태어나는 것을 선택하고 대략의 사건을 이미 알고서 태어난 다고 한다. 내가 선택한 나의 삶을 충분하게 체험하고 돌아가야 한다.


어느 순간에는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것을 느낀다. 그건 현존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 온전히 지금을 살아야 한다. 내가 호흡하며 살아있는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현재, 지금 이 순간을 온전하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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