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에 대한 팩트체크 1.
많은 사람이 행복에 대한 오해를 갖고 있습니다. 행복이란 '좋은 느낌'을 계속해서 느끼는 거라는 생각입니다.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고통이나 쾌락, 두려움, 걱정, 사랑, 욕정 같은 무수한 감정들 중에서 오로지 쾌락만 느끼고 싶어 하는 거죠.
그런 오해로 인해, 즐겁지 않은 느낌이 들 때에 우리는 견디지 못하고 알코올이나 마약에 중독되어 황홀경을 끊임없이 맛보려 들기도 합니다. 과연 그 상태를 행복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느낌은 우리의 삶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생각을 만들어내고, 나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안내해줍니다. 나이 들수록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여기기 쉽지만 사실은 느낌에만 기대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물론 느낌은 우리가 일상에서 이로운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합니다. 이때 느낌은 우리가 옳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 도구인 셈이죠.
행동과학자들은 느낌의 기능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좋은 느낌과 나쁜 느낌으로 나누었을 때, 좋은 느낌은 우리에게 이로운 사물에 접근하게 만들고 나쁜 느낌은 해로운 사물을 피하게 만든다고요. 예를 들어 신선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들고, 해롭고 부패한 음식을 피하게 만들어 우리를 지켜주는 겁니다. 안전한 장소에서 편안한 느낌이 들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불편한 느낌이 드는 것도 그 느낌을 통해 더 안전한 곳에 있게 하여 나를 보호하려는 거죠. 앞서 설명했던 '자연선택'의 관점에서 볼 때, 느낌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던 겁니다. 그 습관이 여전히 우리 몸에 남아 있어 여러 가지 상황에서 우리는 느낌에 기반한 선택을 하는 것이고요.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느낌이라는 녀석이 항상 믿을 만한 도구가 되고 있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괴로움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느낌을 잘못 이해하고 무조건 따르기만 할 경우, 생명을 위협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느낌에 대한 팩트 체크를 해볼까 합니다.
첫번째는 느낌은 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진화론의 입장에서 볼 때, 느낌은 나에게 해로운 것과 이로운 것을 구분하게 해줍니다. 과학자들은 그것이 느낌의 본래 기능이라고 보았어요. 느낌으로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면, 이것을 취할지 아니면 피할지를 고민하여 판단하는 생각의 과정을 단축시켜주죠. 쉽고 빠르게 이로운 행동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기능이 머나먼 옛날 소규모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늘 진실이었지만, 오늘날의 환경에서는 오류가 많습니다.
로버트 라이트는 자신의 저서 <불교는 왜 진실인가>에서 '정크푸드'를 예로 들어 느낌의 오류를 설명하고 있어요. 정크푸드는 몸에 해롭지만 사람들은 자주 정크푸드를 먹고 싶다는 느낌에 휩싸입니다. 하지만 정크푸드에 끌리는 이런 느낌이 과연 진실이라 할 수 있을까요?
느낌의 본래 기능에 부합하려면, 열량만 높은 햄버거나 감자튀김보다는 건강에 좋고 영양가도 훨씬 높은 브로콜리나 시금치에 우리는 더 좋은 느낌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햄버거, 감자튀김, 라면, 떡볶이만 계속 먹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즉, 정크푸드를 먹고 싶다는 느낌만으로는 그게 내게 이로운 것이라는 진실을 반영해주지 않습니다. 느낌의 오류인 거죠.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는 느낌이 진화의 과정에서 특정한 환경 내에서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연이 주는 음식만 먹고 사람들과 무리지어서 살았던 환경에서 설계된 것이기에 다양한 가공식품이 개발된 오늘날과 똑같은 기능을 할 수가 없는 거죠. 건강에는 좋지 않지만 입맛을 자극하는 식품들이 늘어났으니까요. 즉, 환경의 차이로 인해 더 이상 '먹고 싶은 음식=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죠. 따라서 먹고 싶은 음식만 먹는 게 건강을 위한 습관이 아니라는 점은 당연합니다. 때문에 많은 부모님이 편식하는 아이에게 어떻게든 야채를 먹이기 위해 식사 시간마다 전쟁을 벌이고 있기도 하고요. 해로운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드는 느낌과 맞서 싸워야 하는 현대인의 고충이 안타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드네요.
두번째 팩트체크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
위 글은 저의 저서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 중, '느낌은 어떻게 괴로움을 만들어내는가' 라는 글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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