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나아가기 그리고 장으뜸, 강윤정
오늘의 문장은 장으뜸, 강윤정 부부의 읽어본다 시리즈, 『비로 만든 사람』(난다, 2017)에서 가져왔습니다.
책은 참 신기하다.
책을 읽고 있으면
나는 어딘가로 나아간다.
그곳은 희미하지만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나만의 것이다.
_장으뜸,「에필로그」 중에서
책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러 번 살고 여러 번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공간에서, 아무 소리도 없으나, 책을 읽는 내 안에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즐겁다. 오로지 나만 아는 기쁨.
_강윤정,「에필로그」 중에서
이방인의 땅에 오랜 시간 머물고 있는 사람의 눈을 보면 애써 밝음 속에 느껴지는 단단한 굳은살 같은 쓸쓸함이 보입니다. 오늘은 이곳에 아주 오래 거주하며 나름의 활동을 하는 분들을 뵙고 왔습니다. 그들은 얼마나 많이 울고, 웃었을까, 무엇이 그들을 사회에 공헌하는 일로 이끌고 머물게 했을까, 소파에 정물처럼 앉아서 생각했습니다.
설거지 등을 하고 오늘 챙겨 온 장으뜸 전 카페꼼마 대표와 강윤정 편집자 부부의 걸어본다 시리즈를 펼쳤습니다. 오늘의 문장에 공유할 문장만 찾고 일찍 자려고 했는데, 책이라는 이방의 세계를 이방인처럼 떠돌며 살았던 부부에게도 오늘 봤던 눈빛들이 느껴져서 에필로그까지 읽어버렸습니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행위는 아주 희미하게 나아가는 것이며, 모르는 작가들의 삶에 들어가서 잠시 이웃으로 살다가 나오는 일이기도 합니다. 비록 날이 밝고 준서의 첫 어린이집 체육대회에서 함께 뛰다 보면 '일찍 잘 걸'이라고 후회하겠지만, 오로지 내 시간을 갖고 싶은 욕구가 피곤함을 늘 이깁니다.
장으뜸 전 대표님과 강윤정 편집자님이 걸어본다 시리즈까지 쓰셨으면 참 좋았겠다고 생각했고, 강윤정 편집자님의 친구(구달, 최은영, 이지수, 박준) 이야기를 볼 때마다 저도 조용히 멀리 있는 친구들의 이름을 불러봤습니다.
이방인의 삶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게 하는 벽을 지속해서 만나는 삶일지도 모릅니다. 그 벽이 사라지길 기다릴 때도 있고, 뚫고 지나갈 때도 있을 겁니다.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 굳은살이 생깁니다. 어떤 기쁨과 슬픔에도 그런 굳은살이 생길 것이고요. 깊게 스며든 향수라고 불러도 되겠습니다.
제가 1일 1책 1문장을 시작할 때 가장 많은 용기를 준 책이 난다에서 기획한 '읽어본다' 시리즈였습니다. "매일 한 권의 책을 '만지는' 사람들이 매일 한 권의 책을 '기록하는 이야기 그러니까 책읽기에 대한 책일기"라는 소개 문구와 책일기 내용들이 저에게도 많은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2년 9개월째 반복하는 일이고, 이제는 밥 먹는 일처럼 느껴지는 일입니다.
칭다오는 묘하게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그러니까 있는 힘을 다해 고국으로 돌아가라고 밀어내는 느낌을 받아도 꾸역꾸역 견디며, 희미하게 나아가겠지요. 고단한 일과 기쁨은, 불행과 행복은 별개이기에, 내일도 도서관 문을 엽니다.
주말에 도서관은 오후 2시에 개관합니다. 오전에 체육대회 끝나고 도서관에 가면 저는 졸고 있을 거 같네요. 안온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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