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어떻게보느냐에따라미친여자가될수도슬픈여자가될수도

백유

by 석순

*로 인용 각주를, °로 내용 각주를 표기하였습니다.


세상에 미친 사람이 너무 많다. 너도 돌고 나도 돌고. 우울증, 불안장애, ADHD… 주변에 꼭 한 명쯤은 정신병원을 다니고 있거나, 혹은 그 당사자다. 우리나라가 OECD 자살률이 1위라느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더 늘었다느니. 서점에 가도 정신질환에 관한 책이 진열되어 있고, 뉴스를 틀어도 청년들의 정신건강이 어쩌고 하는 말들이 흘러나온다. 가끔 흘려듣다 보면 이런 말도 콕콕 박혀 든다. 특히 청년 여성들의 정신 건강이 심각하다고. 실제로 그렇다. 2022년 통계 기준, 정신건강의학과의 전체 환자를 성별로 구분했을 때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다.* 특히 우울증 진료를 가장 많이 받은 것은 20대 여성이었다. 그래, 여성은 우울증에 취약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불안장애, 공황장애, 신체 증상 장애, 우울증, 급속 순환형 양극성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섭식 장애 등에서 여성 환자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다.* 이상심리학 교과서에서 ‘여성에게 더 흔하다’고 서술된 것만 가져왔음에도 이를 읽는 것만으로 숨이 차오를 지경이다. ‘남성에게 더 흔하다’고 서술된 것은? 반사회적 인격장애, 아동 ADHD, 아동 강박장애°, 일부 조현병 스펙트럼의 성격 장애 등이 포함된다. 자살률 자체는 남성이 더 높지만 자살 시도는 여성이 더 자주 한다.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왜? 어째서 더 많은 여성이 더 자주 아플까? 사실 여성의 정신질환이 이렇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도 최근이다. 여성의 정신질환은 가끔 과장되었고, 혹은 별것도 아닌 일에 엄살 부리는 것으로 일축되었으며, 사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이유로 여성의 성호르몬이 자주 거론된다. 여성은 달마다 성호르몬의 변동이 크다. 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기분이 들쭉날쭉하고 그래서 기분장애°가 곧잘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산부인과만 가면 원인을 모른다는 의사 말을 듣고 터덜터덜 나오기 일쑤인데, 그렇게 장담할 만큼 여성의 성호르몬을 잘 알고 있나?


* 한겨레(2023), “2022년 우울증 환자 100만 명 넘었다”, 2023.10.06.

* Sue D., et al.(2021), Understanding Abnormal Behavior, 12th, Boston: Cengage, 66.

° 청소년기와 성인기에는 여성이 더 많다.

° 기분 조절이 어려우며 비정상적인 기분이 지속되는 장애를 말한다. 정동장애라고도 부른다.



'미친 여자'의 역사


여성의 정신질환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아무래도 마녀사냥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민간요법으로 사람들을 돌보던 여성들, 아니면 그냥 똑똑한 여성들, 혼자 사는 여성들, 정신질환을 가진 여성들을 ‘마녀’라 정의하고 괴롭혀 끝에는 살해하기까지 했던 그 역사에서부터.


마녀사냥은 14~17세기, 유럽을 비롯한 기독교 영향 아래의 국가에서 교회의 이름으로 행했던 이단자에 대한 탄압이다.* 『마녀 잡는 망치』라는 책은 제목 그대로 사악한 주술사와 마녀를 구별하는 기준을 제공하는 교황 공인 가이드북이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여성에 대한 서술은 대략 이렇다. “여성은 불완전한 동물이며 남성보다 열등하다.”, “여성은 월경 중 독으로 가득 차며, 다른 사람을 오염시킬 수 있다.”, “자궁 또한 불안정한 장기이기에 몸 곳곳을 돌아다니며, 따라서 여성은 불안정하다.”* 그 시대 사람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을 두려워했고, 동시에 정상성에서 벗어나는 사람들도 두려워했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산다면, 남편이 죽었다면, 화를 낸다면, 이유도 없는 신체장애를 호소한다면, 발작을 일으킨다면 마녀로 몰아갔다. 사회적으로 소외되었고 ‘이상한 행동’을 했던 사람들이 죽어갔다. 정신질환이라는 말조차 없던 시기였다.


