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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성상회 Nov 20. 2020

잠자는 공주님을 기다리며

2020.11.20.

어제 아침에는 가을비가 내렸다. 소아중환자실에 물건을 넣어주러 가는 길, 밤새 떨어진 플라타너스 잎들이 보도블록을 뒤덮고 있었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은 온통 푹신한 은행잎 천지였다. 복동이가 보았더라면 지나치지 못하고 쪼그리고 앉아 맘에 드는 걸로 골라잡았을 것이다.


수술 전날, 복동이는 토끼 베개를 베고 누워 우리 가족 손가락 노래를 신나게 불렀고, 별안간 엄마의 쭈쭈를 만져 기겁하게 하곤 웃었다. ‘엄마 입, 엄마 코, 엄마 눈’ 하며 차례로 얼굴을 만지다가 팔을 쓰다듬으며 ‘이건 엄마 팔꿈치야.’, ‘엄마, 좋아해요.’라고 했었다.


나의 사랑둥이는 다섯 시간에 걸친 수술 후 나흘 째 깊은 잠을 자고 있다. 복동이를 삼 년 간 옆에 끼고 살다가 중환자실에 보낸 날, 나는 주인이 없는 병원 침대를 독차지하고도 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다시 잠들기 어려워 복동이가 머리만 대면 잠이 들던 토끼 베개에 얼굴을 묻고 아가의 냄새를 찾았다.


그리고 나와 남편은 병원이 보이는 숙소로 짐을 옮기고 복동이가 병실로 올라올 날을 기다리는 중이다. 코로나로 중환자실 면회가 중단되어 엄마가 된 이후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며칠을 보내고 있다. 허리가 아프게 누워있어도 될 만큼 시간은 넘치지만 맘이 편치 않다. 수술 부위가 아물고 나면 다시 우리 품에 돌아올 줄을 아는데도 틈만 나면 마음이 아려온다.


그저 그냥 보고 싶을 뿐이다. 너무나 보고 싶다. 우리 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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