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북클럽의 탄생
워커홀릭의 스트레스 해소법 : 칭다오 북클럽의 탄생
격리하며 다짐한 게 있다. "내가 가족을 뒤로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잘 살아야 하지 않겠나. 아내에게 줄 사랑을 교민들에게, 준서에게 줄 사랑을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주자."
4월 도서관을 개관했고, 교민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교민들을 보니 칭다오에 돌아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INTJ는 치밀한 건축가형이다. 빌드업을 좋아한다. 북클럽을 만들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전국 책방을 다니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고, 3주간의 격리를 하며 정리했다. '평생독자 프로젝트'
지난 5년 동안 고민하던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1년을 다 썼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김소영 선생님이 <말하기 독서법>에서 말씀하신 질문을 들어왔다.
"아이가 읽기는 좋아하는데 쓰기는 너무 싫어해요. 재미있게 읽었다는데, 뭐가 재미있었냐고 물으면 '그냥 다'라고만 해요. 책을 너무 빨리 봐요. 제대로 읽은 걸까요?"_김소영, 『말하기 독서법』(다산에듀, 2019)
부모의 공통적인 고민일 것이다. 그리고 '자세히'라는 요구를 한다. 그 순간 '독서'는 결국 '일'이 된다. 책을 좋아하던 아이들도 이 과정에서 상차를 받는다.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어른들의 '좀 더 자세히'라는 말로 인해 재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경향 한글학교는 2016년 가을에 개학하여 작년 1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꾸준히 어린이와 함께 책을 읽고, 국어와 역사를 공부했다. 그리고 지난 1년의 공백 동안 나는 전국에 있는 80여 개의 책방을 다니며 질문을 하고 답을 얻기를 반복했다. 책방에는 어린이 책 전문가도 있었고, 작가도 있었으며, 교육가도 있었다. 그들을 만나서 내린 결론은 '한글학교 수업 일수'로 '국어 교과서 수업'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었다. 고질적인 문제였다.
국어 교과서는 주 4~5시간 수업하는 한국 학교에 맞춰서 나온 것이라 수업 진도가 맞지 않거나 너무 빠르게 진행하게 된다. 무엇보다 다니는 학교가 다 다르다 보니 어린이들의 수준 차이가 컸다. 평일에 지친 어린이들이 한글학교까지 와서 교과 수업을 하며 피로가 누적된다.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계속 수업을 진행했다. 말 그대로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한글학교 3년 차에 도서관을 개관하며 생각했다. "책이 교과서를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언제나 질문은 답을 가져다준다.
"책은 언제까지 읽어야 할까?"
마종기 시인, 황현산 선생, 이어령 선생 등 평생 책을 읽고 쓴 분들이다. 주변에 책 한 권 못 읽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을 거다. 왜 그럴까?
어릴 적에 한때 독서왕이셨던 교민의 말이다.
"중국에 온 뒤론 책 읽을 시간에 중국어 단어 하나 외워야지,라고 생각하며 책을 내려놓게 되었어요. 어느새 제가 책을 안 읽는 사람이 되었네요."
어디서부터 엉킨 걸까?
일반적인 독서 생활을 추론해 봤다.
유치원 : 부모님이 그림책 등을 읽어 주신다.
초등학교 : 독서록을 쓰고, 필독서를 읽기 시작한다.
중학교 : 독서록을 쓰고, 토막 난 소설이나 시 등에서 답을 찾기 시작한다.
고등학교 : 수능을 위해 문학을 분석하고 답을 찾으며, 정해진 틀에 완전히 갇힌 채로 필독서를 읽으며 독서록을 쓴다.
대학교 : 과제를 위해 책을 읽는다.
직장인 : 프로젝트와 일을 위해 책을 읽는다.
육아 시작 : 바쁘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지쳤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독서가 일이 되어 책을 자연스럽게 놓게 된다. 적절한 보상이 있으면 대학에 갈 때까지 책을 잘 읽을 수 있다. 보상을 받기 위한 일로서 독서를 한다.
'평생 독자 프로젝트'는 교과서 대안 수업으로 시작된다.
1 단계 : 어린이 북클럽
취향을 파악해서 취향 책과 모험 책으로 여행과 모험을 떠나며, 갈래별 책을 골고루 읽었고, 책을 만들어 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도서관이라는 놀이터에서 책이라는 놀이도구를 가지고 어른이 만든 규칙이 있는 '놀이'가 아닌, 어린이 스스로 즐기는 '놀기'를 할 수 있게 안전한 모래사장 역할을 한다. 대상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다.
2단계 : 청소년 북클럽(청소년 인문고전 살롱, 북클럽 소란)
중학생이 되면 2단계 청소년 북클럽이 기다린다.
청소년 인문고전 살롱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단체방에 독서인증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독서모임을 한다. 완독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책을 통해 얻게 된 질문을 함께 나눈다.
청소년 북클럽 소란은 박연준 시인의 <소란>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닭이 알을 낳게 하기 위해 깔아 두는 밑알인 소란, 소란스러운 시절 청소년들은 소란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통해서. 고1부터 참여하는 북클럽 소란은 자발적인 모임이다. 1기 친구들이 마무리하며 했던 말이 기억난다. "학교에서 토론할 때 솔직한 말 털어놓으면 놀렸는데, 소란은 학교도 다 달라서 솔직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요." 감사할 따름이다.
3단계 : 성인 북클럽(시 낭독 모임 시발, 심야 독서모임, 글쓰기 모임 수작)
이렇게 청소년기를 거치면 3단계 성인 북클럽이 기다린다. 물론 나이 제한은 없다.
처음에 화요일 에세이를 읽는 다독임, 심야 독서모임, 수요 글쓰기 모임 수작, 목요 시 낭독 모임 시발을 운영했으나 현재는 수요 글쓰기 모임 수작과 수요 심야 독서모임, 시 낭독 모임 시발만 모이고 있다. '내 이름'을 잃어버린 분들이 '내 이름'으로 참여하는 오로지 '나'만을 위한 소중한 시간이다.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북클럽 규칙은 단 두 가지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끝까지 경청하는 것.
나는 여전히 추락하는 중이지만, 한국에서 야근이 취미던 워커홀릭은 스트레스를 이렇게 해소한다. 나의 스트레스 해소의 결과물이 바로 '칭다오 경향 도서관 평생독자 프로젝트'이다.
책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는 걸 이미 경험했다. 지긋지긋한 코로나는 책으로 버텨낸다.
2021. 5.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