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자, 그곳으로!

나의 꿈이 숨 쉬는 곳

by 고영준SimonJ

주름이 많아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머리 감을 때마다 손에 쥐어지는 머리카락의 양이 현저히 적어졌음을 느낀다. 얼굴의 영토가 넓어진 느낌이다. 좋은 말로 이마가 훤해진 느낌이다. 새끼손가락 마지막 관절이 무슨 연유인지 없어져 기형이 생기고 통증이 있어서 병원에 갔더니, 원형 회복 불가란다. 느껴지는 건 세월이다. 소위 Aging 현상이란 거다. 그렇게 휙 가버린 시간만큼 이마가 넓어지고, 여기저기 조금씩 시간의 흐름에 보수할 곳이 생겨나고 있다. 고쳐지지 않는다는 얘길 듣는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청춘의 시간은 그렇게도 거칠고 더딘 시간 속에 많은 도전과 실망, 성취들을 맛보며 살았는데, 그때는 지금의 나를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떤 꿈의 조각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는지, 그 시절 나의 청춘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하다가도 이제는 짜 맞추기 일쑤다. “그래 네가 원한 거야!” “그렇게 오래 공부한 것도, 지금 강단에 있는 것도 모두” 다른 인생을 살았더라면 지금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그런 생각은 오래 하지 않는다. 되돌릴 수 없고 가능하지도 않은 일에 생각에 피로를 안겨줄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현재와 미래! 지금 나를 어떻게 가꿔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얼마 전 자주 가는 미용실 원장님이 “이제 반반이시네요.”라고 말했을 때, “그래도 염색은 안 할 겁니다.”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냥 뭐라도 한다고 할걸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반반에 이마도 넓어지면 앞으로 변해갈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진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매일 새벽 동이 트는 걸 볼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에 산다는 것은 행운이고, 이런 집을 선택한 것은 잘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에서 제일 먼저 커튼을 젖히고 조그만 밭에 물 주고, 잔가지를 쳐주고, 잡초를 뽑고, 이것저것 분주히 아침을 살아도 한 시간이면 거뜬하다. 새벽일 마치면 잠시 기도로 주님을 만나고, 이것저것 펼쳐져 있는 책들과 괜한 씨름을 한다. 세월이 갈수록 시간이 빠르다는 얘길 자주 듣곤 한다. 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하루가 길다고 느껴지게 이것저것 일거리들을 만들어 본다. 재미가 있든 없든 그냥 괜찮다. 다행히도 이른 아침의 마당은 소박한 나의 욕구를 채우고 남을 만큼 매일 황홀하다. 매일 보는 아침 마당처럼 이마가 더 훤해지기 전에 새로운 꿈을 만들고 싶다. 오랜 시간 품어왔던 그래서 잘 다듬어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부터 다시 청춘의 시간을 소환하고자 한다. 머리카락 쓸어 올릴 여분의 시간이 아까울 만큼 그렇게 살아보자.

100_0233.JPG

의지와는 다르게 가는 것들도 있으니, 보완 책을 단단히 준비하고 좌초되지 않을 꿈의 배를 만들고 항해에 나서야겠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마음은 감출 수가 없다. 가자! 그곳으로 나의 태양이 새로 뜨는 그곳으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