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왜 인사안해?

아니면 아닌 거다!

by 이작가야

여기저기서 나무를 가꾸는 조경사분들이 눈에 띈다. 대학 캠퍼스다. 정문을 들어서면 푸르른 나무, 예쁜 꽃들, 그리고 젊은 활력이 운전에 지친 나의 피로를 잊게 해 준다.


강의실로 가는 중이다.

내 강의를 들었던 녀석이 나를 보고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그래, 창희 잘 지냈어? 몇 학년이지?''

''4학년입니다.''

''아유 빠르다~~~.''


옆에 동행하는 녀석 얼굴이 낯이 익다. 몇 년 전이라 살짝 자신은 없는데 내 강의를 들은 녀석인 것 같다.


''학생도 내 강의 듣지 않았어? 분명히 본거 같은데?''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해한다.


''네... 교수님 강의 들었습니다.''

''그래 낯설지가 않아.''

''근데 왜 인사 안 해?''

''죄송합니다. 교수님께서... 저... 기억 못 하실 거 같아서요.''

''맞아... 학생 이름까지는 기억 안 나. 창희야, 내가 왜 이 학생 이름을 기억 못 할까?''

''교수님 이놈 학점 총 맞았습니다.''






내 기억력 중 거의 신내림 받은 몇 가지 종목이 있다.

사람 이름, 숫자. 단어,...


녀석은 출결이 나빠서 F학점을 받은 것이다.


''그럼 그렇지. 내가 니 얼굴을 몇 번 본 적이 없는데 이름을 알리가 없지. 요즘은 학교 잘 다니니?''

''넵. 한 학기 휴학하고 이제 복학했습니다.''

''그렇구나. 학교 잘 다니고,

누가 나를 기억할까 못 할까 머리 굴릴 시간에 인사를 해. 특히 어른한테는, 알겠냐. ''


'인사는 먼저 본 사람이 하는 것이다.'라는 게 내 원칙이다. 학교에서 아는 학생을 내가 먼저 보면 그리한다.

꼭 '안녕'이 아니어도 말이다.


''밥 먹으러 가는구나. 맛있게 먹어''

''네! 교수님도요. 이따 수업 때 봬요.''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다. 식당가는 길이다. 한 녀석과 정확하게 마주쳤다. 녀석이 애들말로 생을 깐다.


''너, 좀 전에 내수업 들었지, 토잌?''

''넵!''

''대답은 잘하네.''


내가 묻는 의도를 모르는 표정이다. 토익 수업은 학생 인원이 백 명이다. 아마도 내가 본인을 모른다 생각을 한 게다.


''근데 왜 인사 안 해?''

''죄송합니다. 저 뒤쪽에 앉아서요...''

'' 뒤쪽에 앉았음 인사 안 해도 되니?''


그렇게 나는 인사에 목을 맨다. 나의 모친이 까칠 유전자를 몰빵하시면서 교육시킨 것 중 1번이 인사다. 욕하면서 배운다고, 엄마의 까칠을 때론 그렇게 싫어라 했으면서 나도 모르게 똑같이 하고 있다. 마무리까지 내가 늘 듣던 엄마의 18번... 까지.


''내가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 내 자식 아님, 입 아프게 잔소리 왜 하겠어.''


나의 까칠이 바라는 건...

내수업을 들었던 녀석들이 (내 자식은 아니지만)

수업 평가도 A학점, 인간 평가도 A학점을 받는 것이다.







대학교 1학년은 고3보다 철이 없다. 한국의 고3.

새벽에 일어나 단어를 외우고 아침도 안 먹고 학교를 간다. 정규수업을 마치고 방과 후 수업을 듣는다.

밤 10시에 독서실을 간다.

당연히 수면시간은 5~6시간. 몸과 마음이 1년 새 팍 늙는다.

그래도 소위 '인 서울'에 있는 학교 가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고3'이라는 터널을 지나 대학교를 왔으니 고삐 풀린 망아지다. 다시 애가 되어 천방지축이다.


영문 해석 시간이다. 1학년이다. 첫 시간이라 영문 해석 수업에 관한 브리핑을 한다. 그리고 수업 외 지켜야 할 수강 매너 몇 가지를 당부한다.


두 번째 시간이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강의를 듣는다.

첫 시간도 모자를 눌러써 얼굴이 안보였던 학생이다.


''뒤에 모자 쓴 학생, 내가 첫 시간에

또 그렇게 할 거면 내수업 들어오지 말라고 말했을 텐데...

