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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Dec 01. 2020

 겨울

겨울은 따뜻한 정을 나누는 계절...

ㅡ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줄ㅡ

겨울
Winter is the time for comfort, for good food and warmth, for the touch of a friendly hand and for a talk besides the fire:
It is the time for home.

겨울은 안식과 맛있는 음식과 따스함의 계절, 정겨운 손길을 느끼고 화롯불 옆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 계절이다. 겨울은 귀향의 계절이다.  

-데임 이디스 시트웰 Dame Edith Sitwell-

    


"저 사람들 불륜인가 봐...

아니, 들으려고 한 건 아닌 데 들렸어. 휴대폰이 울리는 데 여자가 안 받으니까, 남자가 '남편이야?'

골프 갔다며?' 하니까, 여자가 '그러게 전화할 리가 없는데...' 하더라니까."

"어허, 또 쓸데없는 소리!"


식당에서 나와 집사님과 나는 손을 잡고 걷는다. 날씨가 쌀쌀하니 나는 집사님 주머니에 내손을 넣는다.

집사님은 열이 많아 항상 몸이 따뜻하다. 집사님이 내 손을 녹여주며 이런다.

"다른 사람이 보면 우리 보고 '저 사람들 불륜 같지' 한다고, 우리 나이에 누가 손을 이러고 걸어"

"그런가?"

둘이 키득키득 깔깔거리며 싱겁게 떠든다.




12월이 시작됐다. 괜히 더 추운 거 같고, 더 겨울 같다. 어제 시골에서 김장김치가 왔다. 준비된 통에 가득 담으니 든든하다. 어릴 적 겨울이 되면 김장김치를 송송, 돼지고기도 송송, 두부, 숙주 등을 넣고 만두소를 만들어 만두를 한다. 엄마는 속을 준비하고 언니와 나는 엄마가 밀어놓으신 만두피에 주전자 뚜껑으로 동그랗게 찍어 만든다. 아빠가 고향이 이북이시니 겨울에 만두는 아주 친근한 식재료였다. 쪄서도 먹고 만둣국도 끓여먹고...

그래서일까? 난 만두라면 다 좋아한다. 찐만두, 군만두, 만둣국... 여름에도 좋아하니 겨울에는 두말함 잔소리다. 식당에 붙어있는 내가 싫어하는 문구 중 하나다. 계절은 여름이다.


계절메뉴: 만둣국(10월~3월)






"아니 만둣국은 왜 겨울에만 해?"

"찾는 사람이 없다는 거지~~~"

"당신이 물어봤수? 암튼 꼭 남의 편을 들어요!

그러게~~~ 하면 되지."

"그러게 ㅋㅋㅋ"

괜히 집사님한테 심통이다. 안된다고 하면 더 먹고 싶으니, 참 추접 시럽 기는...


고향이 이북이신 아빠는 세상에 아내와 삼남매밖에 없는 분 같았다.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어릴 땐 몰랐다.

그래서인지 정이 유난히 많으신 자상한 아빠...

아빠는 집에 들어오실 때 한 번도 빈손으로 들어오신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거의 다 잊혀졌지만,

겨울이 되면 잠바 안에 뭘 잔뜩 넣어서 배가 불룩해 들어오신 기억은 생생하다. 이유는...

아빠가 자고 있는 우리를 시간에 관계없이 차가운 손으로 볼을 비비며 깨웠던 게 너무 싫어서였고,

짜증을 내며 일어났지만 아빠가 잠바 지퍼를 여시면 그 안에서 나오는 군밤이 꽤 맛있었던 기억 때문이다.



(365매일읽는긍정의한줄,린다피콘:책이있는풍경)



학창 시절 교실 안에 있던 난로, 그 위에 각자의 도시락을 올려놓으면 김이 모락모락...

급식으로 나오는 서울우유(병우유)를 양동이 물에 담가 중탕을 한다.

학교 끝나고 학교 앞 분식집, 큰 무가 들어있는 통에서 꺼내 먹는 오뎅 한 꼬치, 국물을 후루룩...

어찌나 맛있는지...



(사진:spc 삼립)



요즘 편의점에서 찐 호빵을 보면 어릴 때 추억이 떠오른다. 처음엔 단팥빵만 나왔는데 고기 맛이 탄생한다.

그래도 역시 첫정이라고 하얀 빵을 반 딱 가르면 김이 솔솔 팥이 딱... 단팥빵이 최고다.


겨울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 구르며 집을 향한다.

하나 둘 모인 가족들은 따끈한 국물을 나누며 이야기를 꽃피운다.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린 직장인들도 소주 한잔 하면서 동태찌개 국물을 맛본다. 분명히 뜨거워 입에도 못 댈 정도인데... 이런다.

'와~~~ 국물 한번 시원하다!'



(시원한 동태탕)




코로나 19가 앗아간 작고 큰 추억들...

겨울이 되니 더 삭막하고 마음이 더 움츠려 든다.

겨울 김장이 끝나면 돼지고기를 삶고 막 버무린 김치에 새우젓을 척 올려 배추쌈을 먹으며,

'허리가 빠지겠네, 그래도 한 해 먹을 김장했으니 든든하네, 어느 집 배추는 밭으로 갈라는데, 우리 김장이 젤 맛있네...

까르르 깔깔, 호호 하하... '


'겨울 김장 모임도 자제하라'는 뉴스를 보게 될 줄이야.

모두가 평생 처음 보고 듣는 일이 너무도 많고 이제는 원래 이렇게 살았던 모양 익숙하다.






12월을 열면서 새삼스레 겨울을 곱씹어 본다.

겨울은 춥지만, 따듯한 정을 나누는 계절이다. 나의 온기가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들의 온기가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이다. 뚝 떨어져 걷는 무뚝뚝한 부부도 슬며시 팔짱을 끼는 계절이다.


시골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집사님은 추운 겨울의 추억을 이렇게 말한다.

'안방에 한 이불 아래 6남매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곤 했지...'

겨울은 따뜻한 정을 나누는 계절 맞다. 비록 코로나 19로 모두 지치고 힘들지만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겨울을 추억함' 으로라도 마음을 녹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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