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2.
복동이의 수술을 닷새 앞두고 미리 입원하기 위해 병원에 가는 길이다. 오늘이 11월 12일. 한해걷이가 끝난 들판이라도, 나무와 낙엽의 색들이 온화하여 쓸쓸한 기색은 아직 없는 깊은 가을이다.
길면 한 달이 넘어갈지도 모르는 입원 생활을 위해, 며칠 전부터 짐 목록을 적고 남편과 크로스체크까지 해가며 철두철미하게 짐을 꾸렸다. 그런데 바로 어젯밤까지도 해결하지 못했던 한 가지는, 바로 복동이에게 내일의 외출을 설명하는 일이었다.
“아가, 내일 엄마랑 아빠랑 자동차 타고 병원에 갈 거야. 우리 복동이는 아직 애기라서 생일 축하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후 못 불잖아? 근데 의사 선생님이 촛불을 후 잘 불 수 있게 해 주신대!”
우물우물 밥을 먹으며 “녜!” 대답하는 너의 천진난만함에 목이 메었다. 목이 메는 이유를 대자면 길겠지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마음에 물기를 말렸다. 복동이가 수술장에 들어가고 난 직후를 제외하고는 울지 말 것.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감상은 깊이 넣어두자.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와 강인함이 필요한 순간이다. 몇 주 간의 병원 생활이 고달프더라도 복동이가 겪을 고난에는 비할 수 없고 그 짐을 나누어 질 수도 없다. 웃는 얼굴과 밝은 목소리로 옆에 있어주는 것, 그뿐이다. 너를 위해서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다섯 살 언니가 되면 노란 버스를 타고 유치원에 가자고 하니, 아가는 그러마고 했다. 엄마는 안 가는데 선생님, 친구들이랑만 놀아도 괜찮겠냐고 물으니 또 흔쾌히 녜! 한다. 너는 준비가 다 되었구나. 씩씩한 내 강아지. 엄마도 수퍼엄마가 될 거야. 엄마랑 아빠가 지켜줄게. 어디 한 번 부딪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