다음 시간에 또 그럴 거면 수강신청 변경하도록 해.

다음 주까지니 꼭 하도록!''


모자를 눌러쓰던지 뒤집어쓰던지 수업만 들으면 된다.

그런데...

얼굴도 안보일정도인 상태에서 눈도 안 마주치고 수업을 한다?

하는 선생들도 있겠지...

나는 못한다. 그게 나다.








수업시간에 책을 안 가지고 오는 녀석들이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두 녀석이 책을 같이보고 있다. 눈에 거슬리지만 그렇게라도 보고 있으니 넘어간다.

그렇게라도 안 하는 녀석이 (아주 간혹) 있다.


''거기 책 없는 학생. 왜 책이 없지?''


학생이 자신 있고 당당하게 답한다.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아직 안 왔습니다. ''


다른 학생에게 묻는다.


'' 학생은 그거 모지?''

''책을 깜박 안 가지고 와서 복사했습니다.''


당당 학생을 쳐다본다.


''무슨 말인지 알지?''


당당하게 말한 녀석이 꼬리를 내리고 슬며시 옆에 있는 학생에게 같이 보자는 신호를 보낸다. 그 이후 당당 학생은 한 번도 책을 안 가지고 온 적이 없다. 심지어 학점도 잘 받은 것으로 기억된다.









글이 쓰고 싶어 지는 브런치!






영문 독해 시간이다. 4학년이다. 마지막 학기니 녀석들이 능글능글 구렁이 담 넘듯 한다. 4학년이니 이름도 다 알뿐더러 4년째 내 수업을 들어온 녀석들도 있으니 내 수업 방식과 나의 까칠을 꽤 뚫고 있다. 수업 준비를 잘 해온 녀석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은정이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은정이 해석해봐.''


깜짝 놀란 은정이가 해석을 한다.


'' 밤이 되면 강 건너 읍의 불빛이 무수히 보여 마치 작은 보석알들을 뿌려 놓은 듯 아름답게... 반짝였다?''


여기저기서 '풉' 소리가 난다. 웃음 참는 소리다.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갈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지금 나한테 반짝이냐고 물어보는 거야? 아니 내가 해석이 안돼서 너보고 뜻을 물어본 건데 왜 나한테 물어보냐고!

다시!''


''밤이 되면 강 건너 불빛이 무수히 보여 마치 작은 보석알들을 뿌려 놓은 듯 아름답게 반짝인다.''


몇 녀석들이 웃음을 참느라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인다? 불빛이 지금 반짝인다는 거야? 어쩜 좋아 불빛이 지금 반짝여서... 해석이고 뭐고 카페 가서 커피나 마셔야겠네. ''


이때 꼭 나대는 녀석이 있다.






''교수님! 제가 마무리하겠습니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던 녀석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빵 터진다. 녀석은 복학생, 내수업이 처음이다.


''그래? 학생 이름이 모지?''

'' 권혁수입니다.''

''혁수구나. 혁수야 니가 왜 마무리를 해. 내가 시킬 때나 잘해. 어디서 은정이가 상 다 차려놨는데 숟가락을 얹어. ''


혁수를 째려보던 은정이 입꼬리가 올라간다.


''은정이 정신 챙겼니? 다시 마무리해.''


'' 밤이 되면 ''


''잠깐! 아니... 밤이 몇 밤이 돼야 하냐. 두 번이나 해석했잖아. 지금 내가 뭐 말하는지 알지? 다시!''


''반짝였다.''


''그렇지. 잘했어 완벽해! 내가 늘 '시제' 실수하지 말라고 하잖니. 키스 한다랑 키스했다랑은 정말 다르잖아... 알겠냐.''






인사 지적을 받은 녀석들은 나를 알아보면 멀리서도 인사를 한다. 모자를 푹 눌러썼던 녀석은 수강 신청 변경을 하지 않는다. 아니 모자를 쓰지 않고 들어온 듯하다. 대충대충 영문 해석을 하던 녀석들도 나를 닮아 까칠하게 해석을 한다.

가능하면 완벽하게...


나는 선생이다.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이 아니다.

설령 '재수 없다'는 소리를 들어도 경우가 아니면 아닌거다.

말하는 게 옳다면 말한다.

그래야 나다운 거다.


까칠은,

내가 올곧을 수 있게 지켜주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맛이다.

아니면 아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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