산업혁명에 들어서면서 혜성같이 정신분석학이 등장했다. 이제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는 여성들에게 마녀라는 딱지 대신 ‘히스테리아’라는 딱지가 붙게 되었다. 히스테리아의 어원은 ‘자궁의 움직임’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여성들이 보이는 이상한 행동이 자궁이 굶주리기 때문에, 혹은 자궁이 제멋대로 여성의 신체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라 생각하여 붙여진 말이었다. 히스테리아의 양상은 무척이나 다양했다. 경련이 일어나거나 마비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고, 환각에 빠지거나 숨 막힘, 공포감 등으로 나타난다. 정신분석학의 문을 연 프로이트는 당대의 여성들에게 나타나던 히스테리아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히스테리아 증상을 보이는 여성들과 만나 인터뷰하며, 그들의 성애적 욕망이 억압되고 왜곡되었기 때문에 뒤틀린 욕망을 이루기 위하여 히스테리아 증상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정작 그 인터뷰 대상이었던 여성은 프로이트에게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구애를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큰 상처를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프로이트의 결론에 단호히 반박했지만, 프로이트는 자신의 해석이 옳다고 굳게 믿었다.*


이후 현대로 넘어오면서 히스테리아의 발병률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정신질환 진단 기준을 제공하는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이하 DSM)-III에서 히스테리아라는 진단명은 아예 삭제되었으며, 가장 최신의 DSM-V에서는 신체 증상 관련 장애의 일종인 전환장애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 많던 히스테리아 환자는 어디로 갔을까? 서구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까지도 휩쓸었던 그 질환은 어떻게 된 걸까? 히스테리아 환자들이 없어진 지금, 우리는 여느 때보다 우울증 환자들이 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정신질환은 대부분 환자 사이에서 공통되게 나타나는 뚜렷한 바이오 마커°가 없다. 환자의 증상에 기대어 질환을 설명할 수밖에 없으며, 의사나 연구자가 어떻게 해석하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진단과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모든 과학에 해당하는 말이겠지만 특히나 정신의학에서 두드러진다. 여성은 아주 오래전부터 아팠고, 주로 남성이 이 현상을 해석했으며, 지금도 별로 달라진 바는 없다. 여성들은 그 해석 속에서 ‘열등하고 불완전한 동물’이 되었다가, ‘성적 충동을 발산하는’ 여자가 되었다가, 미친 여자였다가, 슬픈 여자가 되었다.


* 한겨레(2020), “고르고 고른 마녀사냥, 희생자는 어떤 여성들이었을까”, 2020.06.19.

* Psychiatric Times(2010), “Witchcraft or Mental Illness?”, 2010.06.21.

* 김애령(2018), <히스테리 언어의 의미: 프로이트의 히스테리 연구에 대한 여성철학적 비판>, 《한국여성철학》, 29, 41-45.

* 고유라(2017), <신체증상장애의 이해와 접근 -새로운 DSM-V 기준을 바탕으로->, 《스트레스 硏究》, 25(4), 213.

° 질환 등으로 인한 몸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생리적 지표를 말한다.



지금의 '미친 여자'는


하루 종일 지속되는 우울감, 체중이나 식욕의 급격한 변화, 불면 혹은 과수면, 무기력함, 자살 사고 등 5가지 이상의 증상이 최소 2주 이상 거의 매일 지속될 경우 내려지는 우울증이라는 진단.* 이 우울증은 왜 발생할까? 신경과학으로 풀어본다면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서 그렇다. 우울증 환자들에게는 주로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의 저하가 나타난다. 이에 기반해 개발된 우울증 치료제가 바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이고, 좀 더 익숙한 이름으로 바꾸자면 ‘프로작’이다. 세로토닌이 부족하게 분비되니, 세포 안으로 세로토닌이 재흡수되는 과정을 막아서 뇌에 남아있는 세로토닌의 양을 늘려 우울증 증상을 완화한다는 원리다. 실제로 효과가 있었고 지금은 가장 흔하게 쓰이는 항우울제다. 그러나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의문이 있다. 이 치료제가 그렇게 효과적이라면 왜 우울증 환자들은 계속 증가하는가? 오히려 줄어들어야 맞지 않나?


