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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조용한 시간이 좋아졌다

by bigbird

학창 시절과 직장 생활을 하던 시기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했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 만남의 방식은 대개 술자리였다.
당시엔 술 마시는 분위기를 즐겼고, 자연스레 그런 자리가 잦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기회와는 거리가 있었다.
항상 익숙한 얼굴들, 술을 좋아하는 이들의 반복된 모임이었을 뿐이다.
가끔 새로운 사람이 합류하긴 했지만, 대부분 멤버는 늘 같았다.

퇴직은 많은 것을 바꿔 놓는다.
이제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하다.
물론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연락을 해 만난다.
하지만 이 나이쯤 되면, 홀로 보내는 시간도 참 소중하다.
그래야 할 시기인 것 같다.

도서관 셔틀버스 안, 할머니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누신다.
"요즘 축제가 참 많아."
"어딜 가도 축제야. 얼마 전엔 여의도 불꽃축제도 했다더라. 젊은 사람들은 좋겠지."
"그러게요. 우리 같은 노인은 사람 많은 데 가면 괜히 민폐인 것 같아."

그 말에는 축제를 바라보는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이 오히려 걱정이 되는 나이.
안전도, 체력도, 마음도 조심스러워진다.

나 역시 다리를 절고 있기에, 사람 많이 모이는 장소는 두렵다.
그분들의 마음이 이해된다.

추석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풍성하고 따뜻한 한가위,
행복한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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