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희재의 하루

4부. 이제는 이렇게 살고 있다(싶다)

by 게으른 우보만리

나는 주말이면 ‘희희재(喜嬉齋)’라 부르는 작은 집으로 향한다. *‘기쁘게 즐기는 00희(嬉) 집’*이라는 뜻으로, 내가 직접 붙인 이름이다. 좁은 시골길을 달려 도착하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 길고양이들이다. 왜 이제서야 밥을 주냐는 듯 동네 고양이들이 모여든다.


희희재는 화려한 별장이 아니다. 오래된 시골집을 손보고, 작은 마당을 정리해 만든 세컨드 하우스다. 마당에는 잡초가 자라고, 고양이들이 스쳐 지나간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햇빛이 창문을 통과해 방 안을 비추면, 그것만으로도 풍경이고 위로가 된다.


처음엔 잡초와 전쟁을 했다. 파쇄석이 깔린 마당 곳곳에서 풀들이 무심히 올라왔다. 낮에는 햇볕이 뜨겁고, 아침저녁에는 모기가 극성이라 잡초 뽑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몸을 낮추고 풀을 뽑다 보면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시간이 지나 계절이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잡초가 사라졌다. 그제야 알았다. 모든 건 결국 지나간다는 걸.


마당 한쪽에는 작은 텃밭을 만들었다. 상추와 허브, 토마토가 자라는 세 칸짜리 틀밭. 주말마다 와서 물을 주고 김을 매면, 어느새 푸른 잎들이 고개를 내민다. 그 사이 고양이들이 장난을 치고, 손님과 함께 텃밭에서 딴 채소로 상을 차리면 도시에선 느낄 수 없던 충만감이 찾아온다.


희희재에서의 하루는 단순하다. 아침에는 마당을 한 바퀴 돌며 풀을 뽑고, 낮에는 파라솔 아래서 커피를 마신다. 오후에는 텃밭에 물을 주고, 저녁에는 화로에 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 먹는다. 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를 듣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사라진다. 너무 더우면 집안에서 마당만 바라보다 오기도 하고, 근처 커피숍으로 피신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좋은 건, 여기서는 누구에게도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다. 회사에서처럼 성과를 내야 할 이유도 없고,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그저 흙냄새를 맡고, 불빛을 바라보고, 커피 향을 즐기면 된다.


희희재의 하루는 내게 회복을 넘어선 또 다른 배움이었다. 도시에서 무너지고, 현장에서 상처받았던 내가 다시 나를 붙잡을 수 있었던 건, 이곳에서의 단순한 시간 덕분이었다.


삶이란 결국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반복과 단순한 기쁨의 합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잡초와의 전쟁, 텃밭의 상추, 고양이의 발걸음, 불 위에 구워지는 고기. 그 모든 소소한 장면들이 모여 나를 살리고 있다.


주말마다 희희재에서 보내는 시간이, 지금 내 인생의 전성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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