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왜 글을 써?

내게 글쓰기 란 ㅡ기억을 되살리는 열쇠

by 이작가야

아들이 유치원을 마치면서 두 개의 상을 받는단다.

'남다른 생각상'과 '정리정돈상' 이 그것이다.

'남다른 생각상'이란 상 이름이 참 마음에 든다.

뭔가 '과학자 같은 독특한 아이디어가 있다'

혹은 '뭔가는 긍정적으로 좀 남다르다'인 느낌이다.


유치원이니,

아이들도 엄마들도 기분 좋으라고 이름만 달리하여 모두 상을 준 듯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분은 좋다.

동시에 적지 않은 아이들에게 줄 상의 이름을 짓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그 노력이 감사하다.


'남다른 생각상'은 반가운데,

'정리정돈상'이라... 이건 뭔가 좀 아닌 것 같다. 아들이 받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상이다. 아니면, 집에서는 못하고 안 하지만, 밖에 나가서는 잘한다는 것인데....

그건 더 내키지 않는다. 나의 까칠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유치원 원장님께 전화를 한다.






'홍익유치원', 이름도 맘에 든다. 홍익!


''원장님, 상을 두 개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우리 ㅇㅇ이가 정리정돈상을 받아도 되나... 해서요.''

''아네 ~~~ㅇㅇ이가 정리정돈을 곧잘 해요. 혹 집에서 잘 안 했음, 상을 받았으니, 앞으론 잘할 것 같은데요.''


원장님과 통화 후 아들 방을 열어본다.

역시나 그럼 그렇지!

정리정돈이 안 되어있는 방을 본 나는 혼자 구시렁 댄다.

그때, 어디선가 못마땅하게 나를 쳐다보는 따가운 시선.

다름 아닌... 그러니까 김여사 님, 나의 엄마다.

엄마의 심기가 불편하시다. 까칠 김여사.

딸, 사위의 합가 제의를 수락하시고 엄마가 우리와 함께 사신 건 내가 아들을 출산하기 몇 달 전부터이다.

엄마는 손주를, 태어나면서부터 쭉 돌봐주신 것이다.


당연히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던 손주와 할머니는 그야말로 닭살 돋는 연인 뺨친다.

하늘 아래,

어느 무인도에 뚝 떨어진 커플도 그리 하진 않을게다.

할머니 바라기, 손주 바라기!

그런 사이다.

내가 혹시 정리정돈 상은 칭찬을 안 할까 봐 엄마는 벌써부터 신경이 날카로우신 거다.


''애들이 다 그렇지 그 정도면 잘하는 거지. 암말 마라.''


잠깐 커피 한잔 하고 아들 방을 열어보니 그림처럼 깨끗하다.

그 새 김여사께서 정리를 하신 것이다. 엄마인 나는 치우치도 않고 잔소리만 하고, 홀짝홀짝 커피를 마시는 동안 할머니는 손주 생각에 폭풍 청소를 하신 게다.


상을 주면 감사하고 좋아하면 될 것이지, 아이가 정리정돈상 받아온 게 뭐 그리 합당치 않다고 구시렁거렸는지...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힌 엄마를 보며 반성 모드가 켜지는 순간!

아들 책상 위에 놓인 하얀 쪽지에 시선이 멈춘다.


''우리 ㅇㅇ이, 정리정돈 상 칭찬해요. 상도 받았으니 앞으론 항상 이렇게 깨끗하게 하는 거야. 그리고 유치원 졸업 축하해요. ㅇㅇ이 수고 많았어요.

ㅡㅇㅇ이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외조모가ㅡ''





내게 글쓰기란 기억을 되살리는 열쇠







아우

1대 0!


역시 고수 김여사 님.

이러니 내 아들 ㅇㅇ이는 할머니가 최고다.


반성 모드에서 감성 모드로 전환하려는 순간이다.

그런데,

전환 전 다시 내 눈을 커지게 만든 단어.


'~~~ 외조모.'


유치원 다니는 어린 손주에게 '외조모'라 쓰신다. 그 흔한 외할머니 대신 , 외조모...


간혹 아이답지 않은 단어를 구사해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아들의 단어 실력은 외조모 덕분이다.






글쓰기를 좋아하시는 나의 모친,


간혹 입이 잔뜩 나와 아침도 안 먹고 학교를 간다.

학교에서는 잊고 있었는데, 집에 오면서...

엄마한테 혼날 일이 걱정이다.


백발백중 혼이 나는데, 어쩌다 엄마의 이벤트!


책상 위에 놓인 하얀 지.


자식들에게, 손주에게 마음의 편지를 쓰셨던 엄마.

엄마의 독특한 글씨체,

살짝 멋 부린 시대를 앞서간 이탤릭체,

적절한 느낌표 등 부호들이

기억난다.


브런치란 플랫폼에

작가의 서랍이 있다.

기차 칸처럼...


나의 서랍도 생겼으니

이름표를 붙인다.


이작가야


작가의 서랍을 열면서부터

서랍을 닫는 순간까지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멀리 캐나다에 있는 아들과,

더 멀리 하늘에서 보고 계실 엄마의

기억들.


너무도 소중한 기억들을

너무도 오래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추억할 수 있으니

글쓰기,

감사한 일이다

잘 한일이다.






내게

글쓰기란...

기억을 되살리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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