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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교선 Feb 16. 2021

남미 여행일지 0. 여행 준비 上

20대 중반 4명의 남자들의 남미 배낭여행기

시작이 반이다


 우리는 이 말을 굳게 믿은 채 여행 계획은 세우지도 않고 냅다 비행기표부터 사버렸다. 기간은 한 달. 가장 저렴하면서도 가장 안전한 비행기 편으로. 그러다 보니 오고 가고 경유를 2번이나 하게 되었다. 우리의 여행은 '시작했다'기 보다는 '시작되었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렇게 날짜부터 고정해두고 차차 여행 계획을 세우기로 하였다. 출국은 2019년 1월 8일. 그리고 귀국은 2019년 2월 9일. 그렇게 대망의 남미 배낭여행의 첫 삽을 무작정 퍼냈다.  



 

 가장 먼저 예산을 합의했다.

 누구는 많이 가져가고, 누구는 적게 가져가는 일 없이 모두 똑같은 돈으로 공동 예산을 마련했다. 그리고 사비를 가져갈 사람은 개인적으로 챙겨가기로 하였다. 공금은 500만 원으로 비행기 값을 포함한 총 한 달간의 모든 경비를 인당 500만 원으로 책정했다. 그리고 이 돈은 모두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말고 알바나 각자의 적금에서 충당하기로 하였다. 아무래도 군을 전역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다들 어느 정도 군 적금이 있었다. 숙박비는 대충 4명이서 1박에 10만 원으로 잡았고, 식사와 투어비는 그 안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이기로 하였다. 빠듯해 보였기에 여차하면 빵 한쪽으로 식사를 때울 생각도 하였다. 이 때는 몰랐다. 우리가 아끼고 아껴 미슐랭 식당에서 식사도 하게 될 줄은.


 여행할 국가부터 선정했다.

 예산과 시간이 이미 정해져 있었기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각자 남미 여행에서 꼭 가고 싶은 여행지를 선정해왔다. 당연하게도 가장 많은 선택은 마추픽추와 소금사막이라는 걸출한 관광지가 차지했다. 한국에 오면 경복궁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페루와 볼리비아는 필수코스로 정했다. 이후 치안과 물가 등을 고려하여 물망에 오른 후보는 콜롬비아, 쿠바 그리고 아르헨티나가 있었다. 여러 루트를 짜 봤지만, 비행기 편과 가격을 따졌을 때 쿠바만 가보기로 하였다. 체력도 체력이고, 돈도 돈이었다. 최종적으로 페루, 볼리비아, 쿠바로 정했다. 누군가에겐 미사일로 더 인상 깊을 테고,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린 '올 인클루시브 호텔'과 저렴한 가격의 랍스터 요리에 홀리고 말았다. 




 여행 계획을 제외하고 또 미리 준비해야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숙소 예약이나 투어 예약, 환전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남미는 여타 국가와 다르게 비자를 사전에 발급해야 하는 국가도 있었고, 예방접종도 미리 해야 했다. 또, 고산병 약 역시 미리 준비해야 했다. 우리는 마치 대학 팀플 수업을 하듯 파트를 나누어 준비했다. 다행히도 모두의 삶이 걸린 일이라 그 누구도 무임승차하지 않았다. 옳게 된 팀플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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