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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도연 Aug 28. 2022

연태와 함께 춤을, 대문점 오향장육

무사히 여름을 견딘 이들을 위한 선물

마침내. 낮술하기 좋은 계절.

      

영등포 대문점 오향장육은 연태고량주 최고의 러닝메이트다. 간이 세지 않은 부추간장소스를 고양이 세수하듯 살짝 얹고, 오이, 짠슬과 함께 입에 넣으면 장육의 담백한 풍미가 손을 슥 뻗어 영혼을 진정시키는 기분이다. 거기에 차게 식힌 연태 한 방울을 흘려주면 잔잔한 혀끝에서 과일향의 꽃이 핀다. 장육이 마음을 정돈시킨 건 연태의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본격적인 연회의 막이 오른다. 이젠 마늘과 양배추를 곁들여도, 젓가락질을 멈추고 맘껏 떠들어도 괜찮다. 다만 잔은 늘 채워져야 한다. 찰랑, 흔들리는 연태의 파동은 장터 같은 영등포 골목의 어지러운 풍경을 슥슥 지우고 찰랑, 고즈넉한 정자에 앉아 시간을 멈춰 세운 호수를 보는 시인의 자태로 채운다. 플래시백이 과해진다 싶으면 다시 장육의 손길을 빌린다.

            

좀 더 화려한 파티를 즐기고 싶다면 군만두다. 올드보이 오대수가 15년 먹은 부산 장성향의 미니미처럼 생겼다. 인생 좀 대충 살아도 된다며 튀김통에 냅다 던진 듯 투박한 모양새. 문득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 못난이만두의 근황이 궁금해진다. 오대수와 적들이 망치와 발길로 격하게 다투고 있는 듯 두터운 튀김옷은 퍽, 팍, 강렬한 파열음을 내며 고소하게 부서진다.

             

대문점 대문에 들어설 땐 배포를 키우는 게 좋다. 오향장육 중자와 대자는 고작 삼천 원 차이밖에 나지 않으니 대자를 시키는 게 좋고, 연태는 무엇을 상상하든 더 많이 마시게 되니까 소자보단 중자, 중자보단 대자를 시키는 게 싸게 먹힌다. 장육과 족발 모두 놓칠 수 없다면 모둠 메뉴도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물론 어떤 선택을 하든 웬만한 가게보단 가성비가 좋다.

                

그리고 뭐, 유독 뜨거웠던 여름을 무사히 견뎌내고 처음 마시는 낮술이라면, 장육, 연태와 함께 한껏 척추를 흔들며 춤판을 벌이고 난 후라면, 계산서 따위 아무래도 괜찮겠지.

                   

#영등포 #대문점 #오향장육 #연태고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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