우울증의 성차도 살펴보자. 여성과 남성의 우울증 발병률 성차는 사춘기에 진입할 시기부터 나타난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여성의 성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생겨 생리적으로 취약해진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월경 전 증후군, 산후 우울증, 완경 시의 우울증 등 성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우울증이 존재한다. 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스트레스 반응을 둔화하여 오히려 스트레스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특히 호르몬 변화에 민감한 일부 여성들이 이러한 우울증에 취약하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동시에 이 연관성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여성 환자의 비율이 두드러지는 질환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도 있다. 충격적인 경험, 정신적 외상을 잊지 못하고 꿈이나 반복되는 생각을 통해 재경험하는 것이 공통적인 증상이다. 불안감, 수면 장애 등을 호소하며 과도하게 깜짝 놀라거나 쉽게 분노하기도 한다. 정신적 외상을 떠오르게 하는 자극을 회피하며, 이러한 증상들이 1개월 넘게 지속될 경우 PTSD로 진단한다.* PTSD의 원인도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으로 이루어지는 스트레스 축(이하 HPA 축)과 뇌에서 공포 반응을 담당하는 편도체 기능의 저하가 눈에 띈다.* PTSD는 우울증과 비슷하게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의 두 배 정도다. PTSD 연구에서 이러한 성차를 설명하는 것도 우울증과 유사하다. 에스트라디올이나 프로게스테론과 같은 성호르몬이 HPA 축이나 세로토닌, GABA 등의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정리하자면, 정신질환의 정확한 원인을 규정하기에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여러 의견이 분분하고, 유력하다 싶은 연구 결과가 나오더라도 다른 연구에서 금세 뒤집히곤 한다. 이렇게 정리되지 않은 가설들로 섣불리 설명하다 보면 ‘여성은 감정적이기 때문에’, ‘여성은 스트레스에 취약하기 때문에’와 같은 설명으로 귀결되기 쉽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인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면 의도하지 않더라도 또다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게 된다.


반면에 사회적인 요인에만 집중해서 신경생물학적으로는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질환도 있다. 바로 섭식장애다. 정신적 문제로 음식 섭취에 어려움을 느끼는 질환으로, 대표적으로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 신경성 대식증(폭식증)이 있다. 미디어에서는 ‘예뻐지기 위해’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의 모습으로 자주 표현한다. ‘거식증’ 하면 빼빼 마른 모습을, ‘폭식증’ 하면 비만이 된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거식증과 폭식증의 증상이 번갈아 나타나기도 한다. 섭식장애는 심각한 내과적 합병증을 동반하여 사망률이 높은 정신질환 중 하나다.


섭식장애 환자들의 경우 보상 체계를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이상이 일관되게 나타난다. 정보처리 과정에서 세부 사항에만 집착하여 전체적인 내용은 파악하지 못하는 증상이 두드러지며,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코르티솔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 인간의 보상 체계는 환경에 따라 아주 유연하게 바뀌고, 한 번 학습한 것을 기억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특히 이 과정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청소년기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왜곡된 보상 체계 모델이 학습되어 섭식장애까지 나타날 수 있다. 사회가 영향을 주고, 뇌는 거기에 맞추어 바뀌고, 결국 치료가 어려운 만성적 장애가 된다.*


*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2022),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Text Revision, Washington, DC: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Publishing, 183-186.

° 모두 신경전달물질로, 행복감, 흥분, 몰입, 스트레스 반응 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 Kuehner C.(2017), “Why is depression more common among women than among men?”, Lancet Psychiatry, 4(2), 149-151.

*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2022), 위의 책, 301-306.

* Aliev G., et al.(2020), “Neurophysiology and Psychopathology Underlying PTSD and Recent Insights into the PTSD Therapies—A Comprehensive Review”, The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9(9).

* Pineles, S.L., et al.(2017), “Gender and PTSD: different pathways to a similar phenotype”, Current Opinion in Psychology, 2017 Apr(14), 46.

°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는 호르몬이다. 혈당 생성, 심박수 증가 등 스트레스 상황에 알맞은 반응을 유도한다.

* 김율리(2007),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생물학-Treasure의 모델에 근거하여>, 《Anxiety and Mood》. 3(2), 71-73.



사회는 우리에게, 우리는 사회에게


주변 환경은 우리에게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준다. 생물학적으로도 분명하다. 환경이 바뀌면 유전자가 바뀐다. 정확히는 DNA에서 발현되던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고, 발현되지 않던 부분이 새로 발현된다. 그렇다면 세포가 생산하는 단백질이 달라지고, 결국 우리의 체질도 달라진다. 뇌 또한 환경에 맞추어 유연하게 변한다. 뇌에서 자주 사용하는 회로는 강화되고 그렇지 않은 회로는 퇴화한다. 자주 떠올렸던 기억은 금방 다시 떠올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억은 떠올리려 해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우울한 생각을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나의 사고회로도 그렇게 흘러간다. 내 뇌가 잘 작동하지 않아서 우울한 것인지, 아니면 우울하기 때문에 잘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정신질환을 이야기할 때 연구자들은 결코 사회적 요인을 빠트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다면적인 관점이 꼭 필요하며,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서 모두 살펴보아야 한다고.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사람들은 분명 더 자주 아프다. 더 자주 목숨을 위협당하고, 충격적인 경험을 더 많이 겪고, 살아갈 길은 더 막막하다. 여성은 아플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사회문화적 요인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가? 여전히 여성들이 직면한 구조적 차별을 외면한 채, 병원에 가 약을 타오면 해결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진 않은가? 여성을 아프게 만들어 놓고서 결국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지 않나. 우리는 과학적으로 정신질환을 훨씬 더 잘 이해하게 되었지만, 누군가–대부분 남성–의 해석으로 인해 정의될 뿐이고, 사회적인 논의는 충분하지 않다. 책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여성의 우울증을 주로 다룬다. 실제로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 조울증 당사자인 작가의 경험을 모아 정리한 책으로, ‘우울증’이라는 진단명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입체적인 이야기들이 있다. 예를 들어 약으로 해결되지 않아 스스로 신내림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비과학적인가? 그렇지만 ‘과학’으로만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걸 이제 우리는 안다.


