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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 Aug 18. 2024

수직으로 쌓인 풍선 오브제, 김홍석 개인전

<작은 사람들 Short People>전

국제갤러리 부산점 김홍석 개인전 <작은 사람들> 설치 전경 |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차곡차곡 쌓일 수 없을 거로 생각했던 풍선이 수직으로 일정한 간격을 이루며 전시장에 놓여 있다. 지난 6월 26일부터 오는 8월 16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열리는 김홍석 개인전 <작은 사람들 Short People>은 이처럼 풍선들이 우리가 자연스럽게 학습하고 경험한 그것의 고유한 특징을 잃은 채 조각이 되어 전시된 풍경을 선사하는데, 작품들은 그 형태만으로도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국제갤러리 부산점 김홍석 개인전 <작은 사람들> 설치 전경 |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하지만 작가가 선보이는 풍선 오브제는 단순히 조형적 아름다움, 다채로운 색상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둥글게 부푼 형태 안에 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 자연스러운 성질을 잃은 풍선의 낯선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관람객은 이내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김홍석(b.1964), <Public Blank – Everyday Monument>, 2011-2014, Pen and watercolor on paper, framed, 52.7 x 4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김홍석(b.1964), <Untitled (Short People) – 6 balloons>, 2018, Stainless steel, stone, 118 x 40 x 31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풍선 오브제의 의미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풍선 형태의 조각 삼부작은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는 행위에서 시작하여 개개인의 호흡을 수집하는 것으로 종결된다. MATERIAL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나의 가족이 참여하여 완성한 것이다. 나는 가족들에게 풍선을 나누어 주고 바람을 가득히 불어줄 것을 제안했는데, 이때 하나의 소망을 떠올리며 그 소망을 풍선 속에 담아줄 것을 당부했다. 그들이 풍선을 불면서 기원하고 소망했던 단어들은 어머니mother, 성취achievement, 여행travel, 일상의 기적everyday wonders, 정의rightness, 재미interest, 매력attraction 그리고 사랑love이었다. 나는 이 단어들을 영어로 전환한 후 영문의 머리 글자를 따서 작품의 제목으로 정했다. 이 풍선 작품은 나의 가족의 초상이며, 숨의 기억이다.”

국제갤러리 부산점 김홍석 개인전 <작은 사람들> 설치전경 |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나는 이와 같이 사람의 숨을 생명과 소망이라는 두 가지 뜻으로 은유화한 후 이를 풍선으로 형태화하였다. 15 Breaths는 15명의 공장 노동자의 숨을(여기서 공장 노동자란 김홍석의 풍선 작품을 제작한 브론즈 공장 직원들을 지칭한다), Untitled(Short People)은 4~6명의 소집단으로 이루어진 보통 사람들(작가의 지인들 - 유년기와 학창 시절 친구들, 친척들, 대학 동료들과 학생들)을 의미하며 총 백 개의 ‘형태화된 숨’이 활용되었다.”

국제갤러리 부산점 김홍석 개인전 <작은 사람들> 설치전경 |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즉, 풍선 조각은 작가와 혈연 ⠂사회적 관계에 놓인 이들의 형태화된 숨이자 생명과 소망을 담은 상징적인 오브제로 요약된다. 그 생명과 소망들이 작가의 손을 거쳐 가시적 형태가 된 후, 더 이상 평범한 일상의 사물이 아닌 서사를 갖춘 작품으로서 공간을 채운 것이다.

국제갤러리 부산점 김홍석 개인전 <작은 사람들> 설치전경 |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한편, 풍선 오브제를 둘러싼 벽면에는 완성과 미완성의 경계가 모호한 평면 작품 <인간질서> 여섯 점이 또 다른 분위기를 발산한다. 본 작품은 전통적 미술 재료인 캔버스 위에 무언가를 지워내는 중인 듯 혹은, 채색해가는 과정인 듯한 거친 붓 터치와 공업용 은색 페인트 분무 자국이 특징적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기존의 사회적 믿음에 근거한 ‘완성’의 상태가 반드시 진정한 완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가시적 ‘미완’이 곧 ‘완성’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는 완결을 짓는 것에 대해 고민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국제갤러리 부산점 김홍석 개인전 <작은 사람들> 설치전경 |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인간질서> 프로젝트는 인간이 만들어 낸 ‘완전함’, ‘완성’의 인식이 임시적, 사회적 합의에 그칠 뿐 특별히 존중 받을 만한 사유적, 실천적 가치가 부족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노력한 제스처를 보여준다.”

김홍석은 자유롭게 부유할 것만 같은 풍선을 쌓아 고정된 조각 작품으로 만들고, 미완성처럼 보이는 것을 완성된 작품으로 치환한다. 이처럼 작가는 일상의 당연한 생각들을 비틀어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담론을 이끌어 낸다. 그렇게 그의 작품들은 흥미롭고 유쾌한 형태로 강렬한 시각적 잔상을, 각각의 작품이 가진 결코 가볍지 않은 서사로 깊은 사색의 시간을 남긴다.


<작은 사람들 Short People>

장소: 국제갤러리 부산

기간:  2020년 6월 26일(금)–2020년 8월 16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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