물론 약물 치료는 필요하다. 지금 당장 밖을 나갈 힘도, 의지도 없는 사람에게는 증상의 완화가 먼저다. 약물적인 치료로나마 그 사람을 일으킬 수 있다면 약물을 써야 한다. 당장의 괴로움과 무기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족하다. 그러나 약물치료만큼이나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개인의 치료 의지가 아닌 사회다.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우울증 약이 그렇게나 효과가 좋은데도 왜 우울증 환자는 증가하는지 궁금하다면, 개인의 치료를 넘어서 사회의 치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약물 치료를 통해 세상에 나온 환자가 그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방에 스스로를 가뒀던 사람이 드디어 나올 결심이 생겼을 때 정작 문이 밖에서 잠겨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13세에서 18세 사이의 아이들에게 정신적 장애가 발생할 때 보이는 경향성이 있다. 남자아이들의 증상은 비교적 바로 알 수 있다. 충동이나 분노 조절에 문제를 보이거나, 반항을 한다. 그러나 여자아이들은 겉으로 잘 표현되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불안해하거나, 우울해하거나, 애착이나 섭식 행동에 문제를 보인다. 이 경향은 성인의 정신질환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이것을 단순히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차이라고 분석할지, 아니면 학습된 사회적 여성성/남성성이라고 분석할지에 따라 치료의 접근 방식도 크게 달라진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과학은 사회와 유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된 개체로 존재할 수 없다. 여성이 아픈 이유를 찾기 위하여 여성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그 주변 환경을 살펴보아야 한다. ‘미친 여자’, ‘슬픈 여자’가 아닌, ‘그냥 여자’가 놓인 맥락을 보자. 왜 우리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으며 왜 우리가 아플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바꾸자.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온 사람을 따스하게 환영해 줄 수 있는 사회로.




참고문헌

<단행본>

하미나(2021).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서울: 동아시아.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2022).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Text Revision. Washington, DC: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Publishing.

Sue D., Sue D.W., Sue D., Sue, S.(2021). Understanding Abnormal Behavior. 12th. Boston: Cengage.

<논문>

고유라(2017). <신체증상장애의 이해와 접근 -새로운 DSM-V 기준을 바탕으로->. 《스트레스 硏究》, 25(4). 213-219.

김애령(2018). <히스테리 언어의 의미: 프로이트의 히스테리 연구에 대한 여성철학적 비판>. 《한국여성철학》, 29. 31-58.

김율리(2007).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생물학-Treasure의 모델에 근거하여>. 《Anxiety and Mood》, 3(2). 69-76.

Aliev, G., Beeraka, N.M., Nikolenko, V.N., Svistunov, A.A., Rozhnova, T., Kostyuk, S., Cherkesov, I., Gavryushova, L.V., Chekhonatsky, A.A., Mikhaleva, L.M., Somasundaram, S.G., Avila-Rodriguez, M.F., Kirkland, C.E.(2020). “Neurophysiology and Psychopathology Underlying PTSD and Recent Insights into the PTSD Therapies—A Comprehensive Review”. The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9(9).

Bever, E.(2000). “Witchcraft Fears and Psychosocial Factors in Disease”. The Journal of Interdisciplinary History, 30(4). 573-590.

Kuehner, C.(2017). “Why is depression more common among women than among men?”. Lancet Psychiatry, 4(2). 146-158.

Pineles, S.L., Arditte Hall, K.A., Rasmusson, A.M.(2017). “Gender and PTSD: different pathways to a similar phenotype”. Current Opinion in Psychology, 2017 Apr(14). 44-48.

<기사>

한겨레(2023). “2022년 우울증 환자 100만 명 넘었다”. 2023.10.06.

한겨레(2020). “고르고 고른 마녀사냥, 희생자는 어떤 여성들이었을까”. 2020.06.19.

Psychiatric Times(2010). “Witchcraft or Mental Illness?”. 2